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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퍼지고 있는 한 사진에는 사법기관의 카카오톡 압수수색 등 사이버 검열 논란 등을 빗댄 광고 패러디 대자보가 붙어있다.
 20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퍼지고 있는 한 사진에는 사법기관의 카카오톡 압수수색 등 사이버 검열 논란 등을 빗댄 광고 패러디 대자보가 붙어있다.
ⓒ 아홉시반주립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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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동안 어딨었냐고 핸드폰 좀 보여 달라 했을 땐 사생활 침해라고 난리더니..."

사법기관의 카카오톡 압수수색 등 사이버 검열 논란 등을 빗댄 광고 패러디 대자보가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퍼지고 있는 한 사진에는 "이제 내 카톡 좀 그만 뒤져"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있다. 대자보를 쓴 사람은 '아홉시반 주립대학 14학번 박은혜'다.

이 대자보는 한 새내기 여대생이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뒤져보지 말라고 항의하는 편지글 형식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는 최근 보해양조가 진행하고 있는 대자보 마케팅을 패러디해 정부의 사이버 검열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기야, 나 허위사실 유포한 적 없다니까"

'아홉시반 주(酒)립대학'은 보해양조가 지난 5월 소주 신제품 '아홉시반' 출시를 기념해 '개념 있는 음주시민 양성'을 모토로 설립한 사이버대학이다. 진짜 대학이 아닌 일종의 인터넷 커뮤니티 성격을 띠고 있다. 보해는 초대 총장에 개그맨 김제동씨를 임명하고, 진중권·정재승씨 등 유명 인사를 교수로 불러 공개 강의를 여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쳐왔다.

"자기야, 나 허위사실 유포한 적 없다니까"라고 시작하는 이 대자보는 곳곳에서 최근 논란이 된 검찰의 '사이버 검열' 의혹에 대해 날카로운 일침을 가하고 있다.

이 대자보는 "내가 자기한테 섭섭한 거 투덜댈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왜 그게 우리 사이를 모독하는 일이 되는 건데"라며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었다"는 발언을 빗대 꼬집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모독 발언' 이후 검찰이 전담 수사팀을 두고 허위 사실 및 명예훼손을 강력 수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이버 검열' 논란이 확산됐다.

"욕 먹기 싫으면 잘하든가, 남친으로서 일은 하나도 안 하고 내 돈 가지고 혼자 해외여행 다니는데 당연히 서운하지"라는 말은 박근혜 대통령의 '성과 없는' 잦은 해외 순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7시간 동안 어딨었냐고 핸드폰 좀 보여달라 했을 땐 사생활 침해라고 난리더니..."라며 세월호 참사 당일 사라진 '박 대통령의 7시간'과 '사이버 검열'을 연결 지은 대목은 패러디의 절정을 이루고 있다.

이 대자보는 "오빠 때문에 나 다 탈퇴했어. 이제 연락하고 싶으면 전보 쳐!"라며 최근 카카오톡을 탈퇴하고 해외 메신저로 갈아타는 '사이버 망명' 세태를 반영하는 글로 마무리됐다.

'아홉시반 주(酒)립대학' 홈페이지 화면 캡쳐. 김제동 초대 총장의 사진과 함께 학교 심벌마크 옆으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노란리본이 보인다.
 '아홉시반 주(酒)립대학' 홈페이지 화면 캡쳐. 김제동 초대 총장의 사진과 함께 학교 심벌마크 옆으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노란리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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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총장' 사이버대학, '오늘의 대자보'에 선정 돼 확산

이 대자보는 당초 지난 14일 '아홉시반 주립대학' 홈페이지 '오늘의 대자보' 코너에 올라왔고, 이후 누리꾼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급속히 확산됐다.

앞서 '아홉시반 주립대학 14학번 박은혜'는 지난 8월에도 "아오 XX 그 시간에 대체 어디 있었냐고"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인 바 있다. 당시 이 대자보에는 "어젯밤, 남자친구가 7시간이나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라며 "도대체 어디서 뭘 했냐고 다그치니까 그런 건 사생활이라며 가만히 있으라네요. 아니 연인 사이가 그럼 공적인 사이인가"라고 적혀 있다.

또한 이 대자보는 "뭐했는지 핸드폰이라도 보여 달라 했더니 싫은데? 이러고 앉아있네요. 아오 XX. 이래도 제가 가만히 있어야 돼요? 저, 수사권 줘야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에 대한 진실 규명을 위해 세월호 유가족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오늘의 대자보' 코너에는 화제를 모은 이번 대자보뿐만 아니라 권위적인 술문화, 직장 내 성희롱 문제, 광화문에서 당한 불심검문, 반값등록금 문제 등 사회 문제를 고발하거나 꼬집는 내용의 대자보들도 다수 게시돼 있다.

한편 김제동씨는 '아홉시반 주립대학' 홈페이지에 올린 인사말에서 "아홉시반 酒립대학은 '술자리에서 배우는 것이 진짜 인생이다'라는 이념으로 설립되었다"며 "아홉시반 酒립대학에서 함께 이야기하며 인생이라는 주제에 대해 서로서로 배워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홉시반 주립대학'은 지난 5월 홈페이지 개설 이후 1000명이 넘는 사람이 회원가입(입학)을 했고, 하루 최대 방문자 수가 35만 명을 기록했다. 또한 2014년 대한민국 광고대상 온라인부문 금상을 수상하는 등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평가받았다.


태그:#카톡압수수색, #사이버검열, #박근혜7시간, #김제동, #아홉시반주립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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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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