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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세월호 선원 28차 공판에선 유족과 생존자 등 16명이 마지막으로 피해자 진술을 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세월호 참사가 여전히 진행중이란 걸 알려준다. <오마이뉴스>는 이 가운데 몇몇 발언을 가감없이 소개한다. [편집자말]
2학년 8반 이승민 엄마입니다. (그동안) 내 아들 승민이랑 둘이서 살아왔습니다. 조금은 부족했지만 아들과 전 서로 의지하며 여느 가정 못지않게 즐겁고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때로는 힘들고 지친 몸으로 퇴근해 집에 들어서면 (승민이는 제) 입술에 뽀뽀하며 "어머니! 잘 다녀오셨어요?" 하면서 안아주곤 했습니다. 내 아들 승민이가 항상 옆에 있어 난 힘든 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그런 내 아들이 수학여행을 갔습니다. 학창시절 마지막 수학여행이기에 엄마인 저도 덩달아 좋아하면서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사주고, 먹이고, 가방에 가득가득 넣어 보냈습니다. 그렇게 떠난 수학여행길, 다시는 돌아오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수학여행길이 됐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몸이 약합니다. 자주 아프고 잘 쓰러지고, 조금만 먹어도 가슴이 아파 마음껏 제대로 먹지도 못합니다. 이런 엄마를 잘 알기에 승민이는 엄마가 항상 먼저였습니다. 내 아들은 열이 40도를 오르락내리락 해 아파도 말을 안 하고 내색도 안했습니다. 엄마 맘을 먼저 헤아리던 아들 승민이….

처음 사고 소식 듣고 그저 꿈일 것이라 믿었습니다. 전원구조 속에 많이 놀랐을 내 아들을 데리러 체육관으로 달려갔지만 내 아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체육관 바닥에서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진도 앞바다를 향해 내 아들 이름을 불러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 내 아들은 대답도 없고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4월 15일 수학여행길을 떠나 4월 23일에 싸늘한 주검으로 왔습니다. 4월 26일 뜨거운 불 속에서 작고 여린 몸을 불태우고, 하얀 백골이 되고, 꿈과 함께 한 줌 재가 돼서야 내 가슴에 안겼습니다. 이렇게 내 아들 장례 치르는 중에 모르는 사람들이 조문을 오곤 했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왔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내 아들을 보내고 난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서 자기 전에 기도를 합니다.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뜨지 않게 해달라고….

그러나 난 숨을 쉬며 살아있습니다. 내 아들의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힘도 없고, '빽'도 없습니다. 조사를 할 수도 없습니다. 선장과 선원을 만나볼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전국을 달리며 서명을 받는 일 뿐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이 기꺼이 다가와 서명해주고 눈물 흘리며 같이 아파하고 우리를 안아줬습니다.

"누가, 왜, 우리 아들딸을 죽였습니까"

가슴 설레며 떠난 수학여행, 그리고 세월호 침몰…. 고2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아이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은… 이 아이들이 왜… 왜…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너무도 궁금합니다. 그 이유를 알고자 국회로, 청와대로 달려갔습니다. 단지 그 이유를 알고자 할 뿐인데 정부와 대통령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것이 단지 단원고 학생의 일일 뿐인가요?

이준석 선장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내 아들, 승민이가 저 차디찬 바다 맹골수도에서 어른들도 견디기 힘든 공포 속에서 서서히 죽어갔습니다. 내 아들과 수백 명이 함께 죽어갔습니다. 당신들로 인해 그렇게 모두가 죽어갔습니다. 그러나 살인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당신의 가족에게 살인자 아버지, 할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아서겠죠.

그러면 누가, 왜, 우리 아들 딸들을 죽였습니까. 아들 딸… 죽고 없는데 죽인 자는 없다고 합니다. 당신들이 죽을까봐 속옷 차림에 발가락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탈출할 때 아이들은 고통 받고 죽어갔습니다. 그렇게 무섭고 겁이 났습니까? 누구보다 먼저 그렇게 살아나와 지금은 행복들 하십니까? 수백 명의 학생이 그 배에 타고 있던 사실을 정말로 몰랐습니까? 선장과 선원들의 가슴에 심장이 있습니까? 그 심장에는 피가 흐르고 있습니까?

우리는 이제 아들 딸을 볼 수도 없습니다. 난 누구를 위해 살아야 합니까. 내 꿈이자 희망이자 생명이었던 아들은 그렇게 갔는데, 난 앞으로 누굴 위해 살아야 합니까. 누굴 위해 일을 해야 합니까. 다시 한 번 이준석 선장에게 선원에게 묻고 싶습니다. 누가, 왜, 내 아들, 우리 딸들을 죽게 했는지. 이것은 사고도, 살인도 아닌 학살입니다.

판사님. 저는 정치도 모르고, 법도 모르는, 그냥 우리 아들만 열심히 키운 어리석은 엄마입니다. 못난 엄마가 판사님께 묻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누가 죽였는지, 누가 학살을 했는지, 합당한 벌을 내려주십시오. 아들 잃은 엄마의 마지막 부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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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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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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