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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1일로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발생한지 20년이 된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40분께 교각 10번과 11번 사이 상판 48ｍ 구간이 무너지면서 버스 등 6대 이상의 출근길 차량이 추락,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참사였다. 각종 선박과 중장비가 동원돼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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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난 건 1994년 10월 21일 금요일 아침 7시 38분이었다. 성수대교 10번과 11번 교각을 잇는 상판 48m가 붕괴하면서 한강으로 떨어졌다. 그 시각, 낙하한 다리 상판 위를 달리던 승합차 1대와 승용차 2대는 다리 상판과 함께 한강으로 추락했다. 다리 상판이 떨어지는 지점에 걸쳐 있던 승용차 2대는 물속으로 떨어졌다.

다리 위를 달리던 한성운수 소속 16번 시내버스가 추락하면서 인명 피해는 더욱 커졌다. 다리 상판이 떨어져 나간 지점에 걸쳐 있던 16번 버스는 차체가 뒤집히면서 상판 위로 추락했다. 뒤집힌 채 떨어진 차체는 심하게 찌그러졌고,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목숨을 잃었다. 버스 추락으로 사망한 사람은 24명이었다. 이중 8명이 무학여고 학생이었고, 1명은 무학여중 학생이었다.

이날 사고로 총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했다.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하자 이영덕 국무총리는 사표를 냈고, 이원종 서울시장은 경질됐다. 그리고 사흘 뒤인 10월 24일 김영삼 대통령은 특별담화문을 발표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성수대교 붕괴, 무엇을 의미했나

길이 1161m, 너비 35m의 8차선으로 건설된 성수대교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잇는 다리였다. 한강의 11번째 다리로 건설된 성수대교는 1977년 4월 착공해 1979년 10월 16일 준공됐다. 1970년대 영동 신도시 개발에 따른 서울 동부권의 균형 발전과 강남을 부도심권으로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된 다리였다.

성수대교는 강을 가로지르는 교량의 기능에 더해 외관에도 신경을 쓴 첫 번째 다리였다. 성수대교 이전에 세워진 교량들은 공법이나 구조상의 특징보다는 기능과 건설비용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성수대교는 외관의 조형미를 고려했다. 콘크리트 교각 위에 건설용 강철인 강재로 구성된 상부 트러스를 얹어 만들었다. 트러스는 직선으로 된 여러 재료를 삼각형 혹은 오각형으로 짜서 지붕이나 교량의 기둥 위에 얹는 구조물이다.

이전에 건설된 교량에 비해 교각과 교각 사이가 넓었고, 다리 남단과 북단을 연결하는 진출입로가 입체적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더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위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파란색으로 도색했다.

그런데 문제는 기술력이었다. 당시 기술력으로는 트러스 구조물을 완벽하게 시공할 수 없었다. 시공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상부 트러스 철골 구조물은 허술하게 설치됐고, 차량의 하중을 분산시키는 이음새 연결 또한 부실했다. 결과적으로 외관에 신경을 쓴 성수대교의 트러스 공법이 사고를 일으킨 주된 원인이었다.

군사작전을 펼치듯 완공기한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강행한 공사도 사고를 부추긴 원인이었다. 게다가 미래의 교통수요를 적절히 예상하지도 못했다. 통행 허용 한도인 32.4톤을 초과하는 과적차량이 오가면서 하중이 더해졌다. 다리 안전을 관리하는 시스템은 아예 작동조차 되지 않았다. 그 결과 피로 균열이 발생해 다리 상판이 붕괴되는, 실로 믿기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직후 관계 전문가들은 성수대교를 보수해 사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시민들의 충격과 불안감 해소를 위해 정부는 기존 성수대교를 철거하고 새로운 다리를 건설키로 했다. 이 결정에 따라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재건 공사는 1995년 4월 26일 착공해 1997년 7월 3일 완공됐다. 다리를 다시 짓는 데 들어간 공사비는 780억 원으로 처음 건설했을 때의 공사비(116억 원)보다 약 6.7배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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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대교 북단 모습 동부간선도로와 강변북로로 이어지는 성수대교 북단 모습. 붕괴 사고가 난 성수대교를 오늘도 수 많은 차량들이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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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건설된 성수대교는 외관뿐 아니라 안전에도 만전을 기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늘어나는 교통량을 감안하지 못해 1998년 12월 확장공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확장공사는 차도를 늘리고,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로 연결되는 진입로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애초 예정된 성수대교 확장 준공일은 2002년이었으나 2년이 늦어진 2004년 9월 공사가 끝났다. 공사에 투입된 비용은 1300억 원으로 두 차례의 건설비를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붕괴, 재건, 확장이라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성수대교. 재건과 확장공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저장된 붕괴 사고의 충격까지는 치유할 수 없었다. 20년 전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단순히 교량의 붕괴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32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빨리빨리'로 상징되는 성장일변도 대한민국의 그늘진 이면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또한 성수대교 사고는 1970∼1980년대 고도성장의 후과가 어떻게 재난으로 현실화되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이기도 했다.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에 놓인 다리였다.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잇는 성수대교의 붕괴는 강남과 강북의 단절을 의미했다. 이날 사고 이후 한강 남쪽을 의미하는 강남은 사라졌다. 대신 경제적 부와 권력과 특권을 상징하는 강남이 등장했다. 끊어진 성수대교는 강남과 강북의 격차가 건널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부와 권력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재난공화국 대한민국, 무엇이 바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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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 밑에서 본 성수대교 서울숲 가장자리를 지나는 성수대교 아래에는 태극기와 대한민국특수부대전우회기가 걸려있다. 초라한 태극기의 모습이 재난 앞에 무기력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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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이제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다
그 어떤 변명 핑계 용납할 수 없다
무너진 다리 끊어져 버린 꿈 무너져 버린 사랑
무너져 버린 믿음 어른들의 치졸함에 누명을 쓰고
가버린 친구들은 기억해야 한다
아니꼽고 치사하고 유치하고 비겁한 아...
1994 부실공사 추방원년 1994!

그룹 DJ DOC가 1995년 5월 발표한 정규앨범 2집에 수록된 '성수대교' 노랫말 일부다. 노랫말과 달리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발생한 1994년은 부실공사 추방원년이 되지 못했다. 사고 이후에도 크고 작은 재난은 끊이지 않았다.

- 1994년 10월 24일, 충주호 유람선 화재, 29명 사망 33명 부상 1명 실종
- 1995년 4월 28일, 대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101명 사망 202명 부상
- 1995년 6월 29일,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502명 사망 937명 부상 6명 실종
- 1997년 8월 6일, 대한항공 801편 괌 공항 추락, 229명 사망
- 1998년 10월 29일, 부산 범창콜드프라자 화재, 27명 사망 16명 부상
- 1999년 6월 30일, 경기도 화성 씨랜드 화재, 23명 사망 6명 부상
- 1999년 10월 30일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 55명 사망 78명 부상
-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화재, 192명 사망 151명 부상 21명 실종
- 2005년 10월 3일, 경북 상주 문화방송 공연 사고, 11명 사망 70여명 부상
- 2008년 1월 7일,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 40명 사망 9명 부상
- 2011년 7월 27일, 춘천 산사태, 13명 사망 26명 부상
- 2014년 2월 17일, 경주 마우나 리조트 강당 붕괴, 10명 사망 124명 부상
-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294명 사망 10명 실종
- 2014년 10월 17일, 성남판교 환풍구 붕괴 추락사고, 16명 사망 11명 부상

성수대교 붕괴 사고 이후 현재까지 일어난 대형 참사 일지다. 안전불감증에 걸린 나라, 재난공화국 대한민국이라는 자조 섞인 탄식이 절로 나온다. 우리 사회는 세월호를 비롯한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한동안 요란을 떤다. 그리고 이내 잊고 만다. 오직 남는 것이라고는 사건 사고가 발생한 날짜와 사망자 숫자뿐이다. 재난공화국 대한민국의 민낯은 이렇게 삭막하다.

희생자 위령비, 서울숲으로 옮겨 함께 기억하자

성수대교 붕괴 사고로부터 20년. 흐르는 시간과 함께 그날 처참했던 기억도 무뎌졌다. 사고 발생 3년이 지난 1997년 10월 21일 유가족들은 희생자를 기리고 사고의 재발 방지를 염원하면서 '성수대교 사고 희생자 위령비'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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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대교 사고 희생자 위령비 1997년 10월 21일 유가족들은 희생자를 기리고 사고의 재발 방지를 염원하면서 ‘성수대교 사고 희생자 위령비’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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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비는 성수대교 북단 강변북로와 동부간선도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진입로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승용차로 가더라도 도로 옆 주차장에 주차하기도 쉽지 않다. 간신히 주차한 다음 차에서 내려 다시 차들이 꼬리를 물고 오가는 도로를 건너야 접근할 수 있다.

어렵게 다다른 '성수대교 사고 희생자 위령비' 옆 안내판에는 이런 건립기가 적혀있다.

"이 사고의 원인이었던 우리 사회의 부실 관행을 반성하면서 희생된 영령을 추모하고 안전관리에 대한 의식을 높여나갈 산 교육장으로 활용코자 사고 3주기를 맞아 위령비와 추모 조형물을 세운다."

안타깝게도 희생자 위령비는 "우리 사회의 부실 관행을 반성"하고 "안전관리에 대한 의식을 높여나갈 산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 접근 자체가 어려운 외딴 곳에 세워진 위령비는 내팽개쳐진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의 단면을 보여줄 뿐이다.

20년 전 그날, 희생된 영령을 추모하기 위한 노력은 성수대교 사고를 잊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서울시에 제안한다. 유족들의 동의를 전제로 '성수대교 사고 희생자 위령비'를 서울숲 전망대가 위치한 곳으로 옮기자. 위령비를 서울숲으로 이전해 재난공화국 대한민국을 성찰하고,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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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숲 전망대 성수대교와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서울숲 전망대. '성수대교 사고 희생자 위령비'를 이곳으로 옮겨 "우리 사회의 부실 관행을 반성"하고 "안전관리에 대한 의식을 높여나갈 산 교육장으로 활용"되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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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시는 성수대교 사고 현장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안전관리 현장 공개체험 행사'를 열었다. 이날 서울시는 성수대교 붕괴 사고 이후 교량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다음 6가지를 들었다. 성수대교 낙교방지턱 설치, 온라인 안전감시 시스템 설치, 1인 1시설물 전담주치의 제도 신설, 정기점검 정밀점검 정밀안전진단 의무 실시, 1996년 이전 완공 교량에 대한 내진 보강, 수중 점검선 자체개발 및 운영 등이다.

공공 시설물의 안전한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그것에 앞서 전제될 것이 있다. 지난날의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이다. 이 '기억'이야말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재난을 예방하는 출발점이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 20년, 그날의 사고는 우리에게 과거의 재난을 잊지 않아야 현재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재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의 교훈이 무겁고 아프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