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전 고양 원더스 감독의 프로 복귀설로 야구계가 뜨겁다. '포스트시즌보다 김성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기저기서 김 전 감독 이야기다. 김 전 감독의 유력한 둥지로 한화 이글스가 꼽히고 있다. 그러나 한화 구단은 감독 선임 상황에 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구단 주변에서는 김성근 전 감독과 내부 인사인 이정훈 2군 감독, 한용덕 단장특별보좌역 등을 유력 후보군으로 보고 있다.

 한화이글스의 차기 감독은?

한화이글스의 차기 감독은? ⓒ wikimedia

더불어 구단주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전달된 감독 후보 리스트에도 이들의 이름이 포함됐다는 소문이 언론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 구단주는 기본적으로 구단 보고서에 근거해 신임 감독을 낙점한다. (물론 후보 리스트에 없는 특정 인사를 택해 하향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즉 구단이 판단하는 세 후보자에 대한 평가는 김 전 감독을 선호하는 야구팬들과 다를 수 있으며, 이는 감독 선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실제로 김 전 감독은 지난 21일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화로 간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한화에서는 전화 한 번 없었다"고 밝혔다. '태풍의 눈' 한화 감독 후보 3인을 '구단 입장에서' 장단점을 분석해 봤다.

#1. 김성근 전 고양 원더스 감독

 야신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이 2012년 12월 4일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유권자 초청 공개 강연 '대한민국을 감동케 하라'에서 일구이무(一球二無)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야신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이 지난 2012년 12월 4일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유권자 초청 공개 강연 '대한민국을 감동케 하라'에서 일구이무(一球二無)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장점]
무조건 성적이 나오는 지도자다. 2007년 중하위권을 맴돌던 SK 와이번스를 맡아 재임 5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을 3번 이끌었다. 또 만년 약체팀 태평양, 쌍방울 등도 김 전 감독 손을 거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해박한 야구 이론, 다양한 경험, 선수단을 장악하는 카리스마 등 팀 재건에는 이보다 더한 인물이 없다. 선수 육성에도 일가견이 있어 조련의 대가로 불린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3년 동안 프로 선수 22명을 배출했다. 한화의 전임 김응용 감독이 실패했던 성적과 선수 육성 모두 김 전 감독은 해낼 가능성이 크다.

[단점]
SK는 차기 감독으로 김용희, 두산은 김태형을 선임했다. 최근 구단들은 감독을 선택할 때 관리형보다는 소통형을 선호한다. 선수단은 물론 프론트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게 중요한 요소다. (물론 이 같은 소통이 과할 시엔 프론트 라인이라고 폄하되기도 한다)

이 점에서 김 전 감독은 한화 구단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김 전 감독은 현장에 관해서는 전권을 요구하는데 일례로 SK 시절에는 일본인 코치 기용, 전지훈련 일수 등을 놓고 구단과 마찰을 빚었다. 더욱이 한화는 프랜차이즈 출신 코치 비중이 다른 구단보다 높다. 이들은 구단이 향후 감독으로 키우려는 사람들인데, 김 전 감독이 말하는 전권에는 코칭 스태프 재구성도 포함된다. 한화는 2년 전에도 김 전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는데 코치 인선 등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2. 이정훈 한화 2군 감독

[장점]
2009년에서 2012년 한화 재단의 천안 북일고를 전국 최강팀으로 이끌며 주목받았다. 그 과정에서 학교에서 마련해준 아파트 대신 교내 컨테이너를 자신의 숙소로 삼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2013년부터는 한화 2군 감독으로 강경학, 장운호 등 일부 유망주를 키웠다. 선수 시절 '악바리'로 불렸는데 지도자가 된 이후에도 이를 중시하는 야구를 펼쳐 한화에 근성을 심어줄 적임자라는 평가다.

2년 전에도 이 감독은 한화의 감독 후보 중 한 명이었다. 당시 이 감독은 "친정팀 한화에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다"고 했다. 이 감독은 빙그레(한화 전신)의 전성기를 이끈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라는 점에서 구단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단점]
천안북일고를 정상으로 이끈 건 인정 받지만 전체적인 지도력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2012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았지만 홈 이점에도 5위에 그쳤다. 또 근거 없이 일본의 '부정배트 사용 의혹'을 제기한 뒤 '말 바꾸기'로 구설에 올랐다. 이때 리더십 문제가 나오며 당시 한화 감독 후보군에서 멀어졌다.

1군 지도자 경험이 적다는 점도 한화 입장에서는 조심스럽다. 최근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에 또다시 모험을 걸기가 쉽지 않다. 한화팬들이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이 감독 승격을 반대하는 이유다.

#3. 한용덕 한화 단장특별보좌역

[장점]
구단 의지만 보면 한 특보는 차기 감독직에 가장 가까이 있다. 선수, 코치, 프론트로 한화에서만 27년째 몸담고 있다. 경기 현장, 구단 행정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 한화의 외부 사령탑들이 하나같이 겪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실제 2012년 한대화 감독 경질 당시 한 특보는 감독 대행으로 팀을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온화한 성품과 리더십으로 선수단 내부에서 신망이 두터운 것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본인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선수들을 이해한다는 점이 큰 자산 중 하나이다. 1987년 빙그레에 배팅볼 투수로 입단해 각고의 노력 끝에 에이스로 거듭나 120승을 기록했다. 스타 출신 감독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속설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단점]
감독 선임은 결국 구단주 의지다. 내부 승격의 경우 구단에서는 한 특보가 우선순위로 거론되지만 그룹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실제 2년 전에도 한 특보는 감독 대행에서 승격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 팀에서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어떤 언질도 주지 않았다.

현재 야구계는 구단은 한 특보를, 그룹에서는 외부 인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7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 현실 앞에서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 같은 프랜차이즈 감독 성공 사례만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한 특보에게 2년 전, 대행 꼬리표를 떼지 못한 데 이어 또 한 번 불리한 상황이다.

모든 야인 등장한 2년 전 한화의 감독 선임
한화는 2년 전, 이맘때도 신임 감독 이슈로 야구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한대화 감독이 시즌 중인 2012년 8월 27일 경질되면서 프로야구는 잔여 시즌 내내 한화의 차기 사령탑을 놓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거론된 인사로는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조범현 한국야구위원회(KBO) 육성위원장, 김재박 KBO 경기위원 등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감독 교체를 고심 중인 팀들이 욕심을 낼 만한 인사들이었다.

그러나 한화 구단의 허술한 보안 등 매끄럽지 못한 일 처리로 대부분의 후보들은 영입설이 루머로 끝나거나 논란만 키웠다. 이는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는 날까지 계속됐다.

먼저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코치 인선을 놓고 한화와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제자인 한대화 감독의 잔여 임기 보장 역시 구단은 난색을 표했다.

이어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이정훈 천안 북일고 감독이 물망에 올랐는데 이 감독은 2012년 9월 세계청소년야구대회에서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나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해 후보군에서 멀어졌다. 한용덕 한화 감독대행의 승격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경험과 연륜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2012년 9월 중순에는 조범현 KBO 육성위원장이 차기 감독으로 낙점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넥센도 김시진 감독이 경질되면서 사령탑이 공석이었는데 넥센과 한화가 조 육성위원장을 놓고 경합 중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한화는 "수많은 후보 중의 한 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김재박 KBO 경기위원이 거론됐는데 실제 김 경기위원은 한화 관계자와 만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여기에 신임 운영팀장으로 과거 현대 유니콘스 시절 김재박 감독과 코칭스태프로 호흡을 맞춘 김종수 2군 수비코치가 임명되면서 김재박 감독 선임설은 무게감이 실렸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김응용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 이름이 등장하면서 한화의 차기 감독 인선은 다시 원점이 됐다. 김 전 사장은 8년간의 현장 공백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 같다 등의 발언을 하면서 한화 감독직에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마침내 2012년 10월 8일, 한화는 9대 감독으로 김 전 사장을 임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역대 감독 인선에서 이 해 한화만큼 루머가 많았던 경우도 드물다.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감독 후보군에는 언급될 수 있는 사실상의 모든 야인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 화려함(?)에 걸맞게, 가을 축제로 불리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 당일에, 야구 뉴스는 한화 보도 자료를 근거로 신임 감독 소식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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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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