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라이프 앤 타임

밴드 라이프 앤 타임 ⓒ 해피로봇레코드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라디오 에디트'(Radio Edit)라는 게 있다. 시간의 제약이 있는 라디오의 특성상, 러닝타임이 긴 원곡을 의도적으로 시간을 줄여 편집한 버전을 이르는 말이다. TV 음악방송도 마찬가지다. 많은 팀이 출연해야 하는 탓에 한 팀에게 주어진 시간은 3분 남짓이다. 이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곡을 방송 길이에 맞춰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치면 밴드 라이프 앤 타임의 EP 앨범에는 '방송하기 참 어려운' 곡들만이 들어차 있다. 가장 짧은 곡이 4분 2초고, 가장 긴 곡은 6분 38초에 이를 정도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지만 곡 길이는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곡이) 길어졌다"는 이들은 "대중음악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예술을 하겠다는 건데, '라디오에 틀어지기 위해 4분에 맞출 거야!', 그건 멋없는 일인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길게도 느껴질 법한 이 시간을 채운 것은 멤버들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는 연주다. 1986년생 동갑내기로, 어렸을 적부터 친구였던 밴드 로로스의 기타리스트 진실과 칵스의 베이시스트 박선빈, 그리고 재즈 드러머 임상욱이 모여 만든 이 밴드는 마치 각자의 악기를 무기로 겨루기라도 하듯 엄청난 기세의 연주를 선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모습 또한 서로의 실력을 누구보다 믿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연주력이 좋다는 게 밴드로서는 좋은 자양분이 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 이들은 "이것이 바로 라이프 앤 타임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스타일"이라고 정의했다. 임상욱 역시 "앨범에서의 퀄리티를 라이브에서도 그대로 (관객에) 들려 드려야 하니까, 아무래도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확실히 작품성을 높이는 데 세 사람 모두 자존심을 크게 세우는 편이에요. 잘 들어보시면 셋이 (악기로) 싸우는 게 느껴질 정도니까요. 그런 요소들이 저희의 좋은 점인 것 같아요. 한 멤버가 특출나서 다른 연주자들의 기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으로 싸우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거든요.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강조하려 해요. 그게 저희가 해야 할 일 같기도 하고요." (진실)

BBC 다큐 보다 지은 밴드 이름..."우리를 소박하게 이야기해보자는 뜻"

  밴드 라이프 앤 타임

밴드 라이프 앤 타임 ⓒ 해피로봇레코드


'삶'과 '시간'이 담긴 밴드명은 BBC 다큐멘터리의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이치를 아우르는 노래를 만드는 건 아니다"(박선빈)라는 이들은 "커다란 주제를 평범하게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며 음악적으로도 우리를 일상적으로, 소박하게 이야기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진실)고 했다.

각자 따로 활동하는 분야가 있거나 적을 두고 있는 밴드가 있지만, 라이프 앤 타임을 통해 또 다른 갈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는 이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들이 태어난 해이기도 한 1986년 아시안 게임에서 서선앵 선수가 평균대 금메달을 따는 영상을 바탕으로 만든 타이틀 곡 '호랑이'는 일상에서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라이프 앤 타임 멤버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또 "이 노래는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라고 전한 진실은 "좋은 곡을 만들기 위해 행운만 기다리는 스스로를 느끼면서, 다시 한 번 나를 응원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박선빈 또한 "'호랑이'는 '너희 모두 호랑이가 되어야 해'라는 노래라기보다는 '너희도 호랑이가 될 수 있어'라는 노래"라며 "음악을 통해 교훈을 주거나 메시지를 주는 밴드도 물론 있겠지만, 우리는 결과물을 통해 뭔가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 듣는 사람들이 해석하고 싶은 대로 해석하는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라이프 앤 타임'이라고 밴드 이름을 붙인 후에, '시간'과 '삶'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돼요. 저희는 언제까지나 완성본이 아닐 거예요. 성장하는 과정이니까…." (박선빈)

"라이프 앤 타임은 결국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와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이에요. 그걸 친구들끼리 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거고, 지금 이 시기에 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도 부족한 모습이 많이 보여요. 공연 영상이 올라온 걸 보면 죽을 것 같아요. (웃음) 완성된 모습, 완벽히 만족할 수 있는 무대를 빨리 만나고 싶어요." (진실)

라이프 앤 타임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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