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서태지

가수 서태지 ⓒ 서태지컴퍼니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지하철역을 나서 공연장으로 향하는 관객들의 눈빛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무려 5년 3개월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는 '대장' 서태지의 콘서트이기 때문이다. 정규 9집 <콰이어트 나이트>를 이틀 일찍 사려는 사람들로 공연장 앞은 북새통이었다. '서태지가 한물 갔다고? 아닌데에~'라는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18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주경기장. 약속했던 시간을 1시간이나 넘긴 후에야 서태지는 무대에 등장했다. Mnet <댄싱9> 시즌2 우승팀인 블루아이의 오프닝 무대가 끝나고도 20분가량이 지나서였다. 인트로 영상이 흘러나오자 공연장 곳곳에 자리한 2만 5천 명의 관객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1990년대부터 22년 넘나들어...90분의 '시간어행'

 서태지가 16일 오전 0시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의 타이틀곡이자 선공개곡인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을 발표했다.

서태지가 정규 9집 타이틀 곡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의 뮤직비디오 중 ⓒ 서태지컴퍼니


"보고 싶었어요. 너무 오랜만이죠? 5년 만에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한자리에 모여 있는 여러분들을 보니까 좋네요."

감정이 북받친듯 보였지만, 화이트 블라우스를 입고 등장한 서태지의 첫 인사는 담백했다. '모아이'로 포문을 연 서태지는 선 공개한 정규 9집의 수록곡 '소격동'으로 아이유와 호흡을 맞췄다. 두 가지 버전으로 공개된 '소격동'이 한 번에 들리는 순간이었다. '대선배' 서태지와의 듀엣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아이유는 오히려 그를 압도하기까지 했다.

타이틀 곡 '크리스말로윈'과 수록곡 '숲 속의 파이터' '잃어버린' '프리즌 브레이크' 등 신곡이 이어졌다. 기존 곡들은 곳곳에 포진했다. "여러분의 인생도 저물어가고 있다"는 말과 함게 '나인티스 아이콘'을 열창한 서태지는 '시대유감' '너에게' '인터넷 전쟁' 등을 선보이며 관객과 '시간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바스코는 '컴백홈', 스윙스는 '교실 이데아' 무대에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바스코와 스윙스는 '하여가' 무대에도 함께했다.

안정적인 사운드 속 유난히 불안정했던 신곡 무대

 가수 서태지가 5년만에 개최하는 컴백공연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 리허설 현장 사진.

가수 서태지가 5년만에 개최하는 컴백공연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 리허설 현장 사진. ⓒ 서태지컴퍼니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이라는 공연 제목에 걸맞게 무대는 미리 맞는 '크리스마스'와 '할로윈' 같았다. 공연 전부터 객석에는 마녀와 좀비 분장을 한 이들이 돌아다녔다. 관객들을 놀라게 하던 이들은 이내 관객과 사진을 찍으며 할로윈 분위기를 내는 데 일조했다. 공연 중에는 호박 썰매가 와이어를 타고 공연장 상공을 날아다니기도 했다.

주경기장은 규모가 커서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곳이지만, 공연이 아니라 스포츠 경기에 최적화된 장소이기에 그만큼 안정된 사운드를 잡아내기 힘들다. 공연 사운드 디자이너인 폴 바우만은 130대의 메인 스피커, 36대의 그라운드 서브 우퍼 등을 이용해 서태지의 공연에 적합한 사운드를 잡아냈다. 그곳에서 '서태지 밴드' TOP(기타), 강준형(베이스), 최현진(드럼), 닥스킴(키보드)의 연주는 빛을 발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탓일까. 영원히 멈춘 시간 속에서 살 것만 같던 서태지에게서 한계가 보였다. 특히 신곡을 부를 때, 보컬은 밴드와 쉬이 어우러지지 않았다. 다행히도 후반부로 갈수록 몸도 목도 풀렸지만, 돌이키기엔 이미 1시간이나 지난 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서태지는 앙코르 곡인 '테이크 파이브'에서 가장 안정적인 보컬을 들려줬다.

서태지 크리스말로윈 콰이어트 나이트 소격동 아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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