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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言) 양 옆에 실(絲)로 장식을 달고 손으로 막대기를 잡고 치는(?,?) 것이니, 손놀림에 따라 악기 소리의 ‘변화’를 나타낸 것에서 의미가 파생된 걸로 보인다.
▲ 變 악기(言) 양 옆에 실(絲)로 장식을 달고 손으로 막대기를 잡고 치는(?,?) 것이니, 손놀림에 따라 악기 소리의 ‘변화’를 나타낸 것에서 의미가 파생된 걸로 보인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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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죽은 것 같던 마른 가지에서 싹이 돋고, 마냥 푸를 줄 알았던 나뭇잎이 어느새 붉게 물들어 하나 둘 떨어진다. "우주에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宇宙中唯一不變的是變化)"고 한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은 불변의 진리처럼 보인다. 그래서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고, 올해 보지 못한 단풍은 영원히 다시 볼 수 없다. 강물도, 단풍도, 그것을 바로 보는 주체도 모두 변한 시점에서 이미 변한 그것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변할 변(變, biàn)은 실 사(絲), 말씀 언(言), 칠 복(攵, 攴)이 합쳐진 형태로, <설문해자>에도 '바꾸다(更)'의 의미로 해석되어 있다. 말씀 언(言)은 원래 관악기와 입 구(口)의 상형이고, 그 악기(言) 양 옆으로 명주실(絲)로 장식을 달고 손으로 막대기를 잡고 치는(攵) 것이니, 손놀림에 따라 악기 소리의 다양한 '변화'를 나타내던 것에서 그 의미가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모든 가치가 무너지고 새로운 가치는 수립되기 전의 변화무쌍(變化無雙)한 550년 춘추전국시대의 산물이 <주역(周易)>이다. 그 주역의 핵심은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지속된다(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로 표현되는 '변화'이다. 춘추전국시대 못지않게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변화를 거부해서는 그 무엇도 이뤄낼 수 없을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변화가 없는 것을 두려워하라고 하는데, 어디서부터 변해야 할까? 2014광주비엔날레 주제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처럼 모든 것을 파괴하고,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혁신은 쉽지 않아 보인다. 변화는 발꿈치와 겨드랑이에서부터 생겨난다(變生肘腋)는 말처럼 가까운 곳에서부터 작은 변화를 시도하고, 조금씩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빛의 속도에 비유될 만큼 빠른 중국의 변화를 지켜보노라면 마치 변검(變臉) 공연을 감상하고 있는 듯하다. 순식간에 얼굴을 바꾸는 변검술사처럼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건물 하나가 우뚝 솟아 얼굴을 내민다. 예전에 살던 곳인데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니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도 실감 난다.

가을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간의 일면을 일깨워주기 위해 단풍을 물들이고 낙엽을 거리에 나부끼게 한다면, 중국의 변화는 정체와 답습을 일깨우는 공간으로 충분할 만큼 역동적이고 다채롭다.


태그:#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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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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