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두 여고생이 한 학생의 수학문제집을 함께 풀고 있다. 이들은 결국 이과생을 찾고 말았다.
▲ 두 명이 머리를 맞대도 수학문제는 어려워! 두 여고생이 한 학생의 수학문제집을 함께 풀고 있다. 이들은 결국 이과생을 찾고 말았다.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지난 17일 오후 5시 기자가 목포시 원산동 한빛희망학교를 우연히 들렸을 땐 여느 때보다도 공부방이 시끌벅적했다. 교복 차림의 열 명 가까운 여고생들이 좁은 공부방에서 초등학생들과 수학 문제집을 가지고 씨름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들 중 두 명이 한 초등학생 옆에 앉아 무엇인가 가르치고 있는 듯하더니 어느새 "야, 이과생 어딨어? 이리 와봐!"라며 소리를 질렀다. 초등학교 수학문제가 안 풀린 모양이었다.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러면서 갑자기 드는 생각은 오후 5시면 고등학교 학생들이 한참 학교에 있을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무료 공부방에 자원봉사를 나온 목포 제일여고 2학년 학생들이었다. 이날은 중간고사 마지막날이라 일찍 하교했다고 했다. 참 대견한 학생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 마지막 날이면 스트레스 푼답시고 친구들과 시내를 떼지어 다니며 일상에서 일탈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 텐데 자원봉사를 하러 오다니 모범생 중에 모범생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내가 선생님! 열심히 수학문제를 가르치는 자원봉사 학생.
 오늘은 내가 선생님! 열심히 수학문제를 가르치는 자원봉사 학생.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수줍게 인터뷰에 응한 한 학생의 대답은 의외였다. 목포 제일여고에선 예전부터 시험 마지막 날에는 각 자 봉사활동을 나가라고 학교에서 방침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평소에 봉사활동을 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험기간과 주말을 이용하여 주어진 봉사활동 시간을 채운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에선 부모들이 자녀들 대신 봉사증명서를 떼어 온다고 하는 소문도 도는데 이렇게 직접 봉사활동을 하면 억울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사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조희나(목포제일여고2)학생은 "우리학교에선 다들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합니다. 주변에서 거짓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친구들은 전혀 본 적 없습니다. 학교에서도 봉사활동은 꼭 본인이 직접 하라고 지도합니다. 저는 작년에도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였는데 아이들이 반가이 맞아하여 주어 무척 뿌듯합니다."라며 기자의 질문을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언니들과 함께한 종이접기 더 재밌어요!
 언니들과 함께한 종이접기 더 재밌어요!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옆에서 한 아이와 종이접기를 하고 있던 황현아(목포제일여고2)학생은 "사실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고 대학에 가기위해서 어쩔 수 없이 마음에도 없는 봉사를 하러 다닙니다. 하지만 막상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무엇인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특히 일요일에 봉사활동을 하러 일찍 일어나 가게 되면 보람 있게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무척 기분이 좋아집니다."라며 봉사활동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자신 있게 피력했다.

고등학생 언니와 함께 종이접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 아이의 표정도 무척 밝았다. 인근 초등학교 3학년인 정보람(가명)은 "선생님 보다 언니들이 더 좋아요! 언니들하고 노니까 더 재미있고 맨 날 언니들이 왔으면 좋겠어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조희나 학생은 작년부터 한빛희망학교에서 학습봉사를 실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날은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함께 봉사를 하러 온 것이다. 황현아 학생은 예전에 봉사를 했던 친구의 소개로 공부방에 봉사를 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봉사를 하고 싶어도 봉사기관을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봉사기관들이 일회성 봉사자들을 선호하지 않고 있으며 어떤 기관은 학생 봉사자들을 귀찮게 여기는 곳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내성적이거나 친구가 많지 않은 학생들은 혼자서 봉사활동시간을 채우기기 쉽지 않다고 한다. 무작정 봉사시간만 많이 하라고 하지 말고 봉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봉사를 마친 후 즉석에서 vms 시스템에 봉사활동내역을 입력한다.
 봉사를 마친 후 즉석에서 vms 시스템에 봉사활동내역을 입력한다.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VMS시스템에 의해 자원봉사 시간과 활동내역이 기록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VMS시스템에 의해 자원봉사 시간과 활동내역이 기록되고 있다.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오후 한 시 반부터 봉사를 시작했다는 학생들은 다섯 시 반이 되자 공부방 자원봉사 인증담당 선생님 앞에 모여들었다. 선생님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봉사날짜, 봉사시간, 봉사장소, 담당자 등 봉사활동을 객관적으로 증명 할 수 있는 증명서를 현장에서 발급해 주었다.

과거 수기로 작성했던 봉사증명서와는 달리 요즘은 VMS라는 자원봉사인증기관에서 증명서를 발급해주고 있으며 전국 어느 봉사인증기관에서도 각 자의 봉사활동내역을 확인 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거짓 봉사활동을 가려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수기증명서 대신 인증기관의 증명서만을 인정해 주는 것도 좋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 뿐 아니라 마음까지 아름다운 목포제일여고 2학년 학생들!
 외모 뿐 아니라 마음까지 아름다운 목포제일여고 2학년 학생들!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사실 목포제일여고는 입학사정관제 초기부터 비교과활동 준비로 소문이 나 있는 학교다. 올해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학생부가 중요시 되면서 수차례 입학전문가를 초빙하여 비교과활동 특강, 자기소개서 및 심층면접 대비 모의전형을 실시하는 등 제일여고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공교육 내에서 입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한 학교의 입시준비는 해당 학교장과  진학관련 교사의 학생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된 다는 것을 목포제일여고는 보여주고 있다. 특히 목포 제일여고 정문균 진로진학상담 교사의 열정은 대단하다. 정문균 교사는 평소 학생들에게 학생부종합전형 대비에 철저할 것을 당부하며, 다양한 대입 정보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목포 정명여고에서 열린 입학사정관 토크 콘서트에서 열심히 녹화를 하고 있는 청중이 보였는데 후에 목포제일여고 정문균 진로담당 교사로 밝혀졌다.
▲ 입학사정관 토크콘서트를 녹화중인 정문균 목포제일여고 교사 지난 7월 목포 정명여고에서 열린 입학사정관 토크 콘서트에서 열심히 녹화를 하고 있는 청중이 보였는데 후에 목포제일여고 정문균 진로담당 교사로 밝혀졌다.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지난 7월 목포 정명여고에서 열린 '2014 학생부종합전형대비 입학사정관토크 콘서트'에선 타 학교에서 열린 행사이고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캠코더를 가지고와 전체 내용을 녹화하는 등 입시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성폭력 가해자의 서울 유명 사립대 입학사정관제 합격에 이어 거짓 비교과활동으로 한의예과에 합격한 사례가 발각되어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방 소도시 일반고 교사로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 교사에게 물어보았다.

"몇 년 전만 해도 봉사활동은 부모가 대신 증명서를 끊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고 입학사정관제가 알려지면서 봉사활동 뿐 아니라 비교과활동에 학생들이 성실히 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화려한 스펙이 아닌 학교 내 활동에 충실 하라는 입학사정관들의 홍보가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입학사정관제가 지방 소도시 학생들에게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어떤 학생이 준비를 철저히 했느냐가 성패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다소 입학사정관제의 부작용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지만 문제점을 보완하여 안정적으로 시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강남 학부모들은 더 하는데 나한테만 왜 그러냐"라고 했다던 어느 철없는 학부모의 변명은 목포제일여고에선 상상하기도 힘든 말인 것 같았다. 학교와 교사 그리고 학생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함께 노력한 모습이 생기발랄한 아름다운 여고의 모습이었다.


태그:#목포제일여고, #한빛희망학교, #대입 자원봉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