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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여기는 안성 가온고등학교 '위클래스(WEE CLASS)' 교실. 분명히 학교 수업이라고 들었는데 분위기가 수상하다. 마치 친한 이모와 조카들이 모여 뭔가를 하는 분위기다. 도대체 왜, 무엇을 하길래?

이민경 바리스타가 커피머신에 대해 설명하고, 두드림반 학생들 몇 명이 집중해서 듣고 있다.
▲ 커피머신 수업 중 이민경 바리스타가 커피머신에 대해 설명하고, 두드림반 학생들 몇 명이 집중해서 듣고 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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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학교수업이 맞나?

친한 이모란 바리스타 이민경씨고, 친한 조카란 가온고 '두드림반' 8명 학생들이다. 한 남학생은 설거지를 하고 있고, 몇몇 남학생과 여학생은 커피 머신으로 커피를 내리고 있다. 몇몇 여학생과 남학생은 이민경씨의 커피 머신 이야기를 듣는다.

"저 쌤, 제가 방금 내린 커피 한 번 맛 보세요"라며 한 여학생이 나에게 커피를 건넨다. 건네자마자 "맛 어때요?"라고 묻는 여학생은 부반장 장현진 양이다. 이어서 이희수 양도 카페오레를 만들어 나에게 먹어보란다. 졸지에 아메리카노와 카페오레를 여학생들에게 선물 받았다. 하하하. 이놈의 인기라니. 

학생들의 수업 태도에는 유쾌함이 있었지만, 그 속에 진지함이 배어 있다. 자신이 내리는 커피에 집중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이민경씨의 가르침에 완전히 빠져들고 있었다. 여학생들은 수다를 떨면서도 할 건 다한다.

지금 이희수 양과 장서연 양이 한창 커피를 내리는 중이다. 마치 바리스타가 된 듯 학생들은 진중하다.
▲ 이희수 양과 장서연 양 지금 이희수 양과 장서연 양이 한창 커피를 내리는 중이다. 마치 바리스타가 된 듯 학생들은 진중하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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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수업이 이렇게 좋은 줄 예전엔 몰랐어요"

나와 함께 두드림 반 친구들과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자리에 앉자 여학생들은 '환호성', 남학생들은 '탄성'이다. 바리스타 이민경 씨와 심명섭 교사(두드림반 담당교사)도 함께 앉았다.

장현진 양이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학과 수업보다 훨씬 재밌다"고 말하자, 다른 여학생들도 모두 공감의 눈빛을 보낸다. 변재희 양이 "지금 수업들이 오후 수업에 있다 보니, 오전에 있는 학과수업도 잘 듣게 된다"며 웃었다. 장서연 양도 "이 수업 때문에 수행평가도 잘 준비하게 되더라"며 맞장구를 쳤다. 지금의 수업이 아이들에게는 다른 수업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다.

이 수업을 들으면서 바리스타의 꿈을 가졌다는 이희수 양. 희수 양은 "우리 중에서만 경쟁하면 되고, 그에 따른 혜택도 있다"며 좋아한다. "만만한 것들 밖에 없다"며 친구들을 향해 농담을 던지자, 순간 웃음폭탄이 터진다. 희수 양은 "이 수업을 듣고 꿈이 생겼다. 바리스타 관련 정보와 진로 정보를 검색하고 수집해 바리스타의 꿈을 키운다"고 말했다.

정영도 군(왼쪽)과 김창수 군이 커피를 내리는 모습이 카페의 바리스타 같은 포스가 느껴진다. 꽉 다문 입술에서 이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느껴진다.
▲ 정영도 군과 김창수 군 정영도 군(왼쪽)과 김창수 군이 커피를 내리는 모습이 카페의 바리스타 같은 포스가 느껴진다. 꽉 다문 입술에서 이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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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업을 듣고 꿈이 생겼다"

안기홍 군은 "학과 수업보단 재밌다"며 멋쩍게 웃는다. "아직 꿈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이런 거 하다 보면 꿈도 생기지 않겠느냐"며 이광민 군이 입을 연다. 그 옆에서 아까부터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정영도 군은 "아직은 재미없다"고 솔직히 말해 친구들의 주목을 받는다. 내가 "넌 대기만성 형"이라고 하자 순간 모두가 웃는다.

이 반의 반장 김광수 군은 "난 커서 사람 생명 살리는 일을 하겠다"며 뜬금없이 치고 나온다. 도대체 무슨 말? 소방관을 할 거란다. 이 말을 들은 정현진 양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광수 오빠 멋있쪄"라며 혀 짧은 소리로 말하자, 머쓱해한다.

조용히 학생들의 대화를 지켜보던 심명섭 교사는 대화 내내 뭔가를 아쉬워한다. "오늘 이로운 군과 원종훈 군이 사정으로 인해 함께 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반 정원은 10명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민경씨는 "이 아이들을 통해서 청소년에 대한 편견, 나아가서 인간에 대한 편견 등이 없어졌고, 학생들에게서 많이 배운다"며 진지하게 말한다. 대체 어떤 편견일까.

왼쪽부터 두드림반 심명섭교사, 장현진, 변재희, 장서연, 이희수, 이민경 바리스타, 안기홍, 이광민, 정영도, 김광수 학생 등이다.
▲ 단체사진 왼쪽부터 두드림반 심명섭교사, 장현진, 변재희, 장서연, 이희수, 이민경 바리스타, 안기홍, 이광민, 정영도, 김광수 학생 등이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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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두드림반' 학생들은 소위 '학교 부적응 학생'들이다. 사회적 편견으로 말하는 소위 '문제 학생'도 '비행 청소년'도 아니다. 다만 여러 말 못할 이유로 학교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던 학생들이다. 그들에게 기회와 관심만 준다면 얼마든지 학교에 적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학교적응 프로젝트'를 가온고에서 실천하고 있다. 류희성 교장은 "이런 사례를 성공으로 이끌어 많은 학교들과 공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내년에 2학급(학교 부적응학생 2~30여 명을 위한 학급)을 늘리려면 예산이 부족하다. 이 프로젝트에 안성 지자체도 예산 지원에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며 당부했다. 또 윤치영 교감은 "올 11월엔 다른 동료 학생들이 두드림반 학생들에게 학과 공부도 지원케 할 것"이라며 "앞으로 학교 안의 대안학교 스타일을 만들어 가겠다"고 전했다.

일주일 내내 이 프로젝트가 가동된다. '두드림반' 학생들은 월요일엔 바리스타, 화요일엔 멘토 스터디와 난타, 목요일엔 골프와 노작, 금요일엔 '행복한 책 읽기'와 건강증진 프로그램 등의 수업에 참여한다.

안성 가온고등학교에만 있는 특별한 교실 위 클래스. 말 그대로 우리들(학생들)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며,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이런 교실을 만들어 준 넉넉함이 미소를 짓게 한다. 두드림반 바리스타 수업도 이 교실에서 진행되었다.
▲ 위클래스 교실 안성 가온고등학교에만 있는 특별한 교실 위 클래스. 말 그대로 우리들(학생들)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며,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이런 교실을 만들어 준 넉넉함이 미소를 짓게 한다. 두드림반 바리스타 수업도 이 교실에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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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림반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전보다 학교에 오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거기다 다른 수업도 잘 참여하고, 꿈까지 키워가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이 프로젝트가 안성 가온고등학교만이 아닌 대한민국 학교들이 모두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이 생각은 '두드림반' 학생들의 미소를 보니 더욱 간절해졌다. 


태그:#가온고등학교, #가온고 두드림반, #학교부적응 학생, #바리스타,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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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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