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평일이어서 소요산으로 오르는 길이 한층 여유롭다.
 평일이어서 소요산으로 오르는 길이 한층 여유롭다.
ⓒ 김학섭

관련사진보기


해마다 가을이면 들리는 소요산이지만 경기의 소긍강이라고 할 만큼 곳곳이 아름답다. 곱게 단풍이 물든 산과 계곡에 안기듯 산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자재암. 소요산 곳곳에 원효대사와 요석 공주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숨 쉬고 있다. 자재암으로 가는 해탈문에서는 맑은 풍경소리가 도시에서 덕지덕지 묻은 때를 깨끗하게 씻어주는 듯하다.

소요산 단풍 절경... 아름답다  

가을 비가 내린 후 지난 22일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비에 맞은 단풍이 다 떨어질세라 마음이 조급해졌다. 지하철역 종점에 소요산이 있다. 지하철은 여간 고마운 존재가 아니다. 산행할 때는 김밥 한 줄이면 점심을 때울 수 있으나 오늘은 날씨가 추워 현지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산으로 오르는 계곡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산으로 오르는 계곡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 김학섭

관련사진보기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청량리를 벗어나니 지하철 안이 한층 여유롭다. 산행 가는 노인들이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이 많을 때보다 사람이 적을 때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30년 동안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했으니 지하철과는 사연도 많다. 단편 원고를 생각하며 가노라니 어느새 도봉산역을 지나고 있다.

도봉산 단풍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걱정됐다. 혹시 단풍이 길을 잘못 찾아 도봉산을 빗겨 간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흐렸던 하늘에서 구름이 조금씩 걷히자 어느새 능선 아래까지 단풍이 내려와 있었다. 단풍이 제대로 길을 찾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차창 밖으로 스쳐 가는 가로수의 은행잎도 단풍 맞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원효대사가 공부했다는 동굴, 누군가 기도하기 위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원효대사가 공부했다는 동굴, 누군가 기도하기 위해 촛불을 밝히고 있다.
ⓒ 김학섭

관련사진보기


열두 시를 넘어 소요산역에 도착했다. 인천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여기저기 제29회 가을 단풍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아침 일찍이어서 그런지 장사하는 분들이 볕가리개를 치며 장사 준비가 한창이다. 국화꽃 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나 가을 비를 맞아서인지 꽃들이 생기를 잃었다. 하지만 해가 나자 이내 생기를 찾았다.

행사가 10일부터 시작됐다고 하니 오는 26일 즈음에는 각종 행사가 절정을 이룰 모양이다. 동두천시를 중심으로 많은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오는 26일 소요산 야외 음악당에서는 무형문화재 제54호 송서 율창 정기공연을 비롯해 동두천 봉산 탈춤을 선보인다. 또 소요 우리 소리 한마당과 색소폰 연주 등 풍성한 가을 잔치가 열릴 예정이다.  

따끈한 갈비탕 한 그릇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 소요산을 오른다. 가는 동안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이 사람의 시선을 끈다. 가을 비치고 꽤 많이 내렸다고 하지만 소요산 계곡은 물이 흐르지 않았다. 일주문을 지나고 계속 올라가 원효대사가 공부했다는 동굴까지 와서야 물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동굴 옆에 옥류 폭포가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다.  

해탈문에서 바라본 소요산의 아름다운 단풍. 이곳도 현대문명의 기계가 침범해 있다. .
 해탈문에서 바라본 소요산의 아름다운 단풍. 이곳도 현대문명의 기계가 침범해 있다. .
ⓒ 김학섭

관련사진보기


산에 오를수록 단풍이 점점 더 고와지고 있다. 해탈문을 오르는 사람들이 종을 친다. 이곳에서 종을 치면 소원 성취한다니 너도나도 한 번씩 울려본다. 맑은 종소리가 소요산 골짜기를 가득 메운다. 해탈문을 오르는 계단이 108개라고 한다. 해탈문에 올라서 사방을 바라보니 소요산 깊은 골짜기가 황금색이다. 가을이 깊었음을 알려주는 듯하다.

자재암에 도착하니 여전히 구름이 오락가락한다.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자재암이 가을 품 속에 아늑하다. 잠시 앉아서 숨을 돌리는데 옥녀봉 사이로 독성암이 우뚝 솟아 보이고 그 밑으로 실 같은 작은 폭포수가 흐른다. 자재암 뜰에는 국화꽃 향기가 가득하다. 자재암은 원효대사께서 초막을 짓고 수행을 쌓았던 곳이라고 하니 의미가 깊어 보인다.

비가 온 후 더 불긋불긋

등산객이 잠시 자재암에서 숨을 돌리고 있다.
 등산객이 잠시 자재암에서 숨을 돌리고 있다.
ⓒ 김학섭

관련사진보기


자재암으로 오르는 동안 옥에 티처럼 보이는 곳도 있었다. 자재암 가는 길에 해우소(화장실)가 있고 그 밑으로 작업하다 놔둔 고무 호수와 낡은 간판이 시선을 끈다. 아름다운 산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더구나 가로등과 스피커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도 그렇다. 차라리 가로등을 달 수 있는 전주를 세우는 방법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자 분이 예년보다 일찍 단풍잎이 떨어진다며 안타까워했다. 

"올해는 단풍이 그렇게 곱지 않은 것 같아요. 마침 어제 비가 내려 그나마 단풍이 고와지기 시작했어요. 자세히 보면 나무 앞 끝이 말랐어요. 가뭄 때문인 것 같아요. 단풍을 구경할 만하니 벌써 낙엽이 지네요. 그동안 비가 많이 내리지 않은 탓이에요."

해우소(화장실)옆에 고무호수가 마음에 걸린다. 이왕이면 보이지 않는 곳에 두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해우소(화장실)옆에 고무호수가 마음에 걸린다. 이왕이면 보이지 않는 곳에 두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 김학섭

관련사진보기


나는 산을 더 오르지 않고 자재암에서 하산하기로 했다. 하산하는 길에 양지쪽 언덕에서 산 토끼 한 마리가 가랑잎을 헤치며 먹을 것을 찾고 있다. 사람을 보고도 피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사람과 꽤 친숙한 듯 보인다. 토끼가 먹을 만한 것이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토끼가 어쩐지 초췌해 보이기도 했다.  

이곳은 야생 동물 보호 구역이다. 꿩, 고라니, 멧돼지 등 다양한 동물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산을 만들면 소요산은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산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곧 하산을 재촉했다. 그동안 가을 산이 더 붉어지고 있었다. 산 아래는 손님을 부르는 듯 색소폰 소리가 소요산 정막을 깨고 있었다.      

운 좋게 만난 토끼, 점심식사라도 하러나온 모양이다. 하지만 먹을 것이 있을까 걱정이다.
 운 좋게 만난 토끼, 점심식사라도 하러나온 모양이다. 하지만 먹을 것이 있을까 걱정이다.
ⓒ 김학섭

관련사진보기




태그:#소요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