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드라마 스페셜-간서치 열전>은 포털 사이트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웹드라마로도 선보였다.

KBS 2TV <드라마 스페셜-간서치 열전>은 포털 사이트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웹드라마로도 선보였다. ⓒ KBS


10월 19일에서 20일로 넘어가는 자정 무렵의 TV, 한적했던 그 자리에서 새삼 피 튀기는 혈투가 시작되었다. 단막극을 내세우는 KBS <드라마 스페셜>과 MBC <드라마 페스티벌>이 동시에 방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KBS <드라마 스페셜>의 한 시간은 '일각이 여삼추',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여 아주 짧은 시간도 삼년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3일부터 매일 10분 내외로 총 7회를 포털 사이트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웹드라마의 형태로 방영되었던 <간서치 열전>의 결말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누적 조회 수 80만을 돌파한 <간서치 열전>은 그간 새로이 시작된 KBS <드라마 스페셜>이 단막극을 기다렸던 이들의 기대에 못 미쳤던 완성도와 내용을 보였던 것과 달리, 이제야 비로소 무릎을 탁 칠만한 내용과 연기, 완성도를 보여 웹드라마로서 첫 발을 성공적으로 딛게 되었다.

'홍길동전' 둘러싼 혈투 통해 광해군 시대 재해석 

<간서치 열전>은 허균이 지은 '홍길동전'을 둘러싼 당대 인물들의 갈등을 극적으로 그려낸다. 이를 위해 드라마를 끌고 가는 인물로 오늘날의 '오덕후(마니아)'에 해당하는 간서치를 등장시킨다.

간처치(看書痴), 말 그대로 '책만 읽는 바보'는 조선 후기 유명한 실학자 이덕무의 '간서치전'으로부터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간서치전'에서 "오로지 책 보는 것만 즐거움으로 여겨, 춥거나 덥거나 주리거나 병들거나 전연 알지를 못하였다. 어릴 때부터 스물한 살이 되도록 일찍이 하루도 손에서 옛 책을 놓아본 적이 없었다. 그 방은 몹시 작았지만, 동창과 남창과 서창이 있어 해의 방향에 따라 빛을 받으며 글을 읽었다"라고 썼다.

가난한 서얼 출신인 이덕무는 남의 책을 베껴주는 품을 팔면서 책을 읽었고, 풍열로 눈병이 걸려 눈을 뜰 수 없는 가운데 실눈을 뜨고 책을 읽었으며, 동상에 걸려 손가락 끝이 밤톨 만하게 부어 피가 터질 지경인데도 책을 빌려달라는 편지를 쓸 정도였다.

드라마상의 간서치로 분한 수한(한주완 분)은 바로 이덕무가 설명해낸 간서치 딱 그 자체였다. 이덕무처럼 서얼 출신인 그는 자신을 외면한 세상 대신에 책을 벗 삼는다. 어머니가 그런 간서치인 아들을 견디다 못해 책을 불사르려 할 정도로. 어머니에게 수한은 "그럼 왜 나를 낳으셨냐"며 그 상황을 겨우 모면한다.

그럼에도 '간서치'다운 행실을 벗어나지 못한 수한은 장서가 풍부하기로 유명한, 그리고 그 자신의 창작물 역시 만만치 않은 허균의 서재에 드나들다, 그 서재에서 죽어간 허균 집 마름의 살인자로 누명을 쓰기에 이른다.

이렇게 허균 집 마름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에서 시작된 <간서치 열전>은 사라진 '홍길동전'을 이용해 허균을 옭아매려는 이이첨과, 한번 책을 보면 모조리 기억해 내는 '책 돼지' 서돈, 세상에 단 한 권의 책을 소유하기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서랑 등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으로, 웹드라마로서의 매력을 한껏 뿜어낸다.

또한 그저 신간 '홍길동전'을 소유하고자 하는 책 욕심을 넘어, 서얼의 등용이 가로막힌 경직된 신분제 국가 조선에 대한 비판을 고스란히 작품화 한 혁신적 사상가 허균과 그런 그의 사상이 담긴 '홍길동전'을 이용하여 허균을 숙청하려는 이이첨의 야심이라는, 광해군 시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드라마의 저변에 깔려있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간서치 열전>에서 등장한 '홍길동전'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는 것을 허용 받아 감읍하고, 임금 앞에 충성을 맹세하고 병조판서를 제수 받는 충신이자 효자 홍길동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얼인 신분을 극복하고, 그 스스로 왕이 되어 새로운 왕조를 개창한 혁명가 홍길동으로, 그 존재 자체가 혁명이 되는 책 '홍길동전'을 둘러싼 혈투가 <간서치 열전>의 내용을 흐른다.

덕분에 매일 매일 생각지도 못했던 스토리와 캐릭터의 열전으로 <간서치 열전>의 일주일은 흥미진진했다. 일요일 밤 쏟아지는 잠을 쫓으며, 혹은 내일의 출근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기다리던 <드라마 스페셜>에 대한 부담감이 웹드라마로 찾아온 덕분에 한결 덜어진다. 변해가는 세상에 변해가는 형식으로, '생존'을 넘어 '발전'을 이룬 성취다. 마치 그간 지리멸렬했던 <드라마 스페셜>은 이 <간서치 열전>을 보여주기 위한 준비운동이라도 된 것처럼.

그렇게 웹드라마로 동시에 시작된 <드라마 스페셜>의 모색은 신선하고, 출발은 성공적이다. 물론 과제는 남아있다. 웹드라마의 특성상, 10분 안에 승부를 봐야하는 형식에 대한 고민 역시 따를 것이다. 또한 이렇게 <간서치 열전>을 통해 한껏 높아진 기대를 좋은 작품으로 이어가야 꾸준한 시청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동시간대 편성된 MBC 단막극, 굳이 일본 소설 각색한 작품으로?

 MBC <드라마 페스티벌>을 통해 19일 방송된 2부작 <포틴>.

MBC <드라마 페스티벌>을 통해 19일 방송된 2부작 <포틴>. ⓒ MBC


출근을 앞둔 일요일 밤 12시, 언제부터 이 시간이 TV 시청하기에 적절한 황금시간대라도 되었었나? KBS <드라마 스페셜>이 밀리고 밀려 일요일 밤 12시에 시작되는 것도 안타까웠는데, 지난 19일부터 MBC도 그 자리에 단막극 <드라마 페스티벌>을 편성했다.

그 시간에 두 편의 단막극이 융성하는 데서 오는 전략이라고 보아야 하나? 아니면 그 시간이라도 기다려 단막극을 보고자 하는 시청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려는 속 깊은 배려? 그도 아니면, 알량한 그 시간대 시청률이라도 나눠먹자는 심보?

굳이 하고 많은 시간을 놔두고, <드라마 스페셜>조차 낮은 시청률로 인해 웹드라마라는 형식을 모색하고자 하는 밤 12시대에 <드라마 페스티벌>을 시작한 MBC의 속내가 그다지 곱게는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이를 위해 유일한 MBC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던 <코미디의 길>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드라마 페스티벌>은 지난 9월 <터닝포인트> <내 인생의 혹> 등을 특집극으로 내보냈다. 19일부터 정식으로 첫 선을 보인 것은, <커피프린스 1호점> <골든타임> 등을 연출한 이윤정 PD의 2부작 <포틴>이다. 이를 시작으로 매주 일요일마다 총 여섯 작품을 방영할 예정이다. <포틴>은 일본 작가 이시다 이라의 '4teen'을 각색한 작품으로, 이윤정 PD가 퇴사하기 전인 2013년에 촬영을 마쳤다.

주인공 영훈의 30대 역으로 차태현이 등장하면서 시작된 <포틴>은 이른바 '중2병'을 앓는, 어리지도 성숙하지도 않은 열네 살 남자 중학생들의 고민과 짙은 우정을 잔잔하게, 하지만 가슴 시리게 다룬다. 역시나 지리한 청춘의 숨겨진 열정을 감성어린 화면으로 담아내는 데 능숙한 이윤정 PD의 벼려진 칼날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기획의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경쟁력 있는 연출가와 신인 작가들의 만남을 통해 기존에 볼 수 없던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탄생시켜왔던 MBC <드라마 페스티벌>은 올해도 장르와 소재의 경계를 뛰어넘는 재기발랄한 시도'를 하겠다는 것이 새로이 시작된 이 프로그램의 개막사이다. 이런 야심찬 포부와 달리, 굳이 일본 소설을 각색한, 게다가 지금은 퇴사한 PD가 연출한 작품을 <드라마 페스티벌>로 방영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MBC 단막극 <베스트 극장>의 전통이 무색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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