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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녘 색깔이 곱습니다. 노란 들판 군데군데에 마을이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을숲도 이제 곱게 단풍들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원동촌 마을숲
 원동촌 마을숲
ⓒ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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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는데 원시인이 불을 빼앗겨 불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원시시대의 모습같이 일체의 대사는 생략되고 몸짓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불을 찾아 나서는 모습은 생존하기 위한 자연과의 투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혁명 중 하나가 불의 발견이 아닌가 합니다.

이전에는 음식을 생식하다가 익혀 먹을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추위를 극복할 수 있게 되었고, 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불이란 인류 역사를 크게 발전시킨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지만 화재로 인한 그 피해도 막대한 것이었습니다.

요즘도 화재는 커다란 재앙 중 하나입니다. 옛날에는 가옥이 대부분 초가집이었기 때문에 한번 화재가 났다 하면 마을이 황폐화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조상들은 화재를 방비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했습니다. 마을 입구에 돌거북을 세우거나 짐대를 세워 화재를 막는 신앙물로 삼았습니다. 또한 실제적인 바람막이로 마을숲을 조성한다든지 방화수로 사용하기 위하여 연못을 조성한 마을이 있기도 합니다.

원동촌은 진안군 마령면에 소재하는 마을인데, 과거 화재를 막기 위하여 거북을 모셨고, 마을숲이 조성된 마을입니다. 원동촌은 '광대봉(609m)'의 남동쪽 줄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광대봉은 마이산 줄기에서 원강정마을로 이어지는 봉우리로 익살스런 생김새에서 붙여진 명칭입니다. 원동촌은 진주 강씨, 이씨, 전씨 등에 의해서 형성되었습니다. 원동촌은 면 소재지로부터 동쪽 아래에 있다 하여 처음에는 하동촌(下東村)이라 불렀습니다. 1413년(태종 13)에 진안감무가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하여 마을 명칭을 동촌이라 개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원동촌 오른쪽에 숲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곳에 조탑형 선돌이 있습니다. 조탑은 3단으로 돌을 원통형으로 쌓고 그 위에 2m 정도 크기의 선돌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제를 모십니다. 조탑 위에는 본래 거북이가 올려져 있었는데, 거북을 도난 당한 후 청년들이 냇가에서 주어다가 세웠습니다. 조탑 위에 거북이를 올린 것은 마을 앞으로 화산이 비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서촌 뒤의 써래봉이 화산인데, 그 화산의 화기가 마을에 정면으로 비치므로 화재가 잦았다고 합니다. 거북을 세우면 물을 뿜어서 화기를 막는다고 하여 돌로 거북이를 만들어 올려놓았다고 합니다. 원동촌 주변 마을 즉 은천마을, 송내마을, 원강정마을 등은 쎄래봉으로 인하여 화재가 발생한다고 하여 지금도 거북이 남아 있습니다.

원동촌 마을숲은 마을 앞쪽과 서쪽 두 군데에 위치합니다. 마을 앞쪽 숲은 은천 천에서 흘러오는 물이 마을로 범람하기 때문에 조성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범람이 잦은 이후 제방이 조성되어 마을은 낮아지게 되었고 5~6그루 정도 되는 마을숲은 자연스럽게 기능이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원동촌 마을에서 마을숲으로 대접받는 숲은 마을 서쪽에 위치합니다. 마을숲은 원동촌 우백호 맥을 보강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숲의 규모는 500여 평 정도 되며 식생은 느티나무로 20여 그루 정도 됩니다. 마을숲 안에 새롭게 모정, 공동창고가 지어졌는데, 마을숲이 있는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주변공터에 농기계, 농자재를 보관해 두기도 합니다. 외부인 입장에서 보면 마을숲이 훼손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수선하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마을 사람 입장에서 이해해 주었으면 합니다. 마을숲 주인은 마을사람이고 누구보다도 마을숲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도 마을사람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숲 내에 후계목을 심어 후손들에게 물려줄 생각까지 가지고 있으니까요. 원동촌 마을숲은 불완전했던 원동촌 마을을 명당화시켜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올 유난히 볕이 좋은 가을에 단풍든 멋진 마을 숲을 독자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새전북신문(2014.10.21) 실린 글입니다.



태그:#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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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북 전주고에서 한국사를 담당하는 교사입니다. 저는 대학때 부터 지금까지 민속과 풍수에 관심을 갖고 전북지역 마을 곳 곳을 답사하고 틈틈히 내용을 정히라여 97년에는<우리얼굴>이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90년대 초반에는 전북지역의문화지인 <전북 문화저널> 편집위원을 몇년간 활동한 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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