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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식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대한석탄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고정식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대한석탄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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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도 까도 나오는 양파 같은 부실한 해외자원개발사업 전체에 대한 청문회를 통해 MB정부 5년간의 해외자원개발사업 그 공과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오영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국정감사에서 한 말이다. 청문회 요구가 불가피할 만큼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의 '호갱' 해외 자원 개발 사업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미 광물공사는 부도났던 멕시코 볼레오 동광개발사업에 2조 원을 투자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은 바 있다(관련기사 : 망한 사업에 2조 원 투자... MB식 자원외교 '글로벌 호구').

이날 국감에서 드러난 사례도 만만치 않았다. 광물공사는 사업성이 낮다고 평가된 유연탄광 사업에 분석 결과를 조작해 투자를 강행했다. 심지어 '페이퍼컴퍼니'에 속아 5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날리고 1000억 원이 넘는 '바가지'를 쓰는 경우까지 있었다.

'자원외교'를 앞세운 이명박 정부가 '자주개발률'을 주요 평가 지표로 삼으면서 발생한 총체적인 난국인 셈이다. 이미 광물공사를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 3사(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공사)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69개 사업에서 22조 4286억 원을 날린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관련 기사 : MB, 자원외교로 22조 원 날렸다)

탄광 사업성 분석 결과 '조작'하고 페이퍼컴퍼니와 계약

오영식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광물공사가 2010년 진행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블락플라츠(Vlakplaats) 유연탄광 개발사업에 187억 원을 투자했다가 176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라고 지적했다.

투자금의 90% 이상을 날려먹은 셈이다. 특히 광물공사는 외부 전문기관의 부정적인 사업성 분석 결과에도 투자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주개발률'을 높이기 위해 사업성보다 실적에 목을 맨 결과다.

오 의원에 따르면, 광물공사는 2010년 자체 분석 결과, 남아공 유연탄광 사업성을 높게 판단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광물공사가 남아공 현지의 외부 전문기관인 'SRK'에 의뢰해 받은 기술실사 결과는 달랐다. SRK의 실사 결과, 해당 탄광의 원탄 탄질이 최초 예측한 탄질과 현저한 차이가 있어 사실상 사업성이 없었다. 해당 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해야 할 상황이 닥친 셈이다.

그러나 광물공사는 '조작'을 택했다. 오 의원에 따르면, 광물공사는 이사회 사후 승인을 조건으로 본 계약을 체결한 뒤에 공사 내부의 투자심의회에는 조작된 탄질 수치를 보고해 투자 승인을 받아냈다.

두 차례 진행한 현장 실사도 허술했다. 오 의원은 "광물공사는 두 차례나 현장 실사를 다녀왔는데도 2008년 제정된 남아공 '습지법'에 따라 블락플라츠 지역 내 개발 가능한 지역이 전체 면적의 반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광물공사가 인도네시아 카푸아스 유연탄 개발사업을 진행하며 페이퍼컴퍼니에 속아 320억 원을 날리게 될 처지에 놓였다"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광물공사는 2011년 9월부터 2014년 6월 현재까지 총 320억1000만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2014년 6월 카푸아스 탄광의 순 자산가치는 266억18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카푸아스 탄광은 산림훼손허가를 얻지 못해서 아직까지 삽도 못 떠봤다. 즉,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53억9200만 원을 날린 셈이다.

이에 광물공사는 카푸아스 탄광 지분 일부를 환매하기로 결정했다. 사업 파트너인 PGWC가 계약기간 내에 산림훼손허가를 얻지 못하면서 투자금 중 일부를 회수하려 한 것이다. 공사는 이를 통해 5회에 걸쳐 약 292억 원을 회수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 PGWC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주소지가 있는 '페이퍼컴퍼니'라는 점이다.  추 의원은 "광물공사의 대면보고 결과, PGWC의 핵심 대주주인 Benny는 한 번에 292억 원을 상환할 능력이 없어 분활 환매를 요청한 것"이라며 "그러나 사실상 이마저도 불가능해 보인다, 이미 광물공사도 (페이퍼컴퍼니인 PGWC에게 환매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소송까지 대비하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광물공사는 환매 또는 회수를 못하더라도 광업권은 가지고 있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 인도네시아 탄광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산림훼손허가"라며 "광업권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1578억 원 바가지 쓴 것도 모자라 '불법 로비스트' 활용 의혹까지

전순옥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광물공사가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광산을 소유한 캐나다 기업 '파웨스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무려 1578억 원의 바가지를 썼다"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광물공사는 2011년 4월 캐나다 구리개발 전문기업 '캡스톤'과 함께 '파웨스트'를 인수합병했다. 광물공사는 약 3700억 원(4억 달러)을 들여 파웨스트 지분 30%와 캡스톤 지분 10.6%를 인수했다. 이 계약은 2012년 캐나다의 최우수 M&A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계약의 속사정을 살펴보면 광물공사가 '작업'당한 사례였다. 일단, 캡스톤은 광물공사와 파웨스트 인수합병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자사의 지분 매입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때문에 광물공사는 캡스톤 지분 매입비용으로만 1600억 원을 썼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캡스톤과 파웨스트는 전혀 별개의 회사인데 굳이 제휴를 한 이유가 무엇이냐"라며 "캡스톤이 파웨스트 인수합병에 다리를 놔준 대가냐"라고 따졌다.

파웨스트와 인수합병 과정도 허술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광물공사는 인수합병과정에서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 파웨스트와 비밀유지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협약을 맺기 전부터 파웨스트의 주식거래량이 급등했다. 이미 내부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결국 파웨스트의 주식은 주당 4.1 캐나다달러에서 주당 9.19 캐나다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전 의원은 "이 때문에 광물공사가 당초 파웨스트의 시가총액보다 2배 가량 높은 4억 달러를 지출해야 했다"라며 "바가지를 써서 추가로 지불한 (파웨스트 인수) 비용이 1598억 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혈세가 국제투기자본과 큰 손들의 배만 불린 것으로  검찰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캡스톤과 파웨스트 지분 인수에 따른 수익도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광물공사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캡스톤과 산토도밍고 철광산의 가치가 약 7~8년에 불과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라며 "지금까지 광물공사가 두 사업에 투자한 금액이 약 4400억 원인데 회수한 금액이 한 푼도 없다"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광물공사의 호주 와이옹 광산 사업 투자도 문제 삼았다. 그는 광물공사가 광업권도 없는 와이옹광산 사업에 588억 원을 투입한데다 불법 로비스트까지 운용했다는 의혹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광물공사는 지난 2011년 4%에 불과하던 와이옹 광산 지분을 82.5%로 대폭 확대했다. 당시 김신종 전 광물공사 사장의 '2020년 세계 20대 광물기업' 기조에 발 맞춘 결과였다. 그러나 광물공사는 당시 와이옹 광산에 대한 광업권도 얻지 못한 상태였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정부는 같은 해 환경훼손 등을 이유로 광물공사의 사업 허가 신청을 거부한 상태였다.

즉, 사업권조차 얻지 못한 광산의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린 셈이다. 전 의원은 이와 함께 "광물공사가 허가권을 따내기 위해 무허가 로비스트까지 이용했다"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광물공사는 2011년 주정부에 등록되지 않은 민간인 디 지로라모를 '로비스트'로 이용, 오파렐 전 뉴사우스웨일스 주총리 등을 만났다. 광물공사는 2012년 2월에서야 디 지로라모를 경영고문으로 위촉, 2013년 3월까지 그에게 총 2억8000만 원의 고문료를 지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디 지로라모와 접촉했던 오파렐 전 주총리 등은 올해 주의회와 반부패조사위원회 조사를 받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임했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광물공사 측은 디 지로라모가 공사에서 고용했던 로비스트인 건 맞지만 부정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등록증도 없는 사기꾼의 말에 속아 (공사의) 경영고문으로 위촉했고 김신종 전 사장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호주 불법정치자금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와이옹 사업이 더 어렵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MB 친형 이상득 주도했던 볼리비아 리튬 사업 '본 계약' 파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의원이 주도했던 볼리비아 리튬 사업의 본계약 파기 사실도 뒤늦게 파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정희 새정치연합 의원에 따르면, 광물공사는 볼리비아와 수차례 MOU 끝에 '리튬배터리용 양극제 생산을 위한 R&D사업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파일럿 플랜트 건설을 위한 양측의 출자금 납입이 이뤄지지 않아 본 계약이 파기·종료됐다.

이에 볼리비아는 지난 2013년 3월 계약사항에 대한 전면수정을 요구하며 수정된 계약서를 광물공사를 포함한 한국컨소시엄 쪽에 전달한 상황이다. 광물공사 측은 관련 질의에 "변경된 요구사항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하느라, 미처 본 계약의 폐기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다"라며 "현재 신규계약을 위한 세부사항을 협상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전 의원은 "MB정권의 치적쌓기용 해외자원개발이 여기저기서 '속 빈 강정'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라며 "그간 외형적 성장에만 치중했던 해외자원개발을 과감히 개편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태그:#자원외교, #한국광물자원공사, #페이퍼컴퍼니, #이상득,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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