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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신관동에서 길거리 쓰레기를 줍는 공공근로자들이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한 공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공주시 신관동에서 길거리 쓰레기를 줍는 공공근로자들이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한 공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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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쓰레기나 줍는다고 사람까지 쓰레기로 본다."

충남 공주시 신관동 한 공원에서 만난 공공근로자의 하소연이다. 저소득층 일자리창출 및 노인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공주시에는 100여 명의 공공근로자가 있다. 그런데 일부 근로자들은 공원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식은 밥을 먹고 있다. 휴식 공간을 마련하지 않은 공주시 때문이다.

이들 공공근로자 8명은 청소과 소속으로 신관동 인근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청소를 한다. 40대에서 7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지난 여름까지 사용하던 컨테이너는 땅 주인이 건물을 짓겠다며 치워 버렸다. 때문에 점심을 먹으려면 공원으로 와야 한다.

21일 가을 비가 스산하게 내리는 가운데 찾아간 공원. 공원 의자에는 어르신들이 앉아 빵을 먹고 있었다. 뚝 떨어진 기온에 추위가 밀려오는지 다닥다닥 붙어앉아 서로의 체온으로 몸을 녹이고 있었다.

한 어르신은 "공주시 청소과 소속으로 두 달 반의 계약을 하고 길거리 청소를 하고 있다. 그런데 도시락 가방 하나 놓을 장소가 없어서 인적이 드문 담벼락에 감추어 놓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도시락에 모래가 들어가 모래밥을 씹기도 했다. 또 도시락을 잃어 버려 점심을 굶기도 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여름에는 그나마 참을 수 있었는데 가을로 접어들면서 힘들다. 추운 데다가 오늘처럼 비까지 내리는 날 딱딱하게 식은 밥을 먹을 때는 눈물부터 난다. 가까운 신관동사무소에 점심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사정해 보았지만 거절 당했다"며 "돈 없고 힘없는 사람이라고 해서 개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눈물을 보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돈이 없어서 나온 사람들이다. 공주시가 한 달 동안이라도 돈을 채워주면 좋은데 빨간 날, 비 오늘날 떼고 시간당 5120원씩 한 달 동안 일해도 50만~60만 원 정도 손에 쥔다"며 "젊었을 때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한 대가 치고는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무슨 일이든 간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식사하고 노동할 권리가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이 도로나 공원에서 식사하게 하는 일은 즉각 없어져야 한다"고 공주시를 비판했다.  

공주시 청소과 담당자는 "올 여름부터 공원에서 식사하고 있는 걸로 안다. 날이 추워지면서 쉴 장소를 찾고 있다. 신관동사무소와 기업경제과와 이번 주까지 상의해서 다음 주 정도까지는 장소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기업경제과 담당자는 "교동으로 와서 식사하라고 했는데 거리가 멀어서 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신관동사무소 동장은 "회의실을 사용하겠다고 하셔서 주민자치 프로그램이 있어서 어렵다고 말씀드렸다. 새롭게 컨테이너를 놓을 장소를 어제 (청소과) 담당 계장과 얘기를 끝냈다"고 말했다.


태그:#공주시, #공공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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