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꼭" 지난 4월 1일 오후 광주의 새 야구장인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광주 홈경기 개막식에서 이삼웅 KIA 타이거즈 사장이 선동열 감독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 "올해는 꼭" 지난 4월 1일 오후 광주의 새 야구장인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광주 홈경기 개막식에서 이삼웅 KIA 타이거즈 사장이 선동열 감독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2014시즌에도 타이거즈의 성적은 처참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선동열 감독을 재신임했다. KIA는 지난 19일 선동열 감독과 2년 재계약을 발표했다. 계약조건은 총액 10억 6000만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8000만 원)이다. 이로서 선동열 감독은 2016년까지 KIA를 이끌게 된다.

KIA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전설'인 선동열 감독은 지난 2012년 전임 조범현 감독(현 KT 감독)의 뒤를 이어 친정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높았던 기대와 달리 지난 3년간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3년 연속 PS진출 실패는 해태 시절(98~2001) 말기 이후 처음이다. KIA로 팀명이 바뀐 이후에는 사상 최초다.

1년 이상 재임 감독 중 최악의 성적

그나마 선동열 감독 부임 첫 시즌은 4강 싸움을 벌이다 62승 65패 6무(.488)로 5위에 그쳤다. 2013시즌에는 1위를 질주하다 주전들의 부상이 속출하면서 51승 74패 3무(.408)로 신생팀 NC에게도 밀린 8위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3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으로 명예회복을 노렸던 2014년도 54승 74패(승률 .422)로 8위에 머물렀다. 지난 3년간 통합 성적은 167승 9무 213패(승률 0.439)다.

선동열 감독이 사령탑으로 처음 데뷔했던 삼성(2005~2010)에서 6년간 417승 13무 340패로 승률 0.551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선 감독은 삼성 감독 재임 6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 2회, 준우승 1회를 차지했고 2009년을 제외하면 매년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선동열 감독의 KIA 1기 성적표는 역대 타이거즈 사령탑 중 두 번째로 나쁜 성적표다. 프로 원년 해태의 초대 사령탑을 지낸 고 김동엽 감독이 5승 8패로 승률 .385를 기록한바 있지만 불과 13경기만을 치르고 개막 한 달 만에 경질되어 객관적인 지표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역대 타이거즈 감독 중 승률 1위는 역시 김응용 감독(1164승 49무 934패. 승률 .555)이며 2위는 김성한 감독(257승 18무 212패, 승률 .548)이다.

선동열 감독의 전임자로 종종 비교대상이 되는 조범현 감독도 KIA에서의 통산 성적은 267승 4무 254패(승률 .518)로 역대 3위에 해당한다. 단명 사령탑이었던 김동엽 감독을 제외하면 1년 이상을 지휘한 감독 중 선동열 감독의 승률이 KIA 사령탑 역대 최악이다.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리지 못한 것도 유일하다. 전임 김성한-조범현 감독이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리고도 경질된 것을 감안하면,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도 재계약을 보장받은 선 감독의 유임이 얼마나 이례적인지 알 수 있다.

올 시즌을 마치고 선 감독은 당초 교체설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그러나 구단은 고심 끝에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선 감독은 이미 시즌 중반부터 올 시즌 성적과 상관없이 유임설이 새어나왔다. 아무래도 국보급 투수 출신이자 프랜차이즈 최고 스타에 대한 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선 감독에게만 돌리기 어렵다는 공감대와 함께, 경험 많은 베테랑 감독을 포기할 만큼 새로운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부담감도 고려됐다.

산적한 과제, 떠나간 홈팬 민심... 넘어야 할 산 많다

선동열호 2기의 화두는 '리빌딩'과 '세대교체'다. KIA는 지난 3년간 리그 정상권에서 밀려난 상황이다. 주축 선수들의 잦은 부상과 노쇠화에 그 원인이 있다. 2009년 우승멤버들은 이제 대부분 은퇴하거나 흩어졌고, 선동열 감독의 임기동안 베스트 전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여 나선 경기는 손에 꼽을 정도다.

내년 이후의 전망도 밝지는 않다. 안치홍, 김선빈, 양현종 등 그나마 남아있던 주축 선수들이 군 입대와 해외진출 등으로 대거 공백이 예고됐다. 다음 시즌부터는 전임 조범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KT가 1군 무대에 진입하며 10구단 체제에 돌입함에 따라 서바이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벌써부터 '역대 최약체 전력'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실적으로 2015시즌부터는 4강 진출보다 꼴찌 탈출을 더 걱정해야할 처지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선동열 감독의 재신임을 바라보는 부정적 여론을 극복하는 것부터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선동열 감독은 지난 3년간 성적 부진 외에도 이종범 등 고참급 선수들과의 갈등, 세대교체 실패, 의문의 용병술 등으로 이미 홈팬들 사이에서 상당히 민심을 잃은 상황이다.

선 감독의 유임에 회의적인 이들은 팀순위보다 다른 부분의 문제를 지적한다. 예컨대 기대했던 투수 육성이나 불펜 강화, 선수단 장악 등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팬들은 물론 선수들과도 스킨십이 부족하다. 유연하지 못한 경직된 이미지는 선동열 감독이 앞으로 극복해야할 과제이다. 선동열 감독이 다음 시즌 리빌딩이든 성적이든 무언가 확실한 방향성을 가지고 팬들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2년 계약을 채우기도 전에 레임덕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한편으로 선 감독의 재계약을 결정한 구단도 단지 감독 개인에게 '제 식구 감싸기'식 면죄부를 준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난 3년간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프론트가 함께 공유한다는 의미가 되어야 한다. KIA의 몰락은 선 감독의 리더십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지만 그 근간에는 선수 육성과 관리, 구단 운영을 둘러싼 장기적이고도 체계적인 '시스템의 실종'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때 투수왕국이자 유망주의 산실로 꼽혔던 KIA가 최근 몇 년간 내부 유망주들의 늦은 성장과 투수난으로 고전하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먼저 돌아봐야할 대목이다. 유독 KIA에서만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기 부상자의 속출과 더딘 재활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다.

KIA는 지금 기로에 놓여있다. 선 감독에 부여된 향후 2년간의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다시 부활할 수도, 아니면 과거의 롯데나 지금의 한화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IMF 사태로 몰락한 해태 시절 말기 이후 최악의 암흑기를 맞이한 KIA와 선동열 감독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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