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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발언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가운데,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 고심 중인 김무성 대표 청와대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발언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가운데,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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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옐로카드'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아니라 야당이었다.

청와대는 지난 21일 예고 없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개헌 불가피론'을 폈던 김 대표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논의된 공무원연금 개편안의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와중에 관련 질문을 받고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개헌을) 언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루 만에 "대통령께 죄송하다"라며 자신의 발언을 사과한 김 대표를 믿지 못한다는 뉘앙스였다.

김 대표는 맞대응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발언자가) 청와대 누구냐"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의 뜻을 이미 밝혔다,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집권여당 대표 군기잡기", "권위주의적 태도" 등 강경한 표현을 쓰며 청와대를 일제히 비판했다. 

박지원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모멸감 느낀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에서 여당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간섭하는 일, '감놔라, 배놔라'하는 일은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나 있었던 일"이라며 청와대를 비판했다. 그는 "개헌문제를 가지고 청와대나 대통령이 왈가왈부하는 자체가 자신이 가진 개헌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라며 "이는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도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 "소위 청와대 고위층 인사라는 말을 빌려가지고 집권여당 대표에게 그렇게 심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라며 "같은 정치권 국회의원으로서 모멸감을 느낀다"라고 지적했다.

박 비대위원은 "박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다고 볼 수 있나"는 질문에 "당연히 실려 있다"라며 "대통령게서 직접 말씀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비서실장이나 수석들이 소위 이름을 빼고 고위층 인사로 이렇게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답했다.

무엇보다 그는 청와대의 '경고'가 효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비대위원은 "김 대표가 바로 다음날 대통령께 사과하고 한 발 물러선 것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라며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론의 봇물은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실수라고 보지 않은 청와대가 잘 보았다"라며 "청와대가 그렇게 확인해주니까 개헌론이 더 확산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집권여당 대표가 이례적으로 사과까지 했는데 며칠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거론하며 경고하는 것은 개헌론의 확산 견제 때문이 아니라 집권여당 대표 길들이기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집권여당 대표를 마치 부하 군기잡듯 다루는 태도가 계속되는 한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정치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개헌이나 오픈프라이머리 이전에 새누리당이 가장 우선적이고 시급하게 해야 할 과제는 '수평적 당청관계의 회복'"이라고 꼬집었다.

공무원연금 개편안 처리 시기 놓고도 갈등 점화?

한편, 김 대표는 이날 역시 청와대의 반응에 대한 발언을 삼갔다. 이날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도 공무원연금 개편안에 대해서만 주로 얘기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개편안을 놓고도 당정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보인다. 김 대표는 이날 청와대와 원내지도부의 공무원연금 개편안 연내 처리 방침에 대해 "하는 게 중요하지, 그 시기가 중요하냐"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펼쳤다. 또 "공무원들이 뭔가 잘못된 것처럼 접근해서는 절대 안 된다"라며 "현재 제도는 공무원들이 박봉에 시달리고 까딱하면 임금동결할 때 시작된 설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공무원 연금 개혁안의 연내 처리 방침에 동의하냐"는 질문을 받고 이 같이 말했다. 다만, 김 대표는 "왜 그것 때문에 자꾸 나와 청와대를 싸움 붙이려고 그러느냐"라며 청와대와의 갈등설을 부인했다.


태그:#개헌론, #김무성, #청와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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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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