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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은 21일, 청와대는 축하 선물로 '공개 경고장'을 보냈다. 

청와대는 이날 김 대표가 제기한 개헌론에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공개적으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김 대표가 "제 불찰"이라며 사과까지 했지만, 청와대가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당청관계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개헌론과 공무원연금 개편안 처리 등 쟁점 현안을 둘러싼 당청간 헤게모니 다툼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예고 없었던 기자간담회, 김무성 개헌론에 작심 비판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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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청와대의 반격은 사전에 내부 조율을 마친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예고 없이 청와대 춘추관 기자실을 찾았다.

이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19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논의된 공무원연금 개편안을 설명하면서 김 대표가 제기한 개헌론을 언급했다. 기자들이 개헌론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자 이 관계자는 김 대표 발언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는 "저희는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언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기자가 노트북으로 말을 받아치는 상황에서 개헌을 언급한 것은 기사화를 염두해 두고 말씀하신 것 아니냐, 그렇게 보는 게 정상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김 대표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개헌에 반대한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고 나선 것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개헌은 또 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할 것"이라며 개헌 불가론을 밝힌 바 있다.

이 관계자의 발언에서는 또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시작될 것을 걱정하는 투로 이야기한 것이다",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개헌 논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던 김 대표의 진정성 역시 믿을 수 없다는 속마음도 엿보였다. 그만큼 김 대표가 꺼낸 개헌론에 박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심기 반영했나... '김무성 단속' 나선 청와대

취임 100일 맞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취임 100일 맞은 김무성 대표 취임 100일 맞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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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언급은 '기자들이 노트북으로 발언을 받아치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 관계자가 김 대표를 겨냥해 내놓은 발언을 뒤집으면, 청와대도 이날 발언이 기사화 될 것과 그 파장을 충분히 계산하고 작심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 이날이 김 대표의 취임 100일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청와대와는 다른 길을 가려는 김 대표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여당 단속에 나섰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반격에 김 대표는 말을 아꼈지만 불쾌한 기색은 역력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에게 사과의 뜻을 이미 밝혔다"라며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고위 관계자가 등장하는 익명 보도를 두고 "청와대 누구냐"고 되묻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는 못했다.

김 대표가 '확전'을 자제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과의 갈등은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무원연금 개편, 담뱃값 인상 등 청와대가 역점을 두고 있는 현안을 둘러싼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추진해 온 공무원연금 개편만 해도 청와대는 여당에 '연내 처리'를 요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지만 여당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개헌론은 시한폭탄... 산적한 당청 갈등 요인들

김무성 대표는 "정부가 연내에 처리하자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며 "정부냐 당이냐 서로 미룰 일이 아니고 여야도 따로 없다. 진지한 대화를 통해 모두가 같이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내 처리를 위해 노력은 하겠지만 공무원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야당과의 협상 상황을 지켜보면서 처리 시기는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여당 내 분위기를 반영한 듯 지난 19일 열린 당정청 회의 내용과 관련해 공무원연금 개편안을 내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는 곧바로 '연내 처리'라고 반박하고 나서는 등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담뱃값 인상 등 증세 문제 등을 놓고도 현재 권력인 청와대와 선거를 염두에 둬야 하는 여당이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개헌 문제는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청와대의 강력한 반격으로 여당 내 개헌론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가겠지만 정기국회가 끝나면 여의도 정치권의 개헌 논의는 만개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재격돌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태그:#김무성, #청와대,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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