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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동산의 선교사 주택
 대구 중구 동산의 선교사 주택
ⓒ 추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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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7일, 대구 달성공원, 서문시장, 계성학교를 답사한 경북 고령 우곡중학교 학생들은 그 후 동산으로 향했다. 동산은 동산병원과 신명여학교 사이에 있는 작은 언덕으로, 본래 이름은 "똥산"이었다. 그래서 뒷날 음을 순화하면서 '동산'으로 개명되었다. 1910년 선교사들이 대구 최초의 서양식 주택 단지를 조성하기 전까지 이곳은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었던 셈이다.

지금 동산에는 세 채의 서양식 주택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스윗즈 선교사 주택이 대구시 유형문화재 24호, 챔니스 선교사 주택이 유형문화재 25호, 블레어 선교사 주택이 유형문화재 26호이다.

박태준 노래비
 박태준 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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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주택단지 중간 지점에 박태준 노래비가 있다. 박태준은 계성학교 출신으로, 1920년 우리나라 최초의 동요 '기러기' 등과 1922년 최초의 가곡 '동무 생각'을 작곡했다. 그래서 박태준은 한국현대음악의 선구자로 기림을 받고 있다.

박태준의 집은 약령시 서장대 앞 부분에 있었다. 그러나 그의 집은 지금 남아 있지 않다. 현재 약령서문 앞의 박태준 주택 지역 일대는 넓은 도로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박태준이 집에서 계성학교에 오가려면 신명여학교 앞을 지나야 했다. 박태준은 선교사 주택단지 일대의 청라(담쟁이)언덕을 오가면서 신명학교 어떤 여학생을 자주 마주쳤는데, 그는 마침내 그 여학생을 짝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말도 못 붙여본 채 학교를 졸업했고, 평양 숭실전문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제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1922년, 박태준은 마산 창신학교에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박태준은 동료교사 이은상에게 청라언덕의 첫사랑 추억을 토로했다. 이은상은 박태준의 곡에 노랫말을 지어서 붙였다. 그 노래가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 <동무 생각>이다.

해설을 맡은 정만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파견예술인은 "흔히 홍난파의 <봉선화>를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으로 아는데 아닙니다. <봉선화>는 가사 없는 악곡으로 1920년 작곡되었고, 노랫말이 붙은 것은 1926년입니다. 김형준이 가사를 붙였죠. 즉 <봉선화>가 완전한 가곡으로 태어난 때는 <동무 생각>보다 6년 뒤의 일이지요."하고 설명했다.

3.1운동로
 3.1운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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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 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학생들이 박태준의 동요 <오빠 생각>을 잘 모른다고 하자 해설가가 직접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동무 생각>은 여러분들이 잘 알지요? 누가 한번 불러보겠습니까?"하고 말했는데, 두 남학생이 앞다투어 노래했다. 해설가는 두 학생에게 대구공정여행A스토리협동조합이 간행한 <대구경북 역사문화유산 답사여행 길잡이> 책을 한 권씩 선물로 주었다.

이제 학생들은 대구3.1운동로를 걸어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해설가는 "이 길은 1919년 3월 8일 대구독립만세운동 때 시내에 있던 경북고교 등의 학생들이 계성학교 및 신명여학교 학생들과 서문시장에서 합세하기 위해 이동한 길입니다. 그래서 대구3.1운동로라는 이름을 벋었지요"하고 설명하면서 우곡중 학생들에게 "우리도 대한독립만세를 한번 외쳐 볼까요?"하고 제안했다. 그러자 이내 길은 "대한독립만세!" 소리로 가득찼다.

해설가는 "도로를 건너면 국가사적인 계산성당이 나오고, 달성공원에서 본 우리나라 최초 시비 <나의 침실로>의 주인공 이상화 사인의 고택이 나옵니다. 그리고 1907년 국채보상운동의 주역 중 한 분이신 사성돈 선생의 옛집도 보게 됩니다. 그 후 약령시에 가서 여러분이 어떤 체질인지 직접 확인해보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하고 마지막 남은 여정을 소개했다.

덧붙이는 글 | 우곡중 학생들의 답사는 다음 회로 마치게 됩니다.



태그:#우곡중학교, #박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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