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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유일하게 분쟁 사학에서 시립대학교를 거쳐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한 인천대가 흔들리고 있다. 장밋빛 청사진을 가지고 출범했지만, 재정 문제가 심각하다. 최성을 초대 총장의 리더십도 위협받고 있다. 이에 3회에 걸쳐 인천대의 현황을 진단하고자 한다. - 기자 말

전영우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대학본부의 편제 개편에 대한 항의 서한을 최성을 총장 앞에서 낭독하고 있다.
 전영우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대학본부의 편제 개편에 대한 항의 서한을 최성을 총장 앞에서 낭독하고 있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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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학교가 재정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국립대학법인 전환기 초대 총장을 맡은 최성을(60, 물리학과) 총장의 리더십도 위협받고 있다.

최 총장은 국립대학법인 전환을 6개월여 앞둔 2012년 5월에 선출됐다. 변윤식(전자공학과) 교수와 3차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이었다. 국립대학법인 전환 전후의 인천대를 이끌 총장으로서 교육계의 이목을 받았다.

그러나 국립대학법인 전환 이후, 인천대는 '주인 없는 학교'란 오명과 함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수들, 최성을 총장 리더십 "낙제점"

"인천대의 역사를 보면, 국립인천대의 갈 길이 보인다. 공적 영역인 교육을 사적 이익 추구의 도구로 악용한 사학재단을 교수·학생·동문과 인천지역 시민사회, 정치권 등이 함께 시립대로 만들었다. 그리고 130만 인천시민의 참여로 국립대로 출범 시켰다. 인천대는 말 그대로 인천시민의 대학이 돼야 한다. 교수들은 인천을 중심으로 연구논문을 쓰고, 인문학 강좌 등을 계속 열어 시민들에게 개방해야 한다. 그런 방향으로 대학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인천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인천대에서 20년 이상 재직 중인 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대학이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서 학교 구성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말이다.

갈등을 해결하고 나아갈 방향을 올곧게 틀어쥐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은 최 총장이다. 그래서 최 총장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학교 안팎에서 회자된다.

서종국 대학건설본부장은 최 총장의 리더십을 '민주적 리더십'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최 총장은 국립대 초대 총장으로서 대학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학내 갈등은, 최 총장의 민주적 리더십으로 인해 잠시 혼란스럽게 보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인천대 교수들 중 다수는 최 총장의 대학 운영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교수협의회가 지난 6월에 외부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총장과 집행부의 업무수행 중간평가'에서 교수 86.6%는 '전반적으로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 총장의 행정운영 능력과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에서도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각각 89.2%와 81.8%로 나왔다. 특히 84.4%가 '대학 운영과 발전 방향에 대한 총장과 집행부의 철학과 비전이 없다'고 답했다.

법인화 덫에 걸린 인천대

최 총장의 리더십은 국립대학법인화 과정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과 최 총장은 2013년 1월 법인화에 최종적으로 서명했다.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한 송 전 시장은 시립인천대가 하루라도 빨리 국립대법인으로 전환되기를 희망했다.

이 과정에서 인천대는 인천시와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르면, 인천대는 시로부터 총9432억 원 규모의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협약 조항 곳곳에 허점이 있었다. 시는 2018년부터 2027년까지 대학발전기금 2000억원을 조성해 인천대에 제공하기로 하는 등 향후 14년 동안 총9432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세부 지원계획이 명확하지 않다.

이로 인해 인천대는 강의실 부족 사태에도 불구, 시로부터 대학발전기금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인천대는 법인화 추진 과정에서 교육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국비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고보조금 295억 원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대학운영비 차입에 따른 이자 보조금 9억 원만을 지원했다.

인천대는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대학 구조조정을 진행해 각종 보조금과 국비를 확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속되는 대학편제 개편 잡음

인천대는 단과대학 12개를 8개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부 교수와 학생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 9월 20일, 교수 30여명과 학생 150여명은 대학본부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집행부가 추진한 대학편제 개편을 반대했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인천대는 단과대학 12개를 8개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부 교수와 학생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 9월 20일, 교수 30여명과 학생 150여명은 대학본부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집행부가 추진한 대학편제 개편을 반대했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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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는 단과대학 12개를 8개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부 교수와 학생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 9월 20일, 교수 30여 명과 학생 150여 명은 대학본부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집행부가 추진한 대학편제 개편을 반대했다. 전영우 교협 부회장과 교수 20여 명은 총장실을 방문해 반대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인천대는 최근 대학편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1년 가까이 운영해온 태스크포스(T/F)팀이 도출한 최종안(3개 대안)이 아닌,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는 새로운 개편안을 교육연구위원회에서 처리했다. 이에 사회과학대학 교수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수들은 "거점 국립대학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비전과 철학을 바탕으로 객관적 기준으로 장기적인 대학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편제 개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학편제 개편에 따른 잡음은 지난해 말에도 나왔다. 인천대는 지난해 11월, 단과대학 12개를 7개로 통폐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엔 법학·경영·예술체육·생명과학기술·정보기술대학을 다른 단과대학으로 사실상 흡수·통합할 계획이었다. 법학과 경영, 예술체육대학이 강하게 반발해 편제 개편은 무산됐다.

교수 충원 과정에서도 잡음

"총장 취임 후 총장이 속한 물리학과 교수가 10명으로 늘었다. 교수 충원이 학생 정원에도 못 미치는 다른 과와 대조를 보인다. 이밖에도 융합연구팀 수십 에 500만 씩 지원했는데, 결과물이 없었다."

인천대 한 젊은 교수는 이렇게 말한 뒤 "최 총장이 원칙 없는 교수 채용과 인기영합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런 사례는 더 있다. 최 총장은 2012년 총장 선거 때 자신을 적극적으로 도운 인사들을 보직교수로 임명했다. 또한 인천대에 재직하다가 서울의 유명 사립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교수를 무리하게 다시 데려오려고 시도해 학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밖에도 외국인 교수 채용 과정에서도 잡음이 발생했다.

최근 인천대는 '주인 없는 대학'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사립이나 시립대 시절처럼 대학 운영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인의식을 가진 세력 또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국립대학법인 인천대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세력은 정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 총장 체제가 학교 구성원이나 인천시민보다는 교육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총장 직선제가 간선제로 바뀌면서 학내 구성원의 영향력은 줄어든 반면, 정부의 입김은 강해졌다.

이와 관련해 서종국 대학건설본부장은 "최근 황우여 장관 등을 만나 국비 지원 등을 요청했다. 인천대는 거점 국립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매우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고 한 뒤 "민주적 리더십은,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인천대는 인천시민의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대학교, #법인화, #편제개편, #국립인천대, #최성을 인천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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