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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읽는 원허 스님 이야기는 만산홍엽의 단풍입니다
 가을에 읽는 원허 스님 이야기는 만산홍엽의 단풍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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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께서는 노래를 부르는 게 힘들고, 글을 쓰는 게 힘들고, 악필이어서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셨던 스님이 이번 생이 참 즐겁다고 합니다. 과연 그 스님께서는 잘 부르지 못해 힘들었던 노래, 잘 쓰지 못해 힘들었던 글, 그리고 악필이었던 글씨 쓰기를 어떻게 해결하거나 극복했기에 이번 생이 즐거워질 수 있었을지가 궁금합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마시는 물이 유달리 시원한 것은 밤새 속을 비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침에 마시는 물은 속만 시원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미처 느끼지 못하고 있던 갈증까지도 해소해 주기에 더더욱 시원할 겁니다.

아침에 마시는 물처럼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글, 마음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글이 있다면 참 좋을 겁니다. 하루를 시작하며 읽게 되는 첫 글이 아침에 마시는 첫 물처럼 마음을 시원하게 맑혀주고 갈증처럼 다가와 있던 어떤 무지를 말끔하게 일깨워 주는 내용이라면 더더욱 좋을 겁니다.

옹달샘 같은 <원허 스님의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세상을 물들이는 멋진 아침>(지은이 원허 / 펴낸곳 담앤북스 / 2014년 10월 24일 / 값 1만 4000원)
 <세상을 물들이는 멋진 아침>(지은이 원허 / 펴낸곳 담앤북스 / 2014년 10월 24일 / 값 1만 4000원)
ⓒ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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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물들이는 멋진 아침>(지은이 원허 / 펴낸곳 담앤북스)은 원허 스님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원허 스님의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한 바가지의 물을 떠주듯 매일아침 들려주던 이야기들을 역은 내용입니다. 원허 스님은 십리 벚꽃 길로 유명한 하동 쌍계사, 쌍계총림 율학승가대학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혜원정사 주지 스님입니다.

원허 스님이 글을 올리는 <원허 스님의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는 스님께서 여러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옹달샘일 겁니다. 옹달샘에는 깊숙한 땅 속에서부터 방울방울 솟아나는 물도 있고, 졸졸 거리며 흐르다 스며든 물도 있을 겁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도 있을 거며, 이슬처럼 허공에서 맺혀 떨어지는 물도 있을 겁니다.

원허 스님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도 그렇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은 태고의 전설을 품고 있는 땅속 물처럼 깊고, 어떤 이야기들은 풀잎에 맺혔다 떨어지는 이슬방울처럼 영롱한 빛깔입니다. 속삭임처럼 달콤한 이야기도 있고, 장군죽비를 후려치며 외마디를 지르는 듯한 내용도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이 옹달샘이 마르지 않도록 밤새 이슬을 같은 마음으로는 방울방울, 빗물 같은 마음으로는 주룩주룩  한 꼭지 한 꼭지의 글을 쓰셨을 겁니다.  

첫 번째 노래를 부르는 것은 이제 포기했고, 두 번째 글 쓰는 일은 소셜 네크워크 서비스(SNS)의 공간인 밴드 <원허 스님의 아름다운 세상 만들>)를 통해 아침마다 즐거움을 누리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컴퓨터 자판이 글쓰기를 대신해 주니 악필 또한 걱정할 것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생이 즐거워졌습니다.
- <세상을 물들이는 멋진 아침> 27쪽-

스님이 이번 생을 즐겁게 맞을 수 있었던 비법은 의외로 간답합니다. 내려 놓을 건 내려놓고, 노력해서 될 수 있는 건 부단히 노력해서 이루는 단순한 진리의 실천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 꼭지 한 꼭지의 글 그 어느 것도 유유히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물처럼 쉽게 써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쓸까를 고민했을 겁니다. 쓰고 싶은 줄거리가 결정돼도 막상 글로 옮기는 과정은 구멍 숭숭 뚫린 바랑으로 한 바가지의 물을 옮기는 것만큼이나 지난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구멍 숭숭 뚫린 바랑으로 나른 물맛이 나는 글들

하지만 쓰고 또 쓰다 보니 힘들고 어렵기만 했던 글쓰기가 어느새 스님의 이번 생에서 즐거움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님께서 바랑으로 물을 옮기듯이 때로는 고민하고 때로는 밤을 새우며 채운 듯한 글들이라서 그런지 꼭꼭 씹듯이 읽으며 되새김질을 하듯이 음미해 보는 글맛은 소소한 식감에 담백한 맛입니다.  

한 꼭지 한 꼭지의 글에서 읽을 수 있는 원허 스님의 마음은 숭숭 뚫린 바랑으로 퍼나른 옹달샘 물맛입니다.
 한 꼭지 한 꼭지의 글에서 읽을 수 있는 원허 스님의 마음은 숭숭 뚫린 바랑으로 퍼나른 옹달샘 물맛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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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마실 수 있는 물은 물그릇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허 스님이 마르지 않는 옹달샘이 돼 매일매일 들려주던 이야기들은 이 책 <세상을 물들이는 멋진 아침>에서 목탁소리를 듣듯이 읽을 수 있고, 독경 소리를 새기듯이 새길 수 있을 것입니다. 

잠 못 이루는 밤에 읽는 글은 어둠이 깊어질수록 더욱 빛나는 별처럼 반짝거리고, 눈 부시 게 좋은 날에 읽는 글들은 어둑했던 마음까지도 환하게 비춰주는 햇살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환하게 비춰 주며 멋지게 반짝거리는 걸 경험하게 될 거라 생각됩니다.

세상의 아침을 햇살이 물들이고, 읽는 이의 마음은 원허 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 옹달샘에서 솟는 물처럼 방울방울 솟기도 하고 퐁당퐁당 떨어지기도 하며 알록달록한 단청빛깔로 아름답게 물들여 줄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세상을 물들이는 멋진 아침>(지은이 원허 / 펴낸곳 담앤북스 / 2014년 10월 24일 / 값 1만 4000원)



세상을 물들이는 멋진 아침 - 원허 스님의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원허 지음, 이문 그림, 담앤북스(2014)


태그:#세상을 물들이는 멋진 아침, #원허,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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