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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류창석 고일환 기자 = 세기적인 특종인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를 지휘한 벤 브래들리 워싱턴포스트(WP) 전 편집인이 타계했다고 21일(현지시간) 외신들이 보도했다. 향년 93세.

브래들리 전 편집인에게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남자'라는 명성을 안겨 준 것은 1972년 발생한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이 사건은 당초 야당인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서 발생한 사소한 절도미수로 덮어질 뻔했지만, 워싱턴포스트의 탐사보도로 미국 중앙수사국(CIA) 요원들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도청장치 설치를 시도했다는 진실이 밝혀졌다.

신참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이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의 압력이 적지 않았지만 브래들리 전 편집장이 보호막이 됐다.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특종 보도 이후 하원에서 탄핵결의안이 가결되자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소신 있는 편집장과 끈기있는 기자들이 만들어 낸 워터게이트 특종의 뒷이야기는 이후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됐다.

로버트 레드포드와 더스틴 호프만이 각각 우드워드와 번스타인으로 출연한 이 영화에서 브래들리 전 편집장의 역할은 맡은 제이슨 로버즈 주니어는 오스카상을 받았다.

1921년 보스턴의 명문가에서 태어난 브래들리 전 편집인은 역시 보스턴 출신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어릴 때부터 가까운 사이었다.

그는 하버드대학 졸업 후 1950년대 뉴스위크에서 경력을 쌓았고, 1965년 워싱턴포스트의 편집부국장이 됐다가 3년 후에는 편집국장으로 승진했다.

최고급 맞춤 셔츠의 소매를 걷어올린 채 편집국에서 기자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렸던 브래들리 전 편집장은 '이 시대의 마지막 호랑이 편집인'이었다는 것이 함께 일했던 기자들의 평가다.

불 같은 성격과 기품이 공존했던 그에 대해 후임 편집인이었던 레너드 다우니 주니어는 "브래들리 전 편집장이 지휘한다면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뛰어들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브래들리 전 편집장이 1991년까지 26년간 재직하는 동안 워싱턴포스트는 워터게이트 특종 등 모두 18개의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같은 그의 활약 때문에 중소지역지에 불과했던 워싱턴포스트가 뉴욕타임스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언론으로 성장했다는 것이 언론계의 평가다.

그는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민간에 수여되는 최고 영예인 '대통령 자유메달'을 수상했다.

브래들리 전 편집장이 비망록을 통해 공개한 좌우명은 "가장 성실한 신문을 만들기 위해 오늘 최선을 다하고, 내일은 더 나은 신문을 만든다"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워터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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