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프로야구 정규리그가 끝나고 포스트시즌도 아직 1경기 밖에 치르지 못한 시점에서 4강 탈락팀들의 감독 교체가 이어지고 있다. 2년 연속 8위로 시즌을 마감한 기아 타이거즈는 예상 외로 계약이 끝난 선동열 감독과 2년 재계약 했지만, 7위를 기록한 롯데 자이언츠의 김시진 감독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지난 17일 자진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임기 1년을 남기고 물러나게 됐다.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SK 와이번스의 감독직(전 이만수 감독)은 김용희 육성총괄에게 돌아갔으며, 역시 김응룡 감독과의 임기가 만료된 한화 이글스도 감독 교체를 밝힌 상태다. 그리고 21일, 임기가 1년 남았기에 감독 교체 여부가 불확실했던 두산 베어스가 송일수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SK 배터리 코치였던 김태형 감독과의 2년 재계약을 발표했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11월 27일 계약 기간을 1년 남겨둔 김진욱 감독을 갑작스럽게 경질하고 송일수 감독을 제9대 사령탑으로 선임한 적이 있다. 작년 두산 베어스는 정규시즌 4위의 성적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1위 삼성라이온즈와 경기에서 4차전까지 3승 1패를 기록해, 우승까지 1승만을 남겨두었지만 5,6,7차전을 내리 패하며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이런 성적을 기록한 감독을 경질했으니 야구계에서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구단은 승부사 기질 부족이라는 표면적 이유를 내세웠지만 과도한 프런트 개입이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구단의 선택은 틀렸음이 증명됐다. 일본식 야구의 세밀함을 기대했지만 빠르고 공격적인 야구라는 두산의 색깔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송일수 감독은 '가을 야구' 단골 손님으로 자리 잡은 두산 베어스를 7위로 만들어 놓았다(두산 베어스의 4강 탈락은 2011년 이후 3년 만이며 1995년 이후 20년 동안 14번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무엇보다 한국어를 못하고 일본어만 사용했던 송일수 감독은 선수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 작전 지시에 있어서 실수도 잦았고 선수단 장악력도 보이질 않았다. 결국 구단도 임기 만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경질하면서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한 꼴이 되었다. 역시 이번에도 감독 임기를 충분히 보장해 주지 못한 구단에 대한 비난 여론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번 송일수 감독의 경질은 1년 전 김진욱 감독의 경질과는 분명 다르다. 일단 성적이 좋지 않았고 언어 소통의 문제도 있었다. 아무리 팀 내 통역관이 있다 하더라도 감독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렇다 보니 결정적인 순간, 팀은 중심을 잡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성적이 좋았던 두산 베어스가 중반 들어 성적이 처졌고 반등의 기회조차 잡지 못하였다. 선수 기용이나 교체 타이밍도 모호했고 납득하기 힘든 경기의 수도 늘어났다.

결정적으로 2군 감독을 하면서 줄곧 지켜봤을 김동주 선수를 '때가 안 됐다'는 이유로 1군 무대에 한번도 불러들이지 않으면서 팬들의 불만 또한 점점 쌓여만 갔다. 이러면서 올 시즌 1군 경험이 처음인 송일수 감독의 능력에 의구심만 더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송일수 감독이 계속해서 1군 감독직을 이어가기엔 여러모로 무리였을 것이고 교체를 해야만 했을 것이다. 김승영 두산 사장 역시 21일 박동희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즌 전반기가 끝난 뒤부터 감독 교체를 오랫동안 검토했고 즉흥적인 것은 아님을 시사했다.

"전반기가 끝나고 수석코치, 1군 투수 코치, 불펜 코치를 바꾼 적이 있다. 구체적이진 않았지만, 그때 고민을 처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번째 고민은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 휴식 기간이었다. 당시 우리가 4위 LG에 2경기 차로 뒤지고 있었다. 휴식 기간이 끝난 뒤 남은 경기를 잘 풀면 순위가 바뀔 수도 있었다. 하지만 4연패로 수세에 몰렸다. 그때 '이건 아닌데'하고 생각한 건 구단만이 아닐 거다. 그리고 결정적이었던 건 잠실 LG전이었다(10월 11일). 우리가 LG에 2대 15로 대패했다. 그때가 우리의 4강행이 물 건너간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송일수 감독이 경질되고 새롭게 선임된 신임 감독은 올 시즌 SK 배터리 코치였던 김태형이란 인물이다. 김태형 두산베어스 제10대 사령탑은 1967년생으로 1990년 OB(두산의 전신)에 입단해 2011년까지 22년간 두산에서 포수와 배터리 코치로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이다.

포수 시절 뛰어난 리드와 영리한 플레이로 1995년과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던 김 감독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진 두산 주장을 맡아 훌륭한 리더십으로 3년 동안 매번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구단은 감독을 김태형 감독을 선임하면서 무엇보다 두산 베어스 구단의 문제점을 가장 잘 파악하고 성실하게 팀을 재건할 수 있는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팀의 사정을 잘 알고 두산 베어스의 잃어버린 색깔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든다. 두산 베어스는 최근 4년 동안 무려 5명째 감독이 교체되었다. 프런트의 강한 입김이 작용하면서 임기를 못 채운 감독이 2명이나 된다. 구단의 선택이 오로지 팀을 위한 결정이었음을 증명하는 일은 이제 신임 감독 김태형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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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블로그 <소리없는 영웅의 깜냥>(http://hush-now.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두산베어스 송일수 경질 김태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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