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비스트

그룹 비스트 ⓒ 큐브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지난 8월, 콘서트 <뷰티풀쇼>에서 "가을에 앨범을 내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양요섭의 말이 현실이 됐다. 당시 양요섭의 발언은 회사(큐브엔터테인먼트)는커녕 멤버들과도 협의되지 않은 것이라 듣는 이들도 당황했다고. 다만 지난 6월 6번째 미니앨범 < GOOD LUCK(굿 럭) >을 발표할 때, 비스트는 "올해는 앨범을 2장 냈으면 좋겠다" "가을에 한 번 더 앨범을 내면 어떻겠느냐"고 논의했을 뿐이었다.

어찌 됐든 물은 엎질러졌고, 11월에 예정된 일본 아레나 투어 전밖에는 시간이 없었다. 양요섭의 돌발 발언에 당황했던 비스트 멤버들은 이내 "잘했다"고 칭찬해줬다지만, 이후 그 책임감은 온전히(?)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용준형의 몫이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큐브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난 양요섭은 "내가 철없이 내지르는 바람에 (용)준형이가 밤을 새우면서 음악 작업을 했다"고 털어놨다.

시간은 촉박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용준형은 늘 호흡을 맞추던 작곡가 김태주와 함께 타이틀곡 '12시 30분'을 포함한 5곡을 토해냈다. 이기광은 'SO HOT(소 핫)'을 선사해 그룹에 힘을 보탰다. 데뷔 5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은 비스트의 스페셜 미니 7집 < TIME(타임) >은 그렇게 탄생했다. 리더인 윤두준은 서정적인 멜로디의 '12시 30분'을 두고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노래였다. 정말 많이 들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비가 오는 날엔' 등 앞서 공개했던 발라드곡이 큰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서정적인 곡을 택한 것은 아니다. 지난번에 '굿 럭'으로 화려한 음악과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보여드렸기 때문에 이번에는 한 번 더 힘을 빼자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계절도 계절이고, 대중의 감성을 건드려보고자 조용한 노래를 만들게 됐다. 그렇다고 평범한 발라드는 아니다. '이런 템포의 노래를 무대에서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거다."(용준형)

"용준형의 곡, 늘 OK냐고? 냉정한 평가 거친다"

 비스트 용준형

비스트 용준형 ⓒ 큐브엔터테인먼트


이제는 용준형이 비스트의 곡 대부분을 만들게 됐지만, 멤버라고 해서 단번에 OK되는 것은 아니다. 작곡가 용준형의 곡은, 속된 말로 꽤 자주 '까인다'. 비스트의 음악이 되기 위해서는 굉장히 냉정한 판단을 거쳐야 한다.

양요섭은 "준형이가 쓴 곡이라고 다 좋아하진 않는다"면서 "휴지통에 버려진 곡도 몇 곡 있다"고 말했다. 멤버들의 신랄한 평가는 용준형에게 채찍이다. 양요섭은 "많은 분들이 '믿고 듣는다'고 하시는데 이 때문에 더 신중하게 작업한다"고 고백했다.

신인의 패기는 간직하되, 차곡차곡 쌓은 노련함은 마음껏 펼쳐 보이는 것. 그것이 비스트가 추구하는 무대다. "아이돌 그룹은 5년이 위기"라고 하지만, 비스트는 그 고비를 슬기롭게 넘어가는 중이다.

용준형은 "'나쁜 일 생기면 안 돼' 혹은 '팀워크를 강하게 해야 해' 등의 생각을 하기보다는 별생각 없이 흘러가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다"면서 "처음 만났을 떄부터 계속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고 서로 할 말은 한다"고 팀의 유지 비결을 설명했다.

 비스트 이기광

비스트 이기광 ⓒ 큐브엔터테인먼트


 비스트 윤두준

비스트 윤두준 ⓒ 큐브엔터테인먼트


비스트도 개인 활동을 한다. 솔로 앨범을 내고, 유닛 활동을 하고, 뮤지컬 무대에 서고,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한다. 따로 활동할 때는 그곳에 집중해 각자의 온전한 캐릭터를 구축하되, 무엇보다 그룹 활동을 우선시한다.

"개인 활동이 더 활발해지면서 그룹 쪽으로는 떨어지는 것 같더라"는 윤두준의 말은 이들이 개별 활동과 팀 활동 사이에서 얼마나 고민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양요섭은 "처음에는 개개인의 활동으로 비스트가 성장한다고 생각했는데, 비스트가 성장하면 개인적인 활동이 넓어질 것 같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고 했다.

"5년이 지났지만 우리끼리 앨범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힘들어도 제대로 보여주자'고 각오를 다진다.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팀을 위해서 노력했던 것이 바로 지난 <굿 럭> 활동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합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그렇게 되는 것을 보면 5년, 10년 뒤에도 이런 모습이 유지될 것 같다. 삐걱거릴 때도 있지만, 그러면서도 제 몫을 다할 것 같다."(용준형)

"대진운 겸허히 받아들이고...우리의 흔적 남기겠다"

 비스트 장현승

비스트 장현승 ⓒ 큐브엔터테인먼트


 비스트 손동운

비스트 손동운 ⓒ 큐브엔터테인먼트


비스트와 만난 16일은 이들의 데뷔 5주년이었다. 거실 소파에, 컴퓨터 앞에 앉아 팬들에게 전하는 글을 썼던 비스트는 "'벌써 5주년이라고?' 싶었다"(용준형), "감정이 북받쳐서 눈물이 나올 뻔했지만 당황하진 않았다"(손동운)고 했다.

5년 전, KBS 2TV <뮤직뱅크>에서 하얀 옷을 입고 데뷔하던 날, 2010년 3월 처음 1위하던 날 등을 떠올린 손동운은 "지난 8월 콘서트에서 팬들이 슬로건 이벤트를 해줬다"면서 "정말 울컥했다"고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차곡차곡 잘 쌓아서 온 것 같다. 두 계단 씩 오른 적도 없고, 한 계단씩 정직하게 올라왔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단단한 느낌이다. 티끌을 모아서 밀도 있게 뭉친 느낌이랄까."(용준형)

"공연할 때 팬들이 웃고 우는 모습에 우리도 행복했지만, 보는 분들도 행복했을 것 같다. 팬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고, 우리도 그들의 인생에 조금이나마 힘이 된다면 좋은 삶이라고 생각한다."(손동운)

 비스트 양요섭

비스트 양요섭 ⓒ 큐브엔터테인먼트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지 않을 때는 이들도 평범한 20대 청년들이다. 2년 동안 복싱을 했던 양요섭은 최근 격투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 얼마 전, 멤버들과의 여행이 유독 기억에 남았던 손동운과 윤두준은 여행에 꽂혔다. 8개월 전에 이사했다는 이기광은 인테리어와 맥주에, 장현승은 춤과 노래에 관심을 두고 있다. "어제 드라마 <연애의 발견> 마지막 회를 보고 잠이 잘 안 오더라"고 털어놓기도 한 용준형은 "대부분 작업실에서 노래를 만든다"고 했다.

비스트가 새 앨범을 발표하는 시기, 대선배인 서태지도 오랜만에 새 앨범을 공개한다. "(대진운을) 겸허히 받아들이고"(양요섭), "그 와중에 우리의 흔적을 남기겠다"(윤두준)고 각오를 다진 비스트는 이내 "5주년 기념 앨범인 만큼 우리에게는 팬들의 만족이 1순위다"고 입을 모았다. 용준형은 "선배님들의 노련함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우리만 낼 수 있는 색깔이 분명히 있다"면서 "준비한 만큼만 딱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비스트 12시 30분 용준형 양요섭 데뷔 5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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