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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이 위치한 후쿠시마 현은 일본 정부로부터 20억 엔을 받고 MOX연료(우라늄과 플루토늄을 혼합한 핵연료)를 사용하고 있었다. 책 <안젠데쓰까 안전합니까>의 대담자인 가마나카 히토미씨가 "MOX연료 사용이 너무 위험하다"고 하니까 담당 과장은 "20억 엔이라고 하는 돈 앞에서는 무력하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이 지역은 지난 2011년 3월 11일 지진과 해일의 여파로 원전 사고가 발생하였다.

원전이나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아래 방폐장)을 설치하려고 할 때 대부분 지역 발전을 위한 정부의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이런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유치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저준위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의 유치 신청을 지자체에 공모했는데 지난 2005년 경주시가 신청, 현재 경주에 방폐장이 건설되고 있다.

<안젠데쓰까 안전합니까>에는 원전을 대하는 세 가지의 시선이 있다.

[초점1] 원자력 시설과 돈의 관계

<안젠데쓰까 안전합니까>(아이다 데쓰나리 외 2인 지음 / 송재훈 옮김 / 서해문집, 2012 / 144쪽 / 9천5000원)
 <안젠데쓰까 안전합니까>(아이다 데쓰나리 외 2인 지음 / 송재훈 옮김 / 서해문집, 2012 / 144쪽 / 9천5000원)
ⓒ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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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특별지원금은 물론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아래 한수원) 본사 이전, 양성자 가속기 사업 등의 지원을 약속했다. 경주시에 앞서 부안군수가 2003년에 유치 신청을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지자체에서는 어떻게 하든지 원전 시설을 유치하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한 마디로 돈 때문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로써는 원전 시설 유치야말로 노다지인 셈이다.

원전 신규건설 부지로 선정된 삼척 주민들이 지난 9일 주민투표(84.97% 반대)로 원전 건설을 반대했다. 삼척은 전 김대수 시장 시절 원전 신규부지 유치 신청을 했다.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삼척시를 원전 신규부지로 지정고시했다.

그러나 유치 신청을 할 때 서명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것이 이번 주민투표에서 사실로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주민투표에서 밝혀진 반대의견을 보면 지자체(장)와 주민의 뜻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부안은 2003년 2월 주민투표를 통해 지자체가 신청한 방폐장 유치 신청을 91.3%로 반대했다. 결국 방폐장은 인센티브를 받아들인 경주에 건설 중이다.

각종 보상비와 지역 발전기금, 한수원의 이전 등으로 지역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맞는 것일까. 후쿠시마를 보면 알 수 있다. 돈을 받고 후쿠시마에 원전을 유치했던 결과가 어떤가. 집이며 가구며 가축, 땅 등을 모두 두고 다른 곳으로 피신할 수밖에 없었지 않은가. 이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이 되었다. 오염되지 않은 옛적 후쿠시마 현은 이제 없다.

<롯카쇼무라 랩소디>, <피폭자- 세상의 종말로>, <꿀벌의 날개소리와 지구의 회전> 등 반핵 영화를 감독한 가마나카 히토미씨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우리도 깊이 새겨야 할 말로 지역주민뿐 아니라 세금을 내는 온 국민이 할 일이 있음을 알린다.

"돈의 원천, 뿌리를 끊어야 한다. 결국 그 돈이 어디서 나왔나. 우리가 세금으로 낸 돈이다. 일본은 에너지 개발 연구비의 80~90%를 원자력에 쏟았다. 너무나 불공평한 일이다. 그 돈이 악순환을 일으킨다. 그래서 후쿠시마에서 원전 유치를 찬성했던 사람들은 지금 어떤 일을 겪고 있는가"(본문 88쪽 중에서)

[초점 2] 원전의 주문... 당장 건강에 이상이 없다?

일본은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자 그 기준을 1mSv(밀리시버트)에서 20mSv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심지어는 찬성론자인 야마시타 순이치 교수는 저선량피폭 수준인 100mSv까지도 안전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의사단'은 "20mSv는 안전하지 않다"며, "2년간 이러한 수준의 피폭이 계속된다면 아이들 100명 가운데 한 명은 암에 걸린다"고 말한다. 당장 피해가 없다고 피해가 없는 게 아니란 말이다.

책은 일본의 원전을 영화세트에 비유한다. 겉에서 보면 번지르르 하지만 속은 베니어합판인 영화 세트 말이다. '일본의 원자력 기술은 세계에서 제일이고 안전 관리도 철저하다'라는 말을 퍼뜨리지만 실상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보여줬다는 것이다. 불안한 사람들은 '안전하다'는 한 마디가 들릴 때 그것을 믿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 예로, 가마나카 히토미 감독이 자신의 트위터에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상당히 충격적이다'라고 쓰면, '부추기지 마라. 정부는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잖아'라고 응수하는 누리꾼들이 있다고 한다. '안전하다'고 말해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원전의 안전이 더욱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방사능은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고, 피폭을 당해도 모른다. 인체뿐 아니라 동식물, 자연에 치명타를 입힌다.

일본의 경우, 대학의 원자력공학은 '원자력은 안전하고 장래에도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본다. 또 '원자력 발전의 우수성과 안전성'만 가르치고, 그들이 졸업해서 전력 회사에 입사하고 관료·전문가가 되므로 '원자력촌'을 이룬다고 한다.

가마나카 히토미는 책에서 원자력안전보안원이 일본원연주식회사가 준 자료를 읽고 수박겉핥기식으로 "일본원연주식회사가 안전하다고 하니까 괜찮겠죠"라고 말한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천재였지만 인재로 만들었다며, 관료주의·어용학자·어용언론의 합작품으로 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진도 9의 지진과 쓰나미 때문에 일어났다. 그러다 보니 '예상 밖'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애써 인재가 아니라 천재였다는 식으로 책임을 피하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책은 이렇게 말한다.

"인재라고 하는 측면을 은폐하고 천재이다. 피할 수 없었다. 즉 '예상 밖'이었다는 말을 써서 국민을 구워삶으려고 책임 회피에 전력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본문 40쪽 중에서)

[초점 3] 지역주민을 둘로 갈라놓는다

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대도시로 가는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의 할머니들을 인터뷰한 책 <삼평리에 평화를>(한티재)을 보면(관련 기사: "도시사람 필요하다고 촌사람을 이리 직이가 되겠나"), 조상 대대로 고향땅 일구며 살 비비며 살던 마을 주민들이 갑자기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편과 찬성하는 편으로 나뉘었다. 그 중 한 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평화로운 마을이었는데 송전탑 하나로 주민들이 갈가리 찢기고 이게 뭐야. 한전이고 무슨 단체고 지금은 마을에 있겠지만, 어차피 다 떠날 거잖아. 여기서 계속 살아가야 하는 건 우리잖아."

원전 시설은 그 존재 자체로 지역 주민을 두 동강이 낸다. 원전의 직접 피해도 피해지만 주민끼리의 알력도 큰 상처가 된다.

"원전 유치 이야기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지역 주민들은 찬반으로 나뉘어 다툼에 휘말리게 됩니다. 일단 원전을 안고 있는 지역은 어느 곳 할 것 없이 그러한 면에서 깊은 상처를 입고 있습니다. (중략) 원전의 공과는 많이 있습니다만, 지역 주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분열을 초래했다는 사실의 심각성을 많은 분들이 좀 더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돈으로 사람들의 자긍심을 짓밟는 방법이 여태껏 아무런 반성 없이 저질러져 왔습니다."(본문 42~43쪽 중에서)

결론, 자연에너지가 답이다

원전은 이제 자연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정부는 원전을 더 늘릴 계획을 발표할 게 아니고, 수명이 다한 원전을 순차적으로 폐로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원전르네상스'는 끝났다. 후쿠시마가 이미 알려주고 있다. 이 교훈을 흘려버린다면 대대로 후회하게 될 것이다. 지자체 역시 한 번의 사고가 마력을 발휘했던 돈을 얼마나 무용지물로 만드는지 깨달아야 한다.

블랙아웃에 대한 대처도, 원전에 대한 근본 대책도 되는 자연에너지로의 발상전환이 시급하다. 책을 인용하며 글을 맺는다.

"이제 한 곳에 거대한 발전센터를 만들고 그것이 틀어지게 되면 전력 공급이 끊기게 되는, 에너지 중앙집권적 모습은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중략) 풍력발전은 지진에도 쓰나미에도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가령 몇 개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 시설에 타격이 있었다 해도, 자연에너지는 소규모 분산형으로 수없이 전국에 흩어지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보면 거의 피해가 없습니다."(본문 54쪽 중에서)

덧붙이는 글 | <안젠데쓰까 안전합니까>(아이다 데쓰나리 외 2인 지음 / 송재훈 옮김 / 서해문집, 2012 / 144쪽 / 9천5000원)



안젠데스까 안전합니까 - 원자력과 자연에너지와 우리들의 삶

이이다 데쓰나리 & 가마나카 히토미 & 김종철 지음, 송제훈 옮김, 서해문집(2012)


태그:#안젠데쓰까 안전합니까, #아이다 데쓰나리, #원자력,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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