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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군 덕산면 신평1리 매란원룸 앞 덕산천에 설치한 어도를 한 주민이 가리키며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예산군 덕산면 신평1리 매란원룸 앞 덕산천에 설치한 어도를 한 주민이 가리키며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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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덕산면 덕산천과 대치천에 145억여 원을 들여 시행한 생태하천복원사업 중 어도 9곳 대부분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천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아무 소용 없는 짓을 해놓았다"며 심각한 예산 낭비라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예산군은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덕산면 신평·시량리 지내 하천(5.85㎞)에 사업비 145억1100만 원을 들여 어도(물고기가 상류로 올라갈 수 있는 통로) 9개소, 가동보(물막이벽을 눕히고 세울 수 있게 기계장치를 한 소형댐) 8개소, 축제·호안공 등을 설치했다.

올해가 7년차 사업 마지막 해로 생태정화습지를 제외한 대부분 시설이 완공됐다. 그런데 생태하천의 핵심시설로 설치한 어도가 제구실을 전혀 못하는 등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은 사업 초반기인 4~5년 전에 설치한 어도가 분명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데도 설계변경을 하지 않고 모양과 형식이 똑같은 어도를 해마다 계속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어도 대부분이 안고 있는 가장 큰 허점은 장마 때가 아니면 평소에 어도 위로 물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물고기는 어도를 따라 상류로 오를 수 없다. 어도 위로 물이 흐르려면 가동보 물막이벽을 닫고 물을 가두어야 한다. 때문에 가을철에는 벼베기로 논을 말려야 하므로 물을 가둘 수가 없다.

지난 16일 덕산천에 설치한 어도 현장에서 만난 예산군청 환경과장과 공사현장소장 등 관계자들은 "요즘같이 수확철이 아닌 때는 가동보를 닫아 물을 가두기 때문에 연중 어도로 물이 흐른다"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의 말은 달랐다.

덕산천 중류에 설치한 어도의 물이 흐르지 않은지 오래돼 어도 안에 고인 물이 썩어가고 있다. 이 곳에 물고기가 갇히면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다.
 덕산천 중류에 설치한 어도의 물이 흐르지 않은지 오래돼 어도 안에 고인 물이 썩어가고 있다. 이 곳에 물고기가 갇히면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다.
ⓒ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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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준공한 시량초 인근 대치천에 설치한 어도 역시 가동보가 만수위지만, 블럭안에만 물이 고여있고 넘쳐 흐르지 않는다.
 올해 준공한 시량초 인근 대치천에 설치한 어도 역시 가동보가 만수위지만, 블럭안에만 물이 고여있고 넘쳐 흐르지 않는다.
ⓒ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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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1리 매란원룸 앞에서 만난 한 주민은 "수년째 어도를 지켜보고 있지만 장마철을 빼고는 어도 위로 물이 흐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봄과 여름엔 논에 물을 대야 하기 때문에 보 안에 있는 물을 계속 용수로로 빼낸다. 그리고 갈수기엔 물이 없고, 가을엔 물을 가두면 안되고, 겨울엔 얼어붙고…. 사정이 이런데 도대체 언제 어도로 물이 넘어 가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장마철엔 물이 불어나니까 어도로 넘어가는데 그땐 물이 많아 어도가 없어도 물고기가 충분히 보를 넘어 올라갈 수 있다. 도대체 저 어마어마한 시설(어도)을 왜 만들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나라에 돈이 썩었다"고 개탄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동보에 설치한 어도 대부분이 보를 막아 물이 넘쳐도 어도로 물이 흐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실제로 수 년 전 덕산 써니밸리아파트 앞 덕산천 상류에 설치한 어도는 가동보를 막아 물이 넘치는데도 어도로는 물이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16일 취재현장에서 확인됐다.

또 올해 완공한 시량초등학교 인근 대치천에 설치한 어도도 가동보에 물이 넘치는데 어도로 물이 넘어가지 않고 있다. 특히 계란판 형태로 설치한 어도 안 블럭 형태의 웅덩이에는 한 번 들어온 물고기가 어도 위로 물이 넘치지 않으면 빠져나갈 수 없기 때문에 생태를 살리려고 만든 시설이 '물고기 감옥'으로 전락하고 있다.

어도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덕산·대치천 9곳에 설치한 어도의 폭이 작은 것은 2미터, 큰 것은 5미터까지 엄청난 규모다.

대치천에서 만난 주민 이아무개씨는 어도를 가리키며 "저게 고래가 올라 가라고 만든 길이지, 누가 물고기길이라고 하겠냐. 덤프트럭이 지나가도 되겠다"고 지적했다. 그도 "정말로 돈이 남아 돌아 쓸데가 없어 그러는건지, 알 수가 없다"고 목청 높여 비판했다.

어도란 하천개발로 보 또는 댐이 생기면서 뱀장어, 피라미 등 활동성이 강한 각종 어류가 하천 상류와 하류로 이동하는 통로가 차단돼 생태순환이 안 되자 이를 연결해 주기 위해 만든 시설물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어도를 설치한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사례만 보더라도 어도 폭이 지나치게 넓을 이유가 없다. 또한 폭이 좁아야 갈수기에도 물흐름이 원활해 물고기의 왕래가 자유로울 수 있다.

유속이 급한 곳도 아닌 덕산·대치천에 초대형 어도를 설치한 이유에 대해 현장 관계자들도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계 잘못으로 인한 대표적 예산낭비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어도 폭이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에 대해 설계를 담당했던 'ㅇ사'의 간부직원은 <무한정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나라에 어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게 겨우 10여 년 전이다. 덕산·대치천은 7년 전에 설계를 했고, 당시엔 적정한 어도 폭에 대해 정확한 자료가 없었다. 학회 자문 정도를 받아 설계한 것을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예산군의회 의원들은 행정사무감사 준비를 위해 지난 16일 덕산·대치천 생태하천복원사업 현장을 방문, 담당공무원과 공사관계자들로부터 현장설명을 들었다.

예산군청 집행부가 사업장답사 장소로 군의원들에게 보여준 곳은 어도 9곳 중 가동보가 없어 유일하게 어도 위로 물이 흘러 문제가 드러나 보이지 않는 충의사 도중도 앞 하천이다. 하지만 이 곳 도중도로 넘어가는 교량 아래 지점도 현지주민들에 따르면 낙차가 심하지 않아 왜 어도를 설치했는지 의문이 가는 곳으로 지목되고 있다.

예산군의원들은 이 곳 한 사업장에서만 10여 분간 현장설명을 들은 뒤 특별한 문제제기없이 현장을 떠났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어도, #덕산천, #생태하천복원,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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