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많은 야구팬들의 예상을 넘어서는 깜짝 뉴스가 발표됐다. 올 시즌을 8위로 마감하며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KIA 타이거즈가 선동열 감독과 2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2012시즌부터 팀을 맡은 이래 단 한 차례도 팀을 4강에 올려놓지 못한 선동열 감독의 재계약은 많은 야구팬에게 의외의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역대 프로야구 역사상 3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도 유임에 성공한 감독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만큼 KIA 타이거즈의 선택은 파격적인 시도이다.

새 야구장의 SUN KIA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이 6일 오후 광주 북구 임동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그라운드를 걷고 있다. 광주 새 야구장인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는 지하 2층, 지상 5층 연면적 5만7천646㎡, 관람석 2만2244석 규모로 장애인을 위한 전용관람석 229석을 확보하는 등 관중 위주의 경기장으로 지어졌다. 8일 개장식을 시작으로 15일 첫 시범경기에 이어 4월 1일 공식경기로 KIA-NC 전이 열릴 예정이다.

▲ 새 야구장의 SUN KIA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이 6일 오후 광주 북구 임동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그라운드를 걷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막판, 화려한 경기장은 팬들이 찾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 연합뉴스


삼성을 이끌었을 때의 명성은 어디로...

선동열의 타이거즈는 초라하지만, 라이온즈는 화려했다. 선동열 감독은 2005시즌부터 2010시즌까지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역임하는 동안 팀을 두 차례 우승시켰다. 오승환, 안지만, 권혁, 권오준, 정현욱 등 이른바 지금 삼성 라이온즈 전력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최강 불펜 요원들을 양성시킨 공로도 있다. 또한 감독 재임기간 동안 유일하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2009시즌에도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 등 젊은 타자들을 중용하며 팀 전력의 핵심으로 키워냈다.

선동열 감독은 투·타 모두에서 지금 라이온즈 전력의 토대를 마련한 명장으로 인정받았다. 선동열 감독이 고향팀 KIA 타이거즈의 사령탑에 임명되었을 당시만 해도 팬들은 엄청난 기대감을 표시했었다. 선동열 감독이 부임 당시 함께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이순철 수석코치와의 '케미스트리'(화학적 결합을 통한 조화로운 분위기)를 통해 타이거즈 왕조의 부활을 기대한 팬도 꽤 있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이순철 수석코치는 더 이상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지 않고 있다.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에 본인이 총대를 메고 현장을 떠나 해설위원으로 복귀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 시절 선동열 감독을 도왔던 한대화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이 수석코치로 부임했다. 하지만 올 시즌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선동열 감독의 지난 세 시즌은 어찌 보면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는지도 모른다. 지금 타이거즈 덕아웃의 가장 큰 문제는 리더십의 부재다. 순수한 타이거즈 혈통의 고참 선수가 사실상 전무하다. 일반적으로 투수보다는 야수에서 리더십이 발휘되기 마련이다. 고참 역할을 해줘야 할 최희섭은 매년 원인 모를 통증으로 좀처럼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포수 김상훈도 올 시즌 사실상 지도자 수업을 준비하며 은퇴를 선언했다. 이현곤은 NC 다이노스로 이적하였다.

그리고 가장 상징적인 존재였던 이종범은 열심히 시즌을 준비하던 2012시즌을 앞두고 돌연 은퇴했다. 이종범의 갑작스런 은퇴 이후 타이거즈 덕아웃은 구심점을 상실했다. 그렇다고 외야에서 이종범의 부재를 확실하게 메운 젊은 야수가 등장한 것도 아니었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그나마 신종길의 성장이 위안이었다.

시종일관 하위권 맴도는 KIA... 리빌딩이 절실하다

2012시즌은 막판까지 4강 경쟁을 펼치면서 2013 시즌에 대한 희망을 심어줬다. 2013시즌 초반에는 무서운 공격력으로 리그 1위를 질주했다. KIA는 2013년 5월 6일, 팀의 간판타자로 자리매김했던 김상현을 SK 와이번스 송은범과 트레이드하는 과감한 결단을 선보인다. 그런데 미리 각본을 짠 것처럼 이 트레이드 이후 타이거즈 공수 전력은 심각한 불균형 현상을 겪게 된다. 와이번스 시절 묵묵히 좋은 성적을 보였던 송은범은 타이거즈에서 좀처럼 선동열 감독과 좋은 궁합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2013시즌 5월 이후 타이거즈는 상위권과 거리가 먼 행보를 유지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서는 에이스 윤석민마저 해외로 진출하면서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외국인 투수의 지원조차 얻지 못하며 올 시즌 타이거즈는 시종일관 하위권을 맴돌았다.

계투진도 올 시즌은 최영필과 김태영 두 노장선수의 활약에 기댈 수밖에 없었으며, 기대를 모았던 한승혁과 심동섭 등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는 더디기만 하다. 16승을 거둔 양현종 외에 단 한 명의 투수도 5승을 넘어선 투수가 없을 만큼 타이거즈 투수진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투수 조련사로 명성을 떨쳤던 선동열 감독의 이름값에 비해 너무도 초라한 결과다.

여러모로 재계약에 대한 명분이 없어 보이던 선동열 감독은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명예회복의 기회를 다시 얻게 됐다. 그러나 내년 시즌 당장 전력의 누수가 우려된다. 내야 키스톤 콤비 안치홍과 김선빈은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에이스 양현종은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투·타의 핵심전력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는 타이거즈의 내년 시즌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 문제는 3시즌 연속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타이거즈가 과연 의도한 리빌딩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그 과정을 홈팬의 인내심이 허락할지의 여부이다.

새롭게 개장한 최신식 시설의 챔피언스 필드 관중석은 시즌 막판 을씨년스런 모습을 연출했다. 만약 내년 시즌에도 타이거즈가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한다면 챔피언스 필드의 최신 시설이 무색하리만치 민망한 광경이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선동열 감독은 리빌딩의 명분으로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결국 성적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KIA의 프론트는 타이거즈 최고의 레전드에게 명예회복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사상 유례가 없는 선택을 감행했다. 프론트의 의도대로 선동열 감독이 명예회복과 리빌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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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양형진 시민기자의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선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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