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400미터 T37 종목 결승, 6위로 들어오는 한국의 신유성 선수

남자 400미터 T37 종목 결승, 6위로 들어오는 한국의 신유성 선수 ⓒ 심재철


"유성아!"
"엄마!"

5번 레인의 한국 선수가 어머니를 알아보고 활짝 웃으며 손을 들고 반가워했다. 이 짧은 대화만으로도 애틋함이 밀려왔다.

최선을 다한 경기

지난 19일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육상 경기 남자 400미터 T37 종목 결승전이 시작됐다. 출발선 바로 앞 관중석에서 5번 레인(신유성 선수)만 쳐다보던 어머니는 출발 총성이 울린 직후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아들과 함께 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들은 어머니가 서 있는 곳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져가더니 곡선 주로를 돌아 결승선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어머니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들이 꼴찌로 뛰고 있기 때문인 듯 보였다.

결국 신유성 선수는 여섯 명의 결승 선수 중에서 6위의 기록(1분 4초 34)으로 골인했다.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실력 차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1위로 결승선을 끊은 중국의 샹 구앙슈의 기록(54초 68)보다 무려 10초 가까이 차이가 나고 말았다.

얼마 후 신유성 선수는 자신의 지도자와 함께 관중석에 있는 가족을 찾아 올라왔다. 그 어머니는 지도자를 향해 상대적으로 모자란 경기 결과에 대해 거듭 죄송하다는 뜻을 전했다.

 남자 400미터 T54 예선 3조, 한국의 이기학 선수가 스타트 직후 속도를 올리고 있다.

남자 400미터 T54 예선 3조, 한국의 이기학 선수가 스타트 직후 속도를 올리고 있다. ⓒ 심재철


더 깡마른 외국 선수들의 다리를 부러워하며 자기 아들도 더 체중 감량을 시켜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 정도로 결과가 안타까웠던 것이다. 옆에서 한 마디 대꾸도 안 하던 아버지가 아들의 어깨를 감싸며 한마디 던졌다.

"괜찮아, 유성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뛰어."

바로 그것이다. 얼마 전 끝난 제17회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비해 관중 숫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고 썰렁하지만 이들이 그곳에서 숨을 몰아쉬며 뛰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신유성 선수의 아버지의 한 마디가 이를 깨닫게 해 준 것이다.

이들이 등장할 때마다 종목명에 따라붙는 영문자 T 다음의 숫자가 이들 장애인의 종목별 세부 등급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사회의 벽을 넘어 그 등급의 벽까지 훌쩍 뛰어 넘기 위해 또 다른 출발선에 서는 것이 아닐까?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뛰라는 신유성 선수 아버지의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여자 1500미터 T12 결승전이 시작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그런데 출발선에 선 사람은 셋뿐이었다. 그 중에 아무리 봐도 남자로 보이는 한 선수가 있었다. 그는 몸에 G라고 쓴 조끼를 입고 있었다. 장애인 육상 종목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가이드였다. 그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선수는 안대를 하고 뛴 중국의 쳉진, 시각장애인 육상 중거리 선수였다.

그녀는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시종일관 앞서 달리더니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콜베코바 선수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 이후 안타까우면서도 애틋한 장면이 만들어졌다.

 가이드와 함께 뛴 쳉진(중국) 선수, 그리고 결승선 통과 후 엎드려 흐느끼고 있는 콜베코바(우즈베키스탄) 선수[여자 1500미터 T12 결승]

가이드와 함께 뛴 쳉진(중국) 선수, 그리고 결승선 통과 후 엎드려 흐느끼고 있는 콜베코바(우즈베키스탄) 선수[여자 1500미터 T12 결승] ⓒ 심재철


빠듯한 일정... 경기 즐길 틈 없이 촉박하다

꼴찌이자 2위로 들어온 콜베코바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에 쓰러져 엎드려 흐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영문을 모르는 쳉진 선수는 우왕좌왕했지만 가이드가 머뭇거렸다. 차마 엎드려 있는 그녀를 코앞에 두고 지나쳐 혼자만 들어갈 수 없었던 것 같았다.

이들의 작은 행동에서 느끼고 배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회 운영 요원들은 다음 종목을 곧바로 진행하기 위해 바로 앞 종목이 끝나서 숨을 고르고 있거나 동료 및 가족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는 선수들을 서둘러 퇴장시키는 장면이 종종 목격됐다.

사전에 약속한 경기 시간을 엄수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조치라 보였지만 너무 빠듯하게 일정을 짜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들에게도 자신들의 국기를 들고 트랙을 한 바퀴 정도 돌 수 있는 권리와 트랙 날바닥에 엎드려 흐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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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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