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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 2주년을 맞는 천호선 정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제는 도약해야 할 단계로 전환하는 시점이 되었다고 자평한다"라며, 창당 2주년의 핵심 메시지로 "진보재편과 야권혁신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창당 2주년을 맞는 천호선 정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제는 도약해야 할 단계로 전환하는 시점이 되었다고 자평한다"라며, 창당 2주년의 핵심 메시지로 "진보재편과 야권혁신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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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창당이 완료됐다고 생각한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21일로 창당 2주년을 맞는 소감을 묻는 말에 이 같이 답했다. 지난 2012년 총선 직후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 논란 속에서 정의당은 창당했다. 또 다시 진보정치의 분열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내린 결단이었다. 진보정치 전반에 큰 상처가 남았지만 2년 동안 정의당은 어느 정도 정당의 기틀을 잡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그 상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천 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진행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제는 도약해야 할 단계로 전환하는 시점이 되었다고 자평한다"라며, 창당 2주년의 핵심 메시지로 "진보재편과 야권혁신을 주도하겠다"라고 밝혔다. 2016년 총선에서 20석 이상을 따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과 2017년 정권교체의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정의당이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두 번의 선거로 어느 정도 인지도 형성"

천 대표는 "진보의 가치를 분명히 하는 것,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것, 공존의 문화를 갖는 것, 이 세가지 원칙에 동의한다면 정의당은 이미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있는 정당"이라며 "여러 개의 진보정당이 하나의 정당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확답하는 건 고민이 되지만, 이 원칙이 지켜진다면 다양한 이념을 존중하며 같이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진보정당 통합의 가능성을 상당히 열어놓는 말이다.

반면 천 대표는 지난 재보궐 선거 이후 불거졌던 새정치민주연합과 통합에는 선을 분명히 그었다. 그는 "새정치연합과 통합 문제는 이미 당 전국위원회에서 결정한 바가 있다. 새정치연합은 지향하는 가치와 비전은 물론이고 당의 운영원리가 다른 정당"이라며 "통합은 할 수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라고 강조했다. 소위 '빅텐트론'에도 "그저 제1야당이 거치적거리는 다른 정당을 흡수하기 위한 논리로 전락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새정치연합과의 야권연대에 있어서는 "소선거구제도 아래서 연합정치는 불가피하다"라며 "선거에 임박해 단순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것은 더 이상 국민들에게 인정받기 어렵다. 각자 독자성을 가지면서 일상적이고 중장기적인 연대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천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창당 2주년을 맞는 소회는 어떠한가?
"정말 2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진보정치의 참사 속에서 창당을 했다. 속된 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아무 것도 없는 정도가 아니라 폐허 속에서 시작했다. 진보가 지켜야 할 민주주의에 대한 파탄이 있었고, 진보의 정체성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의문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진보정치를 복구하고 혁신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2년이 지난 이제야 창당이 완료됐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도약해야 할 단계로 전환하는 시점이 되었다고 자평하고 싶다."

-지난해 7월 당대표를 맡고 선거를 두 번 치렀다. 당은 선거를 위한 조직이다. 두 번의 선거를 중심으로 당대표 1년을 평가해 달라.
"우리 처지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벅찬 과제였다. 냉정하게 말해 우리가 갖춰진 것 이상의 성과를 낸다는 걸 기대하지 않았다. 지방선거나 재보궐 선거 모두 당선의 관점에서 보면 승리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두 번의 선거로 국민들에게 비로소 정의당이 창당을 신고 한 것이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일정한 인지도와 지지도를 형성했다. 사실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는 당의 모든 것을 투자했다. 옳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성과로 이제는 정의당의 이름으로 정의당다운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 앞으로 당 대표가 잘 하기만 하면 된다.(웃음)"

"자기만 옳다는 사람과는 함께 할 수 없다"

-지난해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는 "아름다운 가치는 계승하고, 잘못된 과거와는 철저히 단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창당 2년을 맞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우리 당의 최고 목표는 원내 교섭단체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20석을 만드는 일은 정말 어렵고 낙관적이지도 않다. 나아가 2017년 대선에서는 정권교체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게 최고 목표다. 이것을 메시지로 정리하자면, '진보재편과 야권혁신을 주도하겠다'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진보재편과 야권혁신'에서 '진보재편'이라는 것은 결국 현재 정의당을 비롯해, 통합진보당과 노동당, 녹색당까지 4개로 갈라져 있는 진보정당의 통합을 추구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통합이 가능하다고 보나?
"정의당의 가진 기본적인 원칙은 세 가지다. 진보의 가치를 분명히 하는 것,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것, 공존의 문화를 갖는 것이다. 먼저 진보의 가치를 분명히 한다는 것은 과거의 운동권적인 배타적 이념이 아닌 진보가 그야말로 지향해야 할 가치를 말한다. 자주·민주·통일, 평등·평화·생태·연대, 참여와 정의 모두 소중한 진보적 가치다. 다만 과거 10여 년 전 가졌던 자주의 의미와 계급론적 평등의 의미는 이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정의당은 이미 이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다 함께 할 수 있는 정당이다.

두 번째, 민주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진보정당은 다른 정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민주적이어야 하고, 첨단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민주주의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정당내부에서부터 민주주의 질서를 지켜야 한다. 나아가 공존의 문화를 가져야 한다. 진보는 자기 입장이 강하다. 독선의 태도를 가질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뒷짐지는 게 아니라 함께 행동해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뜻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옳다.

이런 원칙이 진보재편과 야권혁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여러 개의 진보정당이 하나의 정당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확답하는 건 고민이 된다. 그러나 이 원칙이 지켜진다면 다양한 이념을 존중하며 누구나 같이 할 수 있다."

-통합이 가능한 원칙을 말했는데, 그럼 함께 하기 어려운 경우는 무엇인가?
"자신만이 옳기 때문에 권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그 수단과 방법이 민주주의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세력과는 함께 하기 어렵다. 또 자기 이념적 완결성 때문에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함께 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나만 옳고 저 사람들과 함께 하기 싫다'는 사람들과 굳이 대화 테이블을 만드는 건 소모적인 일이다. 당의 지도부가 통합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협상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

- 통합이 어렵다고 말하는 부분은 통합진보당을 지칭하는 것으로 들린다. 지난해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의혹 사건이 발생했을 때, 상당히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최근 법원의 판결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나?
"그 당시 가졌던 원칙과 지금의 원칙은 변함이 없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수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다. 그 다음으로, 이 사건에는 정치적 측면과 사법적 측면이 있다. 사법적 책임은 사법부에 맡기더라도 이 의원의 언행이 사실이라면 국민들은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었다. 자유로운 의사표현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 발언이 사실이라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청구를 한 것은 옳지 않다. 정당은 국민에게 평가 받아야 한다. 그게 원칙이다. 이 의원의 재판 결과가 모순적으로 나온 것은 검찰의 무리함이 드러난 결과다."

"새정치연합, 기득권 버리고 제3당이 될 수 있다는 각오해야"

-'진보재편'과 함께 '야권혁신'을 이야기했다. '야권혁신'은 진보정당을 넘어 새정치민주연합까지 염두에 둔 말로 보인다. 지난 재보궐 선거 이후 새정치연합 일각에서는 더 이상 선거에서 야권연대가 실효성이 없다며 정의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의당의 의견은 어떤가?
"정의당은 작은 정당이다. 하지만 정의당이 선명한 야당으로 혁신된 모습을 보인다면 새정치연합과 진보정당을 포함한 다른 야당들 역시 스스로 자기혁신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야권의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의미다. 새정치연합과 통합 문제는 이미 당 전국위원회에서 결정한 바가 있다. 새정치연합은 지향하는 가치와 비전은 물론이고 당의 운영원리가 다른 정당이다. 통합은 할 수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 내가 과거에 민주당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새정치연합과 가깝거나 무언가를 도모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전혀 아니다.

새정치연합은 지금 구조적으로 예고된 몰락을 겪고 있다. 지금의 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예전에는 총재 한 명이 하던 역할을 이제는 각 계파 수장들이 하고 있다. 그들이 지역위원장을 임명하고, 또 대의원을 임명한다. 그리고 그 대의원들이 당대표를 뽑는다. 시민과 당원의 참여가 봉쇄된 정당이다. 그런 상태라면 혁신은 불가능하다. 지난 2008년 국민참여당을 창당했던 이유는 당시 민주당이 몰락할 것이라는 걸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대체하는 합리적인 진보와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새정치연합이 혁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혁신하고자 한다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혁신의 아이디어는 이미 다 나와있다. 온오프라인 네트워크 정당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미 10년 이상 된 이야기다. 새정치연합을 혁신하려는 세력부터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단기적으로 제3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각오를 가지고, 또는 분당을 각오하더라도 기득권을 내려놓는 게 필요하다. 그런 노력과 의지를 가진 집단이 존재할지는 지금으로서 회의적이다. 새정치연합 안에도 이 부분에 공감하는 분들이 있다. 그 분들이 기득권을 버리는 용기를 낼지 모르지만, 용기가 있는 분들이 있다면 정의당은 함께 할 수 있는 열려있는 정당이다."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이 합당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소위 말하는 '빅텐트론'이다. 한국사회는 이미 양당정치가 고착됐고, 큰 야당 안에서 진보블록을 형성해 당을 바꿔가야 한다는 주장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빅텐트론은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양당체제가 굳어졌는가? 그렇지 않다. 최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을 봐라.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호남에서도 새정치연합보다 높았던 것은 양당체제가 몰락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들은 현재 지역주의에 기반한 소선거구제 때문에 연명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금의 새정치연합을 믿고 가겠다는 국민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안에 들어가서 혁신할 수는 있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서 혁신하려고 했다. 문성근 전 대표가 시민참여를 펼쳤지만 실패했다. 안철수의 개혁도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국회에 들어간 시민사회 인사들은 과연 무엇을 했나? 우리가 들어가면 바뀌고, 안 들어가면 안 바뀐다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빅텐트론은 사실상 종언을 구했다. 그저 제1야당이 거치적거리는 다른 정당을 흡수하기 위한 논리로 전락했다."

"여론조사 후보 단일화, 인정받기 어렵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진보의 가치를 분명히 하는 것,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것, 공존의 문화를 갖는 것, 이 세가지 원칙에 동의한다면 정의당은 이미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있는 정당"이라며 "여러 개의 진보정당이 하나의 정당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확답하는 건 고민이 되지만, 이 원칙이 지켜진다면 다양한 이념을 존중하며 같이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진보의 가치를 분명히 하는 것,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것, 공존의 문화를 갖는 것, 이 세가지 원칙에 동의한다면 정의당은 이미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있는 정당"이라며 "여러 개의 진보정당이 하나의 정당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확답하는 건 고민이 되지만, 이 원칙이 지켜진다면 다양한 이념을 존중하며 같이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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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정의당은 여전히 새정치연합과 야권연대를 유효하게 보고 있다. 모순적이지 않나?
"현재 소선거구제도 아래서 연합정치는 불가피하다. 선거에 임박해 여론조사로 단순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것은 더 이상 국민들에게 인정받기 어렵다. 그렇지만 연합정치는 필요하다. 각자 독자성을 가지면서 일상적이고 중장기적인 연대가 있어야 한다. 정책 활동도 함께하고 국회 안과 밖에서도 연대해야 한다. 이런 기반 아래 선거에서 공동대응이 가능하다."

-유권자의 시각에서 보면 새정치연합 안에 소위 '친노'로 분류되는 인사들과 정의당 안에 천 대표를 비롯해 유시민 전 장관 등의 인사가 왜 따로 정치활동을 하는지 납득하기 쉽지 않다. 이런 질문을 많이 받지 않나?
"우리 당원들도 왜 여기 와서 고생하느냐 물을 때가 있다.(웃음) 노무현 대통령은 끊임없이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제3의 정당을 도모해왔다. 반대로 그는 현실주의자이기도 했기 때문에 새천년민주당에 뛰어들기도 했다. 지금 제3당을 하는 것을 흔쾌히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노 대통령이 노동문제에 가졌던 관심, 북유럽형 복지국가를 향한 정책,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세력 등이 노무현 정신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 정신을 가장 바르게 잇는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렇다고 새정치연합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분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태그:#천호선, #정의당, #새정치연합, #노회찬,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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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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