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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세월호 선원 28차 공판에선 유족과 생존자 등 16명이 마지막으로 피해자 진술을 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세월호 참사가 여전히 진행중이란 걸 알려준다. <오마이뉴스>는 이 가운데 몇몇 발언을 가감없이 소개한다. [편집자말]
4월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SEWOL)가 침몰되자 해경 및 어선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자료사진)
 4월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SEWOL)가 침몰되자 해경 및 어선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자료사진)
ⓒ 전남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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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만 있다 보니 방송이나 인터넷을 보면 너무 얼토당토 않은 내용도 나오고, 5분 내 (다 빠져) 나올 수 있었다는 말도 있고… 제가 보기엔… 아무도 겁에 질려 움직일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따지고 보면 죄인입니다. 아직 죄책감에 살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더 끌고 나오지 못했다는 생각에 지금은 정신과 약도 안 통합니다. 수면제도 안 들고, 안정제도 안 듭니다. 눈만 감으면 배 창가의 승객들이 창문 두드리는… 것이 보입니다. 왜 학생들을 끝까지 구하지 못했나….

우리 작은 딸이 "아빠 왜 남들처럼 그냥 나오지 구조를 해서 고통 받느냐"고 했습니다. 딸은 고교 2학년입니다. "만약 너가 거기 있으면 어떻게 나오겠느냐"고 했습니다. 정작 나오고 보니 세상은 참 힘드네요. 구청이든 뭐든 '안 된다, 안 됩니다, 기다리세요' 합니다. 병원비도 이제는… 약만 먹다보니 위와 장이 쓰렸는데 연관이 없다고 해서 그 비용 108만 원도 제가 계산했습니다. 살았지만 이후의 고통은… 생존자들은 밖에 나가지도 않고 세월호를 탔다고 하지도 않습니다. 저처럼 얼굴 나온 분들은 방에만 있습니다. 생존자들끼리 연락도 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따지고 보면 뭐라고 더 이야기할 것도 없고, (선원들이) 될 수 있으면 정직하게, 정직한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선장이 살인자면, 해경도 살인자"

너무 죄송해서 떨려서 이야기를 못했는데 화물 기사들도 생계가 막막합니다. 다른 분들은 자살을 하려고 한답니다. 저도 어제 자살을 하려고 했습니다. 한라산에서 뛰어내리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정신적으로 힘듭니다. 아침마다 바다에 나가 학생들 헛것을 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배에서 나오면서 어느 분께 말했습니다. 해경과 선원에게… 배 안에 200~300명 있다고, 구해달라고. 해경은 특공대가 간다고 걱정 말라고 했고, 선원은 어디론가 휴대전화로 전화만 했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대한민국입니까? 국민을 생각하는 해경입니까? 국가가 우리한테 해준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다리라, 안 된다만 합니다.

제 와이프는 엊그제 암 종양을 떼어 냈습니다. 남편이 너무 막 죽으려고 하니 와이프가 원래 몸도 안 좋지만 더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것들이 다 세월호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일이 왜 있었는지, 교회 다녀서 하나님한테 따집니다.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저도 내년 4월이면 집 사고, 빚 갚으려고 했는데 손이 '병신'이 됐습니다. 왼손을 쓰지 못합니다. 이걸 누가 보상해 줍니까.

세월호가 아니면 이런 일이 왜 있었겠습니까. 아들도 있고, 동생도, 부모도 있을 텐데, 어느 한 분이라도 옳은 이야기를 해주세요. 해경이 저한테 와서 뭐라고 한 줄 아십니까? "선장이 살인자죠?" 이랬습니다. 선장이 살인자면, 해경도 살인자입니다. 나도 살인자입니다. 어느 한 분이 진정한 이야기를 하면 끝날 텐데, 생사람이 생사람을 잡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도 생각해 주십시오. 판사님께 감사하고, 떠들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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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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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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