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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도 광명경찰서장
 권세도 광명경찰서장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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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절도범을 잡고 보니 75%가 초·중·고등학생이었다. 중학생이 가장 많다. 자전거 절도 검거율이 평균 11.3%인데, 검거율을 높인다면 더 많은 학생들을 전과자로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되면 (검거를) 안 하는 것만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고민했다."

광명경찰서는 지난 9월 1일부터 자전거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광명경찰서 외에도 자전거등록제를 하고 있는 경찰서나 자치단체는 여럿 있다. 그러나 관심이 없거나, 홍보 부족 등으로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광명경찰서는 다르다. 자전거등록제를 적극적으로 추진, 시행 45일 만에 자전거 7300여 대를 등록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는 권세도 광명경찰서장이 의지를 갖고 자동차등록제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권 서장은 "올해 안으로 광명시 관내 자전거의 60%를 등록하면 성공"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최종 목표는 100%다.

권 서장이 자전거등록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처벌이 아닌 범죄예방'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절도범의 75%가 청소년이라면 처벌보다 선도와 범죄예방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 권 서장의 설명이다.

지난 22일 오전, 권세도 광명경찰서장을 서장실에서 만났다. 권 서장은 "치안은 전략적으로,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범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강조했다. 권 서장은 서울지방경찰청 보안과장, 홍보담당관, 영등포경찰서장 등을 역임했다.

"자전거 절도범의 75%가 초·중·고등학생"

다음은 권 서장과 한 인터뷰 내용이다.

- 자전거등록제를 시행하게 된 계기는?
"매일 아침 112 신고 들어온 것을 보고받는데 자전거 절도가 평균 하루에 3~4대 정도가 된다. 자전거 절도가 문제가 되는데 언제까지나 방치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권 서장은 "2013년 1월~7월 말까지 신고 된 자전거 절도 건수는 59건이었는데, 2014년 같은 기간에 114건으로 발생률이 93% 증가했다"며 "절도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고 밝혔다. 권 서장을 놀라게 한 것은 검거된 자전거 절도범의 75%가 초·중·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이었다. 자전거 절도범 검거율이 높아진다면 그만큼 청소년 범죄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권세도 광명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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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부터 2014년 7월 말까지 검거된 청소년 절도범은 30명이다. 검거율은 11.3%였다. 나머지 90%를 더 검거한다면 산술적으로 볼 때 청소년 절도범이 270명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절도범을 잡기 시작하면 학생들을 많이 잡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고민이 됐다."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다는 옛말이 있다. 자전거 절도로 전과자가 된다면 결국 범죄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권 서장이 '처벌보다 선도와 범죄예방'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전거 절도범을 잡았더니 19살 학생이었는데 특수절도 등 전과 12범이었다. 19살짜리 학생이 어쩌다가 전과 12범이 되었는지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검거율이 높아져도 걱정스럽다면 방법은 하나다. 도둑질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것. 권 서장은 교육청과 협의를 거쳐 자전거등록제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권 서장이 적극적으로 교육청을 설득한 결과다.

- 자전거 등록은 어떻게 하나?

"자전거에는 차대번호가 있다. 자전거가 생산되면 고유번호가 찍힌다. 국산 자전거는 핸들 아래 기둥에 새겨져 있고, 외제 자전거는 안장 등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그 번호를 차대번호라고 하는데 그걸 등록한다. 자전거 모델명, 소유주 연락처 등이 기재된다."

등록 자전거는 스티커를 발부한다. 현재 스티커에는 등록번호가 없지만 앞으로는 등록번호를 부여할 계획이다. 스티커가 붙어 있는 자전거는 함부로 훔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권 서장의 설명이다. 도난신고가 되면 잡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등록된 자전거가 늘어날수록 범죄예방 효과는 커진다. 또한 도난이나 분실을 당했을 때 찾을 확률도 높아진다.

"자전거 등록제 시행 후 절도 발생률 떨어져"

- 자전거 등록제 시행 효과가 있는지?

"2013년도 비해 93% 증가했던 절도 발생률이 18.6%로 떨어졌고, 검거율도 7%에서 27.5%로 늘어났다."

9월 1일부터 10월 15일까지 검거된 절도범 22명 가운데 18명이 중·고등학생이었다. 이 때문에 권 서장은 자전거등록제를 시행하기 전에 교육청과 광명시 관내의 초·중·고등학교에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던 것이다.

권 서장은 "자전거등록제를 홍보하기 위해 광명시 관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전거 절도 근절 문화대전'을 열고 있다"고 밝혔다. 자전거 절도를 주제로 글이나 시, 홍보포스터를 공모하는 것이다. 권 서장은 "기대만큼 호응도가 높지 않지만 자전거 절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권세도 광명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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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물상과 MOU를 맺었다고 하는데?
"학생들이 자전거를 훔치면 중고시장에 판다. 그 길을 차단하기 위해 자전거대리점과 고물상에 협조를 요청했다. 학생이든 일반인이든 훔친 자전거를 팔려고 할 때 소유주가 누구인지, 장물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신고해달라고 했다. 그 때문인지 요즘은 거의 (훔친)자전거를 팔러 오지 않는다고 한다."

경찰서에서 자전거대리점이나 고물상을 정기적으로 순찰한다. 자전거등록제 시행이 일회성 정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효과가 있다.

- 세발자전거도 등록한다면서요?
"세발자전거도 갖고 온다. 가져오면 다 등록해준다. 시민들의 소중한 재산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지켜줘야 하는 게 맞다."

- 광명시내에 자전거 등록을 권유하는 현수막이 많이 걸렸는데?
"자전거 거치대마다 현수막을 설치했다. 또 광명시와 협의를 거쳐 자전거 거치대마다 CCTV를 전부 설치할 예정이다. CCTV는 자전거 절도범을 검거하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다. CCTV로 역추적하면 전부 다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권 서장은 "자전거등록제는 무엇보다 홍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다 많은 자전거가 등록된다면 범죄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권 서장은 "광명시 관내의 모든 자전거가 등록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 서장은 자전거등록제 시행 이전에는 '공원 시민에게 돌려주기 운동'을 벌여 좋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시민들이 안전하게 이용해야 하는 공원에서 112 신고가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권 서장은 "공원 순찰을 강화하고, 청소년 비행 등을 막기 위해 청소년 관련기관과 협조를 통해 신고 건수를 줄여나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 자전거등록제 외에도 추진하고 있는 주요정책이 있다면?
"오토바이 안전모 미착용이 상당히 심각하다. 단속기간에는 착용하지만 단속하지 않으면 착용하지 않는다. 안전모를 꼭 착용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광명시에서는 안전모를 꼭 착용해야 한다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태그:#권세도, #광명경찰서장, #자전거등록제, #자전거 도둑,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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