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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일만에 장례가 치러졌다.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고 유한숙(당시 74세)씨에 대한 장례식이 22일 치러졌다. 고인은 밀양 송전탑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2일 집에서 음독했다가 나흘 뒤 숨을 거두었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이라며 '송전탑 공사 중단' 등을 요구하며 장례를 미루었다. 지난해 10월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던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9월 밀양 4개면 송전철탑 공사를 완료했다.

유족측은 송전탑 공사가 완료되자 "더 이상 장례를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장례를 치르기로 했던 것이다. 그동안 시신은 밀양농협 장례식장 냉동고에 보관해 왔고, 보관비용은 유족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가 부담해 왔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고 유한숙씨의 장례식이 22일 치러졌다. 사진은 밀양 영남루 맞은편에 있었던 시민분향소 때의 모습.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고 유한숙씨의 장례식이 22일 치러졌다. 사진은 밀양 영남루 맞은편에 있었던 시민분향소 때의 모습.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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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은 이날 오전 밀양 내이동 밀양농협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이날 장례식에는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과 한국갈등해결센터 이수호 이사장도 참석했다.

그동안 유족들은 청와대와 정부 등에 빨리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해달라며 호소문을 보내기도 했고,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와 한국갈등해결센터가 나서기도 했다.

또 영결식에는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대표인 김준한 신부와 위원들이 참석했고, 고인이 살았던 밀양 상동면 고정마을 강명숙 이장 등 주민들도 함께 했다.

영결식은 고인 약력과 조사, 유족 인사, 헌화, 조문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큰아들 유동환씨는 "아버지 유지를 잘 받들었어야 했는데 죄송하다"고 짧게 인사를 했다.

김준한 신부는 "유한숙 어르신께서 운명하신 지 322일만에 장례를 모시게 되었다, 고인은 대책위와 마을어르신들의 마음 속에 늘 아픔으로 슬픔으로 자리하고 있었다"며 "고인의 유지를 받든다는 뜻에서 송전탑과 에너지 정책에 올바른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백재현 한국전력공사 밀양특별대책본부장과 박기환 송변전건설처장이 참석해 헌화·조문했고, 유족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고인의 시신은 밀양시공설화장장에서 화장한 뒤 밀양 삼랑진 선산에 안장되었다.

고정마을에서 돼지를 키우던 고인은 축사가 송전탑 공사로 인한 보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해 송전탑 공사 반대 활동에 나섰다. 고인이 음독사망하자 경찰은 '송전탑 때문'이라 하지 않고 '복합적 요인'이라고 밝혀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국전력공사는 밀양 부북, 상동, 단장, 산외면에 송전탑 52기를 세우는 공사를 지난 9월에 완료했고, 지금은 전선을 연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태그:#밀양 송전탑, #유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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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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