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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리허설이 끝나고 전 배우와 서승희 연출이 함께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다.
▲ 태안별주부전 출연진 최종 리허설이 끝나고 전 배우와 서승희 연출이 함께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다.
ⓒ 이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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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안별주부전 당신을 만나 기쁘지 아니한가!(연출 서승희)’의 최종 리허설이 한창 진행 중에 있었다.
▲ 태안별주부전의 한 장면 ‘태안별주부전 당신을 만나 기쁘지 아니한가!(연출 서승희)’의 최종 리허설이 한창 진행 중에 있었다.
ⓒ 이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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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면 원청리 마을 주민들을 분한 배우들이 구수한 사투리 연기로 관객들의 배꼽사냥에 한창이다.
▲ 충남 태안군 남면 원청리 별주부마을 주민들 연기중 남면 원청리 마을 주민들을 분한 배우들이 구수한 사투리 연기로 관객들의 배꼽사냥에 한창이다.
ⓒ 이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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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토끼의 간을 구하려던 주부의 이야기를 다룬 별주부전이 태안군 남면 원청리 별주부마을을 배경으로 새롭게 각색됐다.

지난 8일 태안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는 오후 7시 본 공연에 앞서 소리·짓발전소(대표 이영채, 태안군 안면읍 중신로 506-71)가 제작한 '태안별주부전 당신을 만나 기쁘지 아니한가!(연출 서승희)'의 최종 리허설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지난해 (사)한국예총태안지회(회장 문연식)가 연극 <시집가는 날>을 제작하며 구성한 군내 최초 여성극단모임 '아!'줌마들의 힐링캠프(캠프장 이경옥) 소속 아마추어 배우 2명을 비롯해 서산시소재 극단 '둥지'에서 활동하는 전문배우와 프리랜서 배우, 태안과 서산 지역주민 총 8명이 작품 속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이 무대는 2014년 충남문예진흥기금 선정작품으로 총 제작비 중 600만 원을 충남도가 지원됐다. 지난 6월말 첫 관계자 미팅을 시작으로 서산실용음악학원과 태안(사)꿈이자라는땅(센터장 이재준, 태안읍 동문리 453-2)을 오가며 배우들은 약 3개월에 걸쳐 연습을 마쳤다.

전문배우와 일반주민들의 합작품이라는데 지역 향토작으로 의미가 남다른 이번 연극은 3가지 소재를 옴니버스 형태로 엮어 '태안 스타일'로 승화시켰다는데 주민들의 호응 또한 높았다.

극중 용왕역을 맡아 선보이며 단원 최고참 노익장을 과시한 나이야가라실버마술단장 정갑훈(66, 이원면 원이로)씨는 오후 4시 최종 리허설 직후 무대 뒤에서 만난 자리에서 "이 나이에 연극을 배우고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라며 "연습 내내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함께 울고 웃었던 단원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연극 '시집가는 날' 공연이후 1년여 만에 다시 새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 이경옥(51, 토끼역)씨는 "지역에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날짜(공연)가 잡혔을 때만 해도 대본을 다 외워야 한다는 두려움과 중압감이 컸지만 막상 공연이 끝나고 나니 뿌듯함과 보람, 또 다른 설렘이 마음속에 가득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경옥씨와 함께 '시집가는 날' 연극을 마쳤던 이소영(51, 태안읍 삭선리, 공주역)씨도 "작년 공연 때는 정말 연극이 뭔지도 모르고 무대에 올랐던 것 같다(웃음)"며 "쑥스럽긴 하지만 무대 위에 올라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일상 속 큰 활력소가 된다. 앞으로도 주민들의 폭넓은 여가와 자기계발을 위해 이러한 연극 무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고향이 태안이라고 밝힌 김재숙(49, 서산시, 상어, 연두색, 시골아줌마역)씨는 직업인 웃음치료사를 위해 전문분야가 아닌 첫 연극무대에 발을 디디게 됐다고 말했다. 재숙씨는 "이번 연극은 단순한 연기활동을 떠나 극을 통해 남의 인생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하며 "평소 무대수업이 많아 무대에 대한 공포감은 없었지만 처음 해보는 연기도전에 스스로 어색해 웃음이 났다"고 평했다.

지난해까지 극단 '둥지' 소속 아마추어 연기자였던 꽃게역의 임재자(41, 서산시, 꽃게, 오녹자역)씨는 경력 10년차 베테랑 배우다. 일 년에 한차례씩은 꼭 무대에 올라 연기를 펼친 그녀지만 서산을 떠나 타지인 태안에 와서 그것도 아마추어 배우들과 연기를 펼친 무대는 지금 생각해도 색다른 경험이자 짜릿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임씨는 "서승희 연출로 인해 이번 작품에 합류하게 됐다"며 "프로배우가 아닌 아마추어라서 더 정감이 가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하나가 되는 귀중한 무대였다. 소품 준비에서부터 동선체크, 간식준비까지 순수함이 묻어나는 언니들을 만나 기억에 남는 작품을 하게 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표현했다.

문어 역의 김성숙(39, 서산시)씨도 서승희 연출로 이번 무대에 합류하게 된 아마추어배우 중 한 사람이다. 김씨는 "연습이 곧 연극이었다"는 말로 무대 준비기간에 대한 소감과 에피소드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문어역을 위해 이른바 '맹구 톤'을 연구하게 됐다고 밝힌 그녀는 "칼을 들고 연신 움직여야 하는 동작에 어려움도 있었고, 또 1인 3~4역에 달하는 배역을 전 배우들이 소화해야 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이번 연극은 유래 없이 유쾌하고 즐거운 공연이었다"고 회상했다.

대다수가 일반(주민)배우들이다 보니 각자의 직장과 일 때문에 연습시간을 조율해 맞추기까지의 과정과 변변한 연습실이 없어 서산과 태안을 전전긍긍해야 했던 어려움이 컸다는 것이 배우들에게는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각자 맡은 바 배역인 '꽃게', '문어', '공주', '토끼' 등을 실제 이름처럼 부르며 연극에 빠져 지낸 3개월의 여정은 인생일대 짜릿한 일탈이 아닐 수 없다.

주인공 주부역의 한상철(41, 주부, 남기남역)씨는 연극과 영화를 오가며 전문배우를 하고 있는 경력 12년차 프로배우다. 그동안 그는 연극 '어서오세요', '충주시대', '남자1이야기' 등으로 관객들과 만나왔는데 태안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한씨는 "이번 연극은 재밌고 색다른 경험으로 기억될 것 같다"며 운을 뗐다. 태안별주부전 공연에서 특히 인상적인 장면으로 '용왕의 부활'을 든 그는 객석을 가득 메운 관광객들에게 "재밌게 즐기다 가는 공연이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태안지역 활성화에 큰 활력소가 되길 바란다. 더불어 지역 내 전문배우 양성과 연출력을 겸비한 극단운영에도 태안군이 앞장 서 주길 바란다"며 콘텐츠문화 융성에도 기대를 걸었다.

무대의 조명이 모두 꺼지고 극과 연출, 총감독을 맡은 서승희(49, 서산시) 감독이 무대중앙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환한 웃음과 함께 그간 고생을 함께 해온 연기자들이 무대를 내려와 객석을 지나며 관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 시간이 마련됐다. 조금은 서툴고 어색한 표정과 말투의 연기였지만 관객들은 뜨거운 함성과 박수로 이들의 노력에 화답했다.

이렇게 해서 '태안별주부전 당신을 만나 기쁘지 아니한가!(연출 서승희)' 공연은 모두 끝이 났다. 태안을 배경으로 태안의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 된 연극의 한판 춤사위가 찾은 관객 한 사람 한사람의 심장 속에 또 가슴속에 요동치며 수많은 잔상을 남겼다.

서승희 연출은 "전문배우 못지않은 주민들의 연기력과 숨은 끼를 발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이번 공연은 3명의 전문배우와 5명의 아마추어배우가 만나 태안 남면 별주부마을의 스토리텔링을 함께 공감하고 공유하며 고민하는 귀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미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태안군, #별주부마을, #남면, #원청리, #별주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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