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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이 뜨겁다. 정치, 문화 등 다방면에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구원파 유병언의 주검이 발견되었고, 지난 탈옥수 신창원의 검거와 맞물려 탈주범에게 약속의 땅이 되면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는 박근혜의 남자 이정현이 노무현의 남자 서갑원을 꺾고 26년 만에 보수정당의 깃발을 꽂으면서 파란을 일으키기도 한 곳이다. 또한 현재 무엇보다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순천 출신 김한민 감독이 연출한 영화 <명량>이다. 전작 <극락도 살인사건>이 순천에서 학교를 다닐 때 들은 괴담을 모티브로 삼아 제작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최종병기 활>에 이어서 충무공의 묵직한 이야기를 건네는 김한민 감독의 행보는 단연 독보적이다.

지금은 순천지역이 고등학교 평준화가 되었지만 예전에는 일명 '순고병'이 있었다. 순천고를 보내기 위해서 재수를 많이 했고, 광양, 여수, 고흥, 구례, 완도 등 전남 전역에서 많은 학생들이 몰려왔다. 언젠가는 한 번 정리하고 싶었는데, 김한민 감독의 <명량>을 보고나서 순천과 순천고 (일명 순고) 이야기를 이제야 시작한다.

보통 순천고를 이야기할 때 현직 판검사가 56명에, 법조인과 파워엘리트 386 인사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배출한 (80년-90년대 말까지를 순천고의 전성기로 본다) 학교라고 한다.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과 시공테크 박기성 회장 등이 경제계의 유명한 인물로 손꼽히지만 여기서는 정치, 경제계를 제외한 언론, 문화계의 인물만 다루기로 한다.

순천 대대 일대를 배경으로 한 <무진기행>과 <서울의 달빛 0장>으로 제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김승옥 작가 (순천고 9회)를 순천고의 대표적 작가로 꼽는다. 하지만 이전에 <후송>이라는 작품으로 1962년 사상계 신인상에 당선된 서정인 작가 (순천고 4회)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서울대 (김승옥 불문과, 서정인 영문과)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두 작가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9년, 순천고 교정에 서정인 김승옥 문학비를 세웠다. 그리고 순천 선암사 출생인 <태백산맥>의 조정래 작가와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쓰는 고 정채봉 작가도 중요한 인물이다. 순천에는 김승옥, 정채봉의 문학관이 있고 조정래길을 만들어서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알리고 있다.

영화감독으로는 앞서 언급했듯이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 <최종병기 활>, <명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 (순천고 37회)과 영화 <동승>, <현의 노래> (미개봉작)을 연출한 영화생각 대표 주경중 (순천고 28회) 감독이 대표적이다. 김한민 감독은 영화 <핸드폰>의 시사회 때 배우들과 직접 순천을 찾기도 했고, 가끔 명절에는 후배들과 어울려 야구를 즐기기도 한다. 언론계에는 <오마이뉴스>오연호 대표 (순천고 32회)가 눈에 띄는 인물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순천시 조례동에 살고, 순천고를 졸업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해태 손호준은 순천 사람일까. '허뻐'와 '긍께'를 연발하며 맛깔스러운 사투리를 구사하는 손호준의 고향은 광주지만 드라마가 끝난 뒤 순천시 명예홍보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순천을 떠나 서울로 올라와 학교, 직장에서 자기소개를 하면 상대는 약속이나 한 듯 순천 와봤다며 고추장(고추장은 전북 순창)과 순천향대학교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당시 친구의 아버지가 뉴코아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었고, 그 자체만으로 여수, 광양보다 어깨를 펼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 외에도 순천고 농구동아리 순고비비의 1년 선배이기도 한 그룹 에이트의 이현 (순천고 51회),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윤시윤, 브라운아이드 걸스의 미료, B1A4의 공찬, 배우 최재원, 가수 추가열 등이 순천 출신 연예인들이다(순천출신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는 배우 김옥빈은 실제 광양 출신이라고 한다).

운동선수로는 넥센 히어로즈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이성열, 롯데 자이언츠의 정보명, 비운의 스타 강철민, 정성기, 왕년 현대 유니콘스의 우승을 이끈 '라이더조' 조용준이 순천효천고 야구부 출신이다. 또한 유공 코끼리 축구팀의 윤정춘, 전남 드래곤즈의 임관식은 축구, 소년 장사 백승일은 씨름에서 이름을 날렸다.   

'벌교에서 주먹 자랑 말고, 여수에서 돈 자랑 말고, 순천에서 인물 자랑 말라'했다. 순천에 수많은 인물들이 있어도 현재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순천만이다. 어린 시절, 내 키보다 더 자란 갈대숲을 지나 미끼 없이 던져도 바늘을 무는 문절이를 잡고, 일몰을 보는 것보다 즐거운 건 없었다.

여전히 내 고향은 순천이지만 그곳을 떠난 지 10년이 넘어간다. 칠면초 넘어 와온 갯벌에는 참게와 문절이가 한 가득이었다. 이제는 순천만 공원이 생기고, 국제정원박람회장도 들어섰다. 선암사, 낙안읍성을 거쳐 수많은 사람들이 순천을 찾는 것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만의 놀이터를 뺏긴 것 같아 괜히 섭섭하기도 하다. 그래도 순천을 찾는 모든 이들이 여유와 즐거움을 찾고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명량>을 보고나서 김한민 감독의 이야기를 하려다 순천 홍보로 끝났구나! 서울 사람들은 또 웃겠네.


태그:#김한민 감독, #김한민 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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