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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청소년유니온은 63빌딩 연회장 아르바이트 청소년에게 임금을 체불한 혐의로 홍원기 한화호텔앤드리조트(아래 한화호텔) 대표를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청소년유니온과 조합원 유수정(18)씨는 이날 오전 9시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체불 문제와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폭로했다.

유씨는 지난 9월, 주말에만 5일 63빌딩 연회장에서 일했다. 시급 5300원으로 3일, 시급 5700원으로 2일 일했다. 하지만 유씨는 7만1365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받은 임금은 17만9100원). 준비·마감시간 명목으로 매일 근무시간에서 30분~1시간씩을 뺐고, 연장수당과 주휴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돈 7만 원 때문에 대기업 사장님을 고발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관심을 끌고 있다. 임금체불 사건의 당사자인 유씨를 지난 19일 서울 신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형식적인 근로계약서, 근무·휴게시간 모두 달라

19일 서울 신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수정씨
 19일 서울 신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수정씨
ⓒ 김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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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인 유씨는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주로 주말에 단기적으로 일을 했다.

"이전에는 편의점이나 음식점에서 알바를 했는데, 호텔이 거기보다 일하기 좋은 환경일 것 같았어요. 주말에 길게 일을 할 수 있고, 한 번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유씨는 63빌딩 연회장에서도 주말에만 일했다. 일은 호텔알바 도급업체 사이트인 '호텔리어'를 통해 신청했다.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현장에 가면 매니저 또는 지배인이라 불리는 관리자가 업무 지시를 한다. 하지만 일을 어떻게 하는 것이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아르바이트 청소년에게 화를 내기 일쑤였다.

"주로 테이블 정리와 세팅, 서빙을 합니다. 하지만 단기알바라 그런지 자세히 알려주지 않습니다. 바쁘다 보니 매니저에게 묻기도 애매합니다. 처음 호텔 알바를 갔을 때 연회장에서 제일 큰 룸에 들어갔습니다. 지배인은 간단하게 업무를 알려줬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지배인은 '하면서 알게 된다. 다음에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하는 도중 화를 내면서 '저기 있다고 그랬잖아. 빵 가져와' 하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 후로도 매니저에게 많이 혼났습니다."

관리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들에게 당연하게(?) 반말을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제제기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희롱도 문제다.

"처음 일을 갔던 날 지배인은 아르바이트 청소년들을 모아놓고 '너네 고등학생인 거 안다. 일할 것 없어서 여기 왔으니까 말 잘 들어라, 휴대폰 하다 걸리면 한 번은 경고인데 두 번 걸리면 아예 알바 못하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잠깐 틈이 나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한 지배인이 핀잔을 주었습니다. 옆에 있는 다른 지배인이 '무슨 소리야 이럴 때는 욕해야지' 하면서 제 손을 가지고 'ㅗ' 모양(미국식 손가락 욕설)을 만들어서 (지배인한테) 보여주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웠습니다."

호텔 아르바이트는 주로 하루 단위로 채용되는 단기알바다. 물론 근로계약서는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도급업체와 한 근로계약이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지어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야 하는 '휴게시간'도 뺐다.

"도급업체에 회원가입을 하려면 온라인 상으로 '근로계약서'에 동의를 해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휴게시간이 식사시간인 것 같아요. 오후 4~5시 정도에 지배인이 밥 먹으라고 보냅니다. 30분 정도. (근로기준법상) 8시간 이상 일했을 때 1시간 휴게시간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휴게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것입니다."

유씨는 근로시간과 임금에 의문을 품었다. 모집공고에 명시되어 있는 근무시간을 보고 아르바이트를 선택했지만, 실질 근무시간이 달랐다. 원래는 오전 11시 30분에 일이 시작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업무 준비 명목으로 오전 10시 40분까지 출근하라는 문자를 보냈다는 것. 이렇게 실제 업무 시간이 다르다보니 임금은 당연히 차이가 났다. 준비시간과 마감시간에 대한 임금이 지금되지 않은 것이다.

"일을 마치는 시간이 딱 정해져 있기보다는, 매니저들이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다가 '끝난 것 같다' 싶으면 집으로 보냅니다. 오후 7~8시 정도에 끝나는데, 저에게 마감시간 30분의 임금을 제외하고 지급했습니다."

한화호텔 "도급업체에서 해결할 일"... 도급업체 "직원의 계산 실수"

유씨가 주말에만 5일 일해서 받은 임금은 총 17만9100원. 그리고 체불된 임금이 7만1365원이라고 유씨는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보니 약 7만 원의 체불임금은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액수가 아니었다. 유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유씨가 소속된 청소년유니온은 홍원기 한화호텔 대표를 고발했다. 한화호텔은 63빌딩 연회장을 운영하고 있다.

"(일한) 기간에 비하면 큰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의 이틀 일한 돈과 맞먹습니다. 기자회견을 한 이유는 이 사례가 크게 알려져서 다른 사람이 많이 알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한화호텔 측과 호텔리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화호텔 대표를 고발한 것은) 제가 일을 한 곳이 63빌딩이고, 돈을 받아야 하는 곳도 63빌딩, 부당대우를 받은 곳도 63빌딩이기 때문입니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한화호텔 측은 '유씨는 (도급업체) 호텔리어 소속으로 업무에 투입됐다'며 '도급계약에 따른 임금을 모두 지불했고, 유씨와 한화호텔은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유씨와 호텔리어 사이에서 처리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도급업체 호텔리어의 관계자는 21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일한 만큼 (원청업체에서) 돈을 받아서 임금을 지급한다"며 "(호텔리어) 직원들이 자주 그만둬서 들어온 지 이틀 정도 된 직원이 (유씨의 임금지급) 업무를 봤다. 시간 계산을 잘못했다"고 일선 직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기자회견) 기사 나간 것 보고 돈(체불임금) 계산해서 지불했고, (유씨에게) 사과 메시지도 보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씨에게 확인해보니 이야기가 좀 달랐다. 유씨는 "통장을 확인해보니 1만9400원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과했다는) 문자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소년유니온도 홍원기 대표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유씨는 아르바이트 청소년의 노동환경에 대해 이렇게 주장했다.

"청소년이 믿고 일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진정을 안 넣어도 알아서 챙겨주고, 관리자들이 성희롱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잘못된 고용주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청소년들도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법을 찾아봐야 하고, 학교에서도 알려주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김은하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통신원입니다.



태그:#아르바이트, #알바, #63빌딩, #한화호텔, #호텔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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