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이란?

트라이애슬론(triathlon)은 일반적으로 수영, 사이클, 마라톤으로 구성된 세 종목의 스포츠를 함께 하는 경기를 말한다. 인간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경기로 바다 수영(3.8km), 사이클(182km), 마라톤(42.195km)을 쉬지 않고 이어서 진행한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등장했다. 올림픽 코스는 바다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를 진행한다.

예전에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통영 트라이애슬론 도전을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방송 전부터 트라이애슬론(이른바 철인 3종) 대회 참가를 꿈꿨습니다. 한동안 마라톤 대회에 뻔질나게 나가기도 했고, 자전거로 국토 순례를 다닌 경험도 여러 차례였습니다. 그래서 수영만 배운다면 트라이애슬론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2013년 겨울이 시작될 무렵 50년 가까이 살며 제대로 익히지 못했던 수영을 새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여름부터 먼저 수영을 시작한 아내의 강력한 권유로 수영 강습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트라이애슬론 대회 참가를 본격적으로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1년 동안 꾸준히 수영... 바다 수영도 두 차례 연습


트라이애슬론 완주는 히말라야 트레킹과 함께 중요한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습니다. 때문에 수영 강습을 시작하고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대한트라이애슬론 연맹에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더불어 동호인 선수로도 등록을 해뒀습니다.

2014년 초, 통영트라이애슬론 대회(올림픽 코스) 참가 모집 공고가 나오자마자 일찌감치 참가 신청도 마쳤지요. 트라이애슬론 세 종목 중 수영이 가장 자신 없는 종목이었기 때문에 수영 연습에 주력했습니다. 8월이 되어서야 로드 자전거를 사서 본격적인 사이클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전부터 산악자전거를 꾸준히 타기는 했지만, 로드 사이클에 적응하는 데는 꽤 시간이 걸리더군요. 오르막 구간을 오를 때 기어비도 다르고 핸들 바도 좁아 빠른 속도로 달릴 때는 코너링 감각도 많이 달랐습니다. 로드 자전거를 산 뒤부터는 4~5개월 동안 주 1회씩 꾸준히 연습했습니다.

달리기 연습은 일부러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10여 년 전 마라톤을 위해 장거리 레이스를 하다가 무릎과 발목에 통증이 반복돼 그만뒀기 때문입니다. 연습하다가 부상을 입고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참가조차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영, 자전거는 열심히 연습하고 달리기는 10여 년 전 마라톤 경험이 있으니 어떻게든 대회 당일 날 완주는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10km 마라톤 첫 출전 기록이 50분대 후반이었기 때문에 최소한 그 정도 기록은 낼 수 있으리라 확신했습니다.

40대의 버킷 리스트... 통영 트라이애슬론 참가

약 1년의 준비 끝에 드디어 지난 19일 2014년 통영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일찌감치 대회장 근처에 있는 콘도를 예약해 하루 전날인 18일 오후 통영에 도착했습니다. 참가 등록을 마치고 바다 수영 연습을 잠깐 하기도 했지요.

왕복 500m 정도 되는 거리를 짧게 연습했는데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 적응됐습니다. 지난 8월 처음 바다 수영을 연습하러 갔을 때 엄습해오던 물에 대한 공포심과 슈트를 입었을 때 느껴졌던 가슴 죄는 답답함은 많이 줄어들었더군요. 마음 편하게 바다 수영 연습을 마쳤습니다.

저녁을 먹고 자전거 검차와 헬멧 점검을 마친 후 경기 설명회를 찾아 주의사항을 전달받고, 자전거를 바꿈터(수영, 자전거, 달리기를 위해 장비를 교체하는 곳)에 입고한 뒤 숙소로 갔습니다. 약간 긴장한 탓인지 쉽게 잠이 들지 않았습니다. 아침에도 알람이 울리기 전 저절로 잠이 깼습니다.

대회 중 낭패를 보는 일이 없도록 화장실부터 다녀와 몸을 가볍게 하고 바나나와 두유로 간단히 요기했습니다. 트라이애슬론 경기복을 갖춰 입고 몸에 문신처럼 새기는 '바디 넘버링'을 마친 후 사이클 용 클릿 슈즈, 달리기 용 런닝화, 자전거 헬멧, 수영 슈트, 고글 등 각종 경기용품을 챙겨 대회장으로 갔습니다.

오전 6시 30분에 대회장에 도착했는데, 이미 참가 선수들로 북적이더군요. 이번 통영대회에는 무려 2100명이나 참가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아마추어 동호인들과 응원 나온 가족, 친구들이 가득했습니다. 바꿈터에 들어가서 수영 슈트를 갈아입고 나니 곧 대회가 시작됐습니다.

간단한 출발 행사 후에 주니어 부와 장애인 부 수영 경기부터 시작됐습니다. 오전 7시 입상권에 있는 기록 우수 선수부터 가장 먼저 수영 경기 출발이 시작됐고 5분 간격으로 20대, 30대 전반, 30대 후반, 40대 전반, 40대 후반 순으로 수영 경기가 진행됐습니다.

수영 대회 스타트 라인... 두근두근 대는 심장

40대 후반 그룹인 저는 오전 7시 45분께 수영 경기 스타트 라인에 섰습니다. 7시부터 앞서 출발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왜 그리 지루하고 길던지요. 기다리는 동안 긴장을 풀기 위해 끊임없이 스트레칭 했습니다. 전날 연습 때보다 바다 수온은 좀 더 내려가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춥기도 했고, 막상 경기에 임하려고 하니 긴장이 많이 되더군요.

40대 후반 출발 그룹에 서서 출발 준비를 했습니다. 원래는 처음 출전하는 그룹으로 배정 받아야 했지만 참가 신청이 잘못됐는지 경력자 그룹에 속해서 출발했습니다. 사이클이나 달리기에 비해 바다 수영이 주는 두려움과 긴장이 있어 맨 끝에서 출발했지요.

진행자가 스타트 준비를 위해 바닷물로 입수를 지시했는데, 시커먼 바닷물에 들어서는 순간 심장이 두근두근하더군요.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들었습니다. 약 20~30초 후 출발 신호가 울렸습니다. 하늘색 수모를 쓰고, 검은 슈트를 입은 사람들이 힘차게 수영을 시작하는데 마치 물고기 떼가 지나가는 것 같더군요. 검정 슈트와 하늘색 수모가 번갈아 물 위로 떠올랐다, 내려갔다 하며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앞으로 나아 갔습니다.


저도 왼쪽에 있는 부표를 살피면서 가볍게 팔 동작을 시작했습니다. 수영 슈트 덕분에 몸은 가볍게 물 위로 떠올랐고 팔 동작을 시작하자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내 페이스대로만 간다'고 여러 번 다짐하고 출발했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앞사람들을 보면서 속도를 냈는지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호흡이 거칠어지면서 몸에 긴장이 몰려왔습니다. 그러다 호흡 타이밍을 놓쳐 바닷물도 한 모금 먹었습니다. 350여m 지점에 있는 첫 번째 부표까지 가는 동안 팔이 무겁고 호흡이 고르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다행히 부표를 잡고 매달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여러 번 호흡을 가다듬으며 앞서 가는 사람들을 뒤쫓았습니다.

첫 번째 부표를 지나 700여m 지점에 있는 두 번째 부표까지 가는 동안 조금씩 호흡이 안정됐고, 팔과 어깨에 들어갔던 힘이 빠지면서 자연스러운 팔 동작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몸과 마음의 긴장이 조금씩 풀어지면서 점차 바다 수영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부표를 지나면서 방파제 바깥쪽으로 나가니 제법 파도가 치기 시작했습니다. 파도에 몸이 조금씩 떴다 가라앉았다 하는데 파도의 리듬을 잘 타서 그런지 별로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1500m 수영의 절반을 넘어섰을 때 오른쪽 종아리에서 쥐가 나기 시작했는데, 슈트를 입은 탓인지 발차기를 멈춰도 팔 동작만으로 앞으로 헤엄쳐 나갈 수 있었습니다.

약 1200m 지점에 있는 네 번째 부표를 지나 해안으로 되돌아올 때는 자신감도 생기고 호흡도 안정을 찾아 조금씩 속도를 내며 앞서 가는 사람들을 추월했습니다. 결승점으로 돌아올 때는 부표도 오른쪽에 있어서 호흡할 때마다 부표를 확인하며 일직선으로 헤엄칠 수 있었습니다.

바다를 빠져나와 바꿈터로 달려가면서 스톱 워치를 확인했을 때 34분 정도로 기록을 확인했는데, 나중에 확인한 전자칩 기록도 비슷하게 나왔더군요. 바다 수영이라 수영장 연습 때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수영장 연습 때와 비슷한 좋은 기록으로 수영 경기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사이클, 오르막 내리막 반복됐지만... 연습 때보다 쉬워

바꿈터로 달려가면서 슈트를 반쯤 벗고 자전거 경기 장비를 놓아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슈트를 완전히 벗고 자전거 장비를 착용했습니다. 헬멧 쓰고, 고글 쓰고, 양말 신고, 클릿 슈즈를 챙겨 신었습니다. 사이클 출발 전 에너지젤을 하나 먹고 물도 한 모금 마신 후에 자전거를 끌고 조금 여유를 부리며 출발선으로 달려나갔습니다.

사이클 경기는 그나마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이었습니다. 지난 8월 동호회 회원들과 통영으로 수련회를 가면서 트라이애슬론 코스를 따라 사이클 연습을 해둔 경험이 있어 코스가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사이클 코스에서는 많은 선수를 추월했습니다. 정확히 숫자를 센 것은 아니지만 50여 명 정도는 앞서 지나갔고, 10여 명에게는 추월을 당했습니다.

통영대교를 건너 경상대학 입구를 지나서 평인일주도로를 따라 달렸습니다. 아름다운 통영 해안을 바라보며 달리는 길은 경치가 좋은 대신 평지 구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긴 오르막과 긴 내리막, 가파른 오르막과 얕은 오르막이 반복하며 나타났습니다.

평인일주도로 명정 야구장 부근이 사이클 1차 반환점이었습니다. 몸이 가벼웠습니다. 오르막 구간도 비교적 쉽게 치고 올라가는 등 컨디션이 좋았기 때문에 내심 연습 때보다 좋은 기록을 기대하며 달렸습니다.

저와 배번이 가까운 한 분과 자전거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사이클 경기를 이어나갔습니다. 경기도 어느 도시의 철인클럽 유니폼을 입은 분이었는데, 평지와 내리막길에서는 제가 추월 당하고, 오르막 구간에서는 제가 다시 추월해 앞선 페이스를 경기 끝날 때까지 이어갔습니다.

오르막은 제가 좀 더 잘 탔고, 평지에서는 사이클 레이스를 같이 했던 그 동호인 분이 더 잘 탔습니다. 미륵도 구간을 일주하면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마리나 리조트 앞 대회장으로 가는 마지막 오르막 구간에서 추월한 후 골인 지점까지 제가 먼저 들어갔습니다.

사이클은 전력 질주를 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보니 예상보다 좋은 기록으로 들어왔습니다. 사이클을 마치고 달리기 10km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체력 안배를 하면서 달렸습니다. 오르막 구간에서도 기어비를 높여 속도를 내지 않았고 저속 기어로 바꿔 회전수를 높이는 라이딩을 이어갔지요. 사이클은 1시간 40~50분 정도를 목표로 했는데, 1시간 27분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응원하던 가족들도 수영, 사이클은 예상보다 더 빨리 들어왔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연습을 하지 않았던 달리기가 복병이 되어 발목을 잡았습니다. 바꿈터에 자전거를 대고, 사이클 장비를 모두 사물함에 담은 후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연습 안 했던 마라톤에서 고전... 생애 가장 힘들었던 10km

달리기경기를 시작하는데 다리가 마음 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발목을 잡힌 것처럼 발이 무거웠고 한 걸음 한 걸음 달리는데 마치 모래주머니를 찬 것 같더군요. 보폭을 최대한 좁히고 '일단 멈추지 않고 달린다'는 목표를 세운 후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마리나 리조트 뒤편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달리는 아름다운 바닷길이었지만, 아름다움을 느낄 새 없이 기진맥진한 몸을 추스르며 달리기 바빴습니다. 사이클을 타는 동안은 앞서가는 사람들을 제법 많이 추월하면서 달렸는데 달리기를 하는 동안은 끝없이 추월 당하면서 달렸습니다.

한참 동안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바닥에 1km라고 표시된 걸 보니 힘이 쫙 빠지더군요. 아침보다 기온이 올라가 날씨는 더웠고, 달리면 달릴수록 힘이 빠졌습니다. 몸도 점점 더 무거워졌습니다. 그나마 3km 쯤 달리고 나니 종아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던 느낌은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이른바 '근전환'이 이뤄진 것 같더군요.

그렇지만 속도는 더 빨라지지 않았습니다. 해안가 모퉁이를 돌 때마다 '이제나 반환점이 나오려나, 저제나 반환점이 나오려나' 하면서 달렸습니다. 10여 년 전 3~4년 동안 마라톤을 꾸준히 하면서 10km 경기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참가해 봤는데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10km가 왜 그리 길고 멀던지요.

손목에 스톱워치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시간을 확인하는 것도 포기하고 오로지 완주만을 목표로 걷거나 멈추지 않은 대신 최대한 천천히 달렸습니다. 달리기 경기 출발 직후에는 많은 선수가 저를 추월해 갔는데, 반환점을 지나자 더 이상 추월해가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앞서 갈 사람들은 다 앞서 가 버린 것이지요.

그래도 반환점을 돌아 되돌아오는 길은 조금 덜 지겨웠습니다. 남은 거리가 절반이 안 된다는 안도감도 생겼고, '걸어가더라도 완주는 할 수 있겠다'싶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골인 지점까지 남은 거리를 생각하며 급수대의 생수로 수분 공급도 하면서 페이스를 유지했습니다.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쉬지 않고 달렸더니 결국 마지막 결승점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결승점을 바라보면서 달리는 거리가 약 700m 쯤 됐는데 그래도 마지막 구간에서는 남은 힘을 다해서 힘껏 달렸습니다. 그래 봤자 속도가 크게 빨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지켜보는 수많은 응원 인파를 보며 마지막 힘을 쏟았지요.


3시간 10분... 기대보다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

보폭을 넓히고 속도를 내며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대회장 시계를 보니 3시간 10분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결승선에서 목에 걸어주는 완주 메달을 받고 난 뒤 스톱 워치를 멈췄더니 3시간 11분의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나중에 공식 기록을 확인해보니 3시간 9분 41초의 훌륭한(?) 기록을 세웠더군요.

인생의 버킷 리스트를 또 하나 달성한 기쁨과 여운이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습니다. 경기를 마치고 나오며 함께 통영트라이애슬론 경기에 참가했던 조카사위와 무용담을 나눴습니다. 원래 버킷리스트 목표는 나이 오십이 되기 전에 트라이애슬론 대회를 완주하는 것이었습니다. 추가 목표는 제한 시간 안(3시간 30분)에 완주하는 것이었는데, 첫 번째 참가에서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했습니다.

트라이애슬론 완주가 '남자의 자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줄 뻔히 알지만 '남자의 자격'을 얻은 듯한 기쁨이 아주 큽니다. 주변 지인들과 친구로부터 많은 격려와 축하 인사도 받았습니다. 내년에는 이번 경기 장면을 빠짐없이 멋진 사진으로 담아 준 아들 녀석과 역할을 바꿔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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