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국경제의 수출산업은 대개 반도체, 조선, 철강, 자동차, 플랜트 등의 산업들이 이끌고 있으며, 이들 산업들은 모두 소수의 대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또한 이들 사업의 공통적인 특징은 국내에 대규모 공장이 있고, 그를 받쳐주는 많은 하청 중소기업이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사실상 대기업에서 하는 있는 역할은 공정의 최종완성과 마케팅 및 판매 정도라고 볼 수 있고, 핵심 기술은 하청기업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대기업과 하청기업간의 균형이 지나치게 대기업으로 쏠려 있다는 사실은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갑자기 왜 갑자기 제조업에 대한 이야기냐고? 이번게스트가 바로 어느 중소기업의 대표 '황사장님'에 대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영국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의 사장이다. 남다른 포부를 갖고서 한국으로 돌아와 일에 매진했지만, 그만 다니던 회사가 도산하고 말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회사를 차렸다(?). 뭔가 엉뚱해보이지만 편히 웃을 수 만은 없는 얘기였다. 한국의 젊은 엔지니어에게 주어진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사장이 된 그가 늘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기술개발이나 업계동향이 아닌 국가정책의 방향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부의 지원이다. 사실상 노예와 다름 없는 대기업과의 하청관계에서 사업의 운영을 위해 의지해야 할 것은 정부의 지원금이나 저리대출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마저도 정부의 정책이란 것이 지극히 근시안적인 형태이므로 고작해야 잠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정도라고 한다. 대기업과의 불공정한 계약관계나 관행만 바로서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이제는 모두 포기한 상태라고 한다. 역사상 한국의 정부는 단한번도 중소기업의 편이었던 적이 없다. 오로지 대기업의 성장에 모든 국가의 미래를 내맡긴 행태가 지금까지 그대로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진실로 동반성장할 생각이 있는 한 건지 묻고 싶다
 진실로 동반성장할 생각이 있는 한 건지 묻고 싶다
ⓒ 동반성장위원회

관련사진보기


그럼 중소기업 사장들이 돈을 벌수 있는 방법은 없는건가요? 라는 물음에 그는 답했다.
"하나 있습니다. 부동산이요."
공장을 돌려서 얻는 수익은 잘해야 직원 인건비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유지하는 것은 공장부지가 가진 토지가치라고 한다. 토지용도를 주택용지나 상업용지를 바꾸었을 때 얻게 되는 막대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가 많은수의 중소기업사장들이 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했다. 정녕 이 나라에서 기술지향 제조업으로 부를 일으키는 방법은 70,80년대의 얘기인건가. 엔지니어 출신의 사장이 기술보다 부동산경기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현실. 무척이나 씁쓸해지는 얘기였다.  

언젠가부터 동네 구멍가게는 물론이거니와 떡볶이 가게마저 문을 닫고 있다. 그리고 그자리를 대형기업의 체인점이 대체하고 있다. 마트, 분식점, 빵집, 미용실 우리주변이 온통 프랜차이즈다. 심지어 내가 운영중인 게스트하우스 마저도 프랜차이즈의 바람이 시작되고 있다. '요즘 뜨는 사업'이라는 소문이 돌자 벌써부터 게스트하우스를 전국각지에 체인점화 하려는 움직임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의 대부분의 소비는 그러한 대단위 체인점에서 이루어지지만 그렇게 해서 생긴 체인점들의 부는 결코 우리들에게 이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관계는 고착화되고 우리는 갈수록 가난해지고 저들은 부유해진다.

혼자만 즐겁지 않고 다 같이 즐겁기 위한 일상의 실천
▲ 작은 가게 이용하기 혼자만 즐겁지 않고 다 같이 즐겁기 위한 일상의 실천
ⓒ 인수위사진기자단

관련사진보기


대안은 '우리이웃을 위한 소비'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거대기업들이 한국의 소비자들을 대하는 태도를 볼때마다, 나는 그들이 절대 '우리이웃'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한국기업이니까. 라는 바보같은 민족성을 발휘한 끝에 얻은 것은 '호갱님' 소리 뿐이다. 강제적으로 주입받은 점원의 '어서오세요' 인사 대신에, 자연스럽게 흘러 나오는 아주머니의 '어서와 요즘은 뭐하고 지내'를 듣자. 거기에는 삑삑 바코드 소리로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에너지가 숨겨져 있다고 믿는다.


태그:#인간실격패, #강드림, #게스트하우스, #동반성장, #착한기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