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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바이러스와 관련해 많은 우려를 낳았던 ITU 전권회의가 20일 부산에서 개막했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서아프리카의 관리대상국가 3개국은 참석을 하지 않았다. 다만 에볼라 발병국이지만 관리대상국가로 지정하지 않은 3개국은 대표단을 보내왔다. 개막식을 앞두고 발열감지기를 통해 고열 환자를 찾고있는 모습.
 에볼라 바이러스와 관련해 많은 우려를 낳았던 ITU 전권회의가 20일 부산에서 개막했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서아프리카의 관리대상국가 3개국은 참석을 하지 않았다. 다만 에볼라 발병국이지만 관리대상국가로 지정하지 않은 3개국은 대표단을 보내왔다. 개막식을 앞두고 발열감지기를 통해 고열 환자를 찾고있는 모습.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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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철저한 검역을 약속했던 에볼라 바이러스 대책이 곳곳에서 허점을 보이고 있다. 비가 내린 날씨 탓에 발열감지기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고, 설정 온도는 발열감지기 별로 제각각이었다. 발열 모니터링은 비전문가인 임시 용역직원들이 맡고 있다.

창고에 설치한 임시 격리병실(대기실)엔 일반 병실 침대만 하나 덜렁 놓인 학교 양호실 수준이었고, 의심환자를 이송하겠다며 보도자료까지 내놓은 특수구급차는 현장에 존재하지 않았다.

20일 오전 부산에서 개회식을 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에 에볼라 관리대상국가로 정한 3개국은 불참했다. 하지만 관리대상국가로 지정하지 않은 발병국가 3개국은 대표단을 보내왔다. 에볼라 바이러스 발병국 중 대표단을 보내온 곳은 세네갈, 나이지리아, 콩고민주공화국이다.

그동안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부산시 등은 관리대상 국가가 불참을 결정한 점에 안도하면서도 만약을 대비한 철저한 검역을 약속했다. 19일에는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 현장을 찾아 검역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문 장관은 "서아프리카 발병 3개국에서는 참가자가 없지만, 입국 전 3주 내에 해당국에 체류하였거나 방문했던 참가자에 대해서는 입국단계에서 철저한 검역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비가 오면 제역할 못하는 발열감지기

에볼라 감염 의심 환자가 발생하면 이곳 임시 격리병실에서 병원 이송을 기다리게 된다.
 에볼라 감염 의심 환자가 발생하면 이곳 임시 격리병실에서 병원 이송을 기다리게 된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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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개회식을 앞두고 살펴본 부산 벡스코에는 정부의 철저한 검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이날 벡스코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총 5대의 발열 영상감지기가 설치되었다.

발열온도 기준을 묻자 질병관리본부는 섭씨 38℃라고 답했지만 현장의 발열감지기 설정 온도는 37℃~37.5℃로 제각각이었다. 온도가 제각각인 이유를 묻자 현장에 나와 있던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라 임의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발열감지기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이들은 용역업체 직원들로, ITU 전권회의를 앞두고 급하게 계약을 맺은 비전문가들이다.

이마저도 제 역할을 할지에는 강한 의문이 들었다. 관계자들 역시 "비가 오는 날씨에서는 기온이 내려가서 고열 환자라도 온도가 낮게 측정이 될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오전에만 부산에는 35mm가 넘는 제법 많은 가을비가 쏟아졌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부산시가 보도자료를 통해 환자발생과 안전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벡스코 내에 설치했다는 의무실이었다. 하지만 의무실의 의료진은 "에볼라 바이러스는 우리가 맡지 않고 질병관리본부에서 담당한다"고 답했다. "그럼 질병관리본부는 어디에 있나"는 질문에 돌아온 건 "저희도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었다.

질병관리본부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정부 부처의 임시 사무실에서였다. 질병관리본부가 '대기실'로 이름 붙인 임시 격리병실을 보고싶다는 말에 질병관리본부에서는 행사장의 외진 곳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원래 창고로 사용했다는 좁은 방안에는 일반 병실 침대 하나가 놓여 있었고, 책상 위에는 몇 가지의 소독약이 놓여 있었다.

일반 119구급차로 의심환자 이송 계획 "관리대상국가 불참해서..."

에볼라 바이러스와 관련해 많은 우려를 낳았던 ITU 전권회의가 20일 부산에서 개막했다. 당초 걱정과는 달리 서아프리카의 관리대상국가 3개국은 참석을 하지 않았다. 다만 에볼라 발병국이지만 관리대상국가로 지정하지 않은 3개국은 대표단을 보내왔다. 콩고민주공화국 대표단이 개회식을 기다리는 모습.
 에볼라 바이러스와 관련해 많은 우려를 낳았던 ITU 전권회의가 20일 부산에서 개막했다. 당초 걱정과는 달리 서아프리카의 관리대상국가 3개국은 참석을 하지 않았다. 다만 에볼라 발병국이지만 관리대상국가로 지정하지 않은 3개국은 대표단을 보내왔다. 콩고민주공화국 대표단이 개회식을 기다리는 모습.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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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발열 감지기에서 고열 증상을 보인 환자는 이곳에서 병원 이송 전까지 대기한다. 부산시는 사전에 내놓은 대책을 통해 "의심환자에게도 전신보호복을 입힌 후 '119 특수구급차'에 탑승시킨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도 사실이 아니었다. 소방현장지휘본부에 확인한 결과 환자 이송에 사용하는 구급차는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선 소방서에 배치된 119 구급차였다.

대책이 허술해 보인다는 기자의 질문에 질병관리본부 측은 "관리대상국가 3개국이 참석하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정부는 세네갈의 경우 감염자가 1명인데다가 이마저도 기니에서 유입됐다는 점을 관리대상국가 제외의 이유로 들었다.

또 나이지리아는 방역을 통해 조기에 전파가 차단됐고, 콩고민주공화국은 일부 오지에서만 감염자가 발생해 전파가 차단됐다는 점 등을 관리대상국가 제외 사유로 제시했다. 동시에 관리대상국가를 제외하고는 9월 5일 이후 발병자가 나오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를 비롯한 지역 시민단체와 야당에서는 "정부가 관리대상국가만을 위험 국가로 지정하고 다른 발병국가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면서 "검역을 강화한다고 해놓고 사실상 검역에 구멍을 뚫어주는 꼴"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개회식에서 하마둔 뚜레 ITU 사무총장은 에볼라와 관련 "지난주 세계보건기구(WHO)는 우리가 보다 강력히 대항하지 않으면 2개월 내 매주 10만 명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면서 "우리가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ITU전권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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