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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기문의 뜻은 '이 문에 들어 서는 사람으로 하여금 새롭게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라는 뜻이 있다.
▲ 채미정을 들어서는 입구의 흥기문 흥기문의 뜻은 '이 문에 들어 서는 사람으로 하여금 새롭게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라는 뜻이 있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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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완연히 익어가는 화창한 날씨의 일요일 오후, 아이들과 함께 금오산 채미정에 들렀다. 채미정은 얼마전 '금오산명소탐방기'로 내용을 취재해 올렸던 곳이다.

고려말의 충신인 야은 길재 선생의 충절과 올곧은 선비의 기개가 서려있는 채미정은 나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곳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장래에 대해 관심이 많고 걱정이 많은 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함께 채미정 내를 둘러보며 숭고한 옛 사람의 정신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최근에 취재를 했던 곳이고 이곳의 유래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던 터라, 순서대로 채미정 내를 둘러보게 하며 마치 내가 문화해설사인 것 처럼 막힘없이 술술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아이들도 관심을 가지며 귀담아 듣는 자세를 보였다.

채미정은 야은 길재 선생이 벼슬에 나가지 않고 고향에서 은거 생활을 한 것을 중국의 충신 백이 숙제가 고사리 캐던 고사에 비유해 이름을 지은 것이라고 한다.
▲ 채미정 앞에 선 아이들 채미정은 야은 길재 선생이 벼슬에 나가지 않고 고향에서 은거 생활을 한 것을 중국의 충신 백이 숙제가 고사리 캐던 고사에 비유해 이름을 지은 것이라고 한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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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미정 앞에 서서 아이들에게 질문을 해보았다.

"이곳이 무엇을 하던 곳이었을까?"

알턱이 없는 아이들에게 상상과 호기심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 해 본 질문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낳설은 건축물이고 놀이터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는 곳이다.

현판에 써인 '채미정'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거꾸로 읽어야 하고, 캘 '채'자와 고사리 '미'자라는 해설을 덧붙여 아빠가 상당히 유식한 사람인양 의기양양하게 말을 이어갔다.

"고사리 알제? 고사리!"
"아하! 그거!"
"볶아 먹으면 맛있겠다."

먹을 것이 없을 때는 자연에서 먹거리를 찾는 선조들의 지혜와 고사리를 뜯어 먹으며 검소하게 살던 길재 할아버지의 사연을 얘기해 주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진 않았고 '채'자와 '미'자만 머리에 되새길 수 있도록 지나쳐 왔다.

옆에 있는 구운제는 옛날 학생들이 선생님 앞에 공손히 앉아 공부를 하던 곳이었고 예의를 엄숙히 지켜야 하는 곳이라는 설명을 해줬다.

마루 위로 올라가 공손히 앉아 공부하던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주문했다.

집안에서 하는 예절 교육보다 옛 고택에서 하는 예절 교육이 효과가 있어 보인다.
▲ 옛날식 예의 범절을 경험하는 아이들 집안에서 하는 예절 교육보다 옛 고택에서 하는 예절 교육이 효과가 있어 보인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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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어른스럽게 앉아 옛적의 분위기를 느껴 보려는 양 아이들도 조금 진지했다. 옆에 잠겨진 방문 앞에 아들은 서성거리며 관심을 보였다. 

고택의 특유의 빛바랜 나무의 색깔이고 아이들에게 무서운 옛날 얘기를 떠올리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방문 함부러 열면 도깨비 나온다."

아들과 딸은 이내 호들갑을 떨며 무섭다며 나가자고 한다.

채미정 뒤편에 있는 길재 선생님을 기리는 경모각으로 가 길재 할아버지의 모습이라며 그림을 보게 한 뒤, 공손하게 인사를 드리는게 어떨까냐며 제안을 했다.

딸은 자신의 특기라며 예의바르게 공손히 절을 했고 사뭇 진지하게 예을 갖춰 인사드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스러워 보였다.

고향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절 드리는 습관이 밖에서도 잘 적용 되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용돈이 안나올 뿐이다.
▲ 공손히 길재 할아버지께 절을 드리는 아이들 고향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절 드리는 습관이 밖에서도 잘 적용 되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용돈이 안나올 뿐이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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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모각 밑에 있는 베롱나무의 이름도 알려주며 '길재 유허비'의 유래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아직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고려말의 높은 충절과 고매한 학덕을 가진 인물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다소 어려울 수 있어, 앞으로 책을 많이 읽고 역사 공부를 하게 되면 더욱 자세히 알 기회가 올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더불어 유허비에 적힌 한자를 아들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해 보았다. 물론 읽을 순 없었지만 한자공부를 해야 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게 해준 자리였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우리네 문화유산이 있는 곳이다.

마당의 채미정을 들어오는 입구인 흥기문 옆에는 1768년(영조임금 44) 채미정 건립당시 심겨진 네그루의 기념식수 가운데 하나인 246살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 팽나무가 있다. 경북환경연수원에서 노거수(老巨樹)의 신비함에 대해 배운게 떠올라, 아이들에게 무엇인가 얘기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오래된 나무는 영험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 나무에 손을 대면 나무가 쉼쉬는 것도 느낄 수 있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얘기를 했더니 아이들은 또 한번 진지한 마음으로 무엇인가 소원을 빈다.

구미시 정순애 문화해설사에게 물어보니 팽나무의 유래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 약 246살 된 팽나무 구미시 정순애 문화해설사에게 물어보니 팽나무의 유래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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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나이보다 훨씬 오래 산 나무라서 사람들은 노거수의 영험함을 믿는가 보다.
▲ 순수한 마음으로 팽나무에게 소원을 비는 아이들 인간의 나이보다 훨씬 오래 산 나무라서 사람들은 노거수의 영험함을 믿는가 보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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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처음 흥기문을 지나올 때 문을 지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유래부터 설명했는지라, 아이들은 행운이 많이 찾아 올 거라며 신나는 모습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에게 이날 보고 듣고 경험 것에 대해 복습하는 의미에서 채미정에 누가 살던 곳이냐고 되물어 보며 즐겁게 이곳을 나선다.

마지막으로 채미정 밖의 길재 선생이 쓰신 '회고가'가 적혀 있는 큰 바윗돌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낭송을 질하는 고모처럼 멋지게 낭송을 해보자며 소리내어 읽은 뒤 채미정 답사를 마무리했다.

우리네 문화유산은 살아있는 교과서다.
▲ 야은 길재 선생의 회고가를 따라 읊는 아이들 우리네 문화유산은 살아있는 교과서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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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책상 머리 앞에 앉아 책만 들여다 본 역사이야기와 실제로 밖에서 체험하며 듣는 역사이야기는 그 깊이가 다르다.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문화유적지는 옛 시절 사람들의 발자취와 정신이 남아 있는 곳이기에 아이들에게 훌륭한 교육장소로서 그 가치가 드높다 할 수 있다. 딱딱한 교과서 역사 공부보단 살아있는 산 역사 체험이 훨씬 그 감동이 남다르다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아이들이 오감(五感)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이유에서다.

다소 바쁜 일상일지라도 짬을 내어 아이들과 함께 많은 문화유적지를 가보길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유통신문>과 <한국유통신문>의 카페와 블로그에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금오산 채미정, #채미정 구운제, #한국유통신문 오마이뉴스 후원, #구미김샘수학과학전문학원 수학무료동영상 강의, #오언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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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빨간이의 땅 경북 구미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네 일상을 기사화 시켜 도움을 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힘이 쏫는 72년 쥐띠인 결혼한 남자입니다. 토끼같은 아내와 통통튀는 귀여운 아들과 딸로 부터 늘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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