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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연합뉴스) 우영식 권숙희 기자 = 보수단체가 오는 25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하기로 해 지역 주민과 상인들이 직접 저지에 나서기로 했다.

또 같은 시각 진보성향 시민단체도 현장을 찾아 반대 집회를 열기로 했다.

지난 10일 연천에서 벌어진 총격사건 뒤 보름 만에 열릴 대북전단 살포 행사에 이처럼 충돌이 예상돼 경찰도 원천봉쇄에 나서야 할지를 고심하는 분위기다.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등 보수성향 단체는 오는 25일 오후 1시 임진각에서 전단 4만∼5만 장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띄워 보내겠다고 예고했다.

21일 단체가 미리 공개한 대북전단에는 '산더미 같은 대북지원 쌀이 다 어디로 가고 북 주민이 굶어 죽고 있나'라면서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과 '독재자의 비참한 최후'라는 제목으로 후세인과 카다피의 사진 등이 실렸다.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대표 최우원 부산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60년 동안 (분단으로 인한) 불안 속에서 살아왔는데 지레 더 겁먹을 필요가 없다"면서 살포 강행 의지를 나타냈다.

최 대표는 2007년 부정개표를 통해 가짜 대통령을 당선시켰다며 중앙선관위를 형사고발하고, 2012년엔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한 보수 논객 홈페이지에 실명으로 '종북좌익을 진보라 부르는 언론을 비판하라'는 과제를 올리도록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강경 보수 인사다.

그러나 지난 10일 대북전단을 향해 북한이 사격해 연천지역 주민들이 한때 대피하고 지난 19일에도 파주지역 군사분계선(MDL)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등 무력위협 사례가 잇따르자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등은 대북전단 살포를 직접 저지하기로 했다.

파주지역 민통선 마을인 백연리 통일촌 이완배 이장은 연합뉴스에 "생존권을 위협받은 주민들이 트랙터를 몰고 나가 행사를 못 하게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근 마을인 대성동 김동구 이장도 "안보를 이유로 희생하면서 사는 주민들이 불안해서 농번기에 농사일도 제대로 편안히 못 하는 상황"이라면서 "우리가 편안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국가에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외식업중앙회 파주시지부도 대북전단 살포에 반대한다는 플래카드를 여러 곳에 내걸었고 오두산통일전망대 인근 식당과 임진각관광지의 상인들도 행사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한 파주시 주민은 "탈북자단체도 주민 생존권을 고려해 적어도 당분간 공개적 전단살포를 자제한다고 하는 마당에 대학교수 등이 대표로 있는 단체가 막무가내식 행동을 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정치적 쇼"라고 주장했다.  또 진보 성향의 파주지역 시민단체도 임진각과 근처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대북전단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로 하고 이미 신고를 마친 상태다.

파주시민모임 회원 100여 명은 25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두 곳에서 '대북전단 살포 중단 및 한반도 평화기원 집회'를 개최한다.

한편, 이날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경찰이 필요한 안전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힘에 따라 경찰이 실제로 행사를 저지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 측이 행사를 막을 근거가 없다고 했던 전날의 태도를 바꾸어 말하고 정부 차원의 공식 지침도 없이 경찰에 공을 넘긴 셈이어서 내부적으로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5월 북한의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 행사를 원천 봉쇄한 적이 있다.

또 2012년 10월에는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의 행사를 임진각 상인과 지역 주민들이 막았었다.

경찰 관계자는 "북한 움직임 등 실제로 주민 위험 발생이 우려되면 행사를 막을 수 있다"면서도 "행사 하루나 이틀 전에야 내부 방침이 정해질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행사지역을 관할하는 군 관계자 역시 "작전지역이 아닌 민간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군이 나서 삐라 살포 여부에 개입할 수 없다"며 "돌발 상황을 대비해 북측 동향을 주시하며 비상 대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경찰과 군은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시민단체 스스로 무리한 대북 전단 살포를 자제해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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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북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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