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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일'이 들어간 질문을 받을 때가 정말 난감해요. 저에게 제일 좋았던 여행지, 제일 기억에 남는 인연을 묻는 말은 의미 없어요.

인도에 있을 때는 인도가 좋고, 제주에 있을 때는 제주가 좋거든요. 만났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하나하나 다 소중하고,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에요. 하나같이 소중한 추억에 순서를 매긴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에요."

쨍쨍랜드 내 여행 이야기 쇼 포스터 앞에서
▲ 여행을 사랑하는 쨍쨍 쨍쨍랜드 내 여행 이야기 쇼 포스터 앞에서
ⓒ 송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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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6개월의 초등 교사 생활을 그만 두고 화끈하게 명퇴 파티까지 연 후, 5년째 세계 여행 중인 최순자씨(블로거 네임 : 쨍쨍)의 이야기다. 얼마 전 '쨍쨍랜드'라 불리는 그녀의 베이스캠프에서 열린 여행 이야기 쇼에 다녀오고 나니, 그녀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지난 17일, '쨍쨍랜드'에서 그녀를 직접 만났다. 아래는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여행 책자는 필요 없다... 열린 마음이면 충분

- 정말 항공권 예약 외에 다른 준비 없이 여행을 하나요?
"우리 집에 유일하게 없는 책이 여행 안내 책과 회화 책이에요. 제가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나의 가이드지요. 사람들이 세계 여행 중이라고 하면 영어 잘 하냐고 묻는데, 저는 아직도 L과 R의 발음 구분이 어려워요.

하지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면 사람 사귀고 여행하는 데는 아무 문제 없어요. 제 여행기에 청각 장애이면서도 2년째 세계 여행 중인 토모미씨가 나오지요. 언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열린 마음이랍니다."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그 사람이 지고 다니는 가방의 무게는 '인생의 무게'라는 말이 있다. 그녀의 여행 가방은 특히나 가볍다. 필요한 것은 현지에서 사고, 필요 없는 것은 선물로 주거나 숙소에 두고 온다. 가볍게 떠나 가볍게 돌아오는 그녀의 여행 가방 이야기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유로운 삶을 사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빨고 빨아도 계속 물이 빠지지요? 그것이 바로 인도지요."

인도에서 옷을 사고 빨았더니 끊임없이 물이 빠져 힘들었다는 기자의 말에 그녀가 답했다. 우문현답! 시장 표 옷 한 벌에서 인도를 보는 그녀는 진정 남다른 감수성의 소유자다.

간절히 원하면 '용기' 생겨

- 여행기를 보면 유적지나 관광지는 거의 보이지 않고, 현지인과 다른 여행자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현지인과 친해지는, 사람 사귀는 비법이 궁금합니다.
"여행기 화두 중 하나가 '또 따라간다'지요. 비밀은 '호기심'과 '인샬라'(신의 뜻대로)예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사람들의 호의에 이끌려 또 따라가지요. 덕분에 파리 가정집에서 10가지 치즈를 맛보는 행운을 누렸고, 모로코 친구들에게 흰 사리도 선물 받았어요.

저 또한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김치, 두루치기, 만두 등 한국 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기도 해요. 저의 호기심과 열린 마음에 그들은 친절함으로 응답해준답니다."

- 게스트하우스 다인실에서 자는 고생스런 배낭여행 말고, 고급스러운 휴양지에서의 여행을 꿈꾼 적은 없는지요?
"지난 발리 여행이 그랬어요. 3만 원 미만의 가격으로 아름다운 정원과 수영장이 딸린 더블룸에서 묵어 보았지요. 모처럼 돈에서 해방돼 행복하게 지내다 왔어요."

- 혼자 떠나는 여행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마디 한다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에요.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항상 '카르페디엠'을 외칩니다. 자기 인생을 사랑해야 떠날 수 있다고요. 간절히 원하면 용기가 생깁니다. 자신에게 여행을 허락하세요!"

- 앞으로도 '쨍쨍 여행 이야기 쇼'는 계속되나요?
"저는 초청받으면 어디든 가서 제 여행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제주 도내 학교에서도 초대해 주셨으면 해요. 비단 학생들뿐만 아니라, 제 이야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초대해 주신다면 좋겠네요. 여행 이야기도 들려주고, 연극 놀이도 하면 얼마나 신이 날까요? 단, 정말 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만 모였으면 해요. 조만간 '쨍쨍 사용 설명서'를 작성할 계획이에요."

그녀는 욕심이 많다. 그런데 그녀의 욕심은 남다르다. '30년을 채우고 퇴직하면 연금이 더  늘어나는데, 조금만 더 교직 생활을 할 걸 그랬나? 블로그가 유명해져서 출판하자는 연락이 오는데, 책을 써서 인정받아야지!'와 같은 세속적인 욕심이 아니다.

어느 길에 있든 그 길에서 최고의 행복을 찾아 즐기고, 길 위에서 만난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여행길에서 배우고 느낀 바를 아낌없이 타인과 나누는 그녀, 쨍쨍! 그녀는 탁월한 욕심쟁이다.

여행 이야기에 뒤이은 인생 이야기 인터뷰는 2편에서 계속 이어진다.

덧붙이는 글 | 쨍쨍 놀이터(http://jjaing21.blog.me/)에 놀러 가면, 그녀의 생생한 여행 이야기를 볼 수 있다.



태그:#쨍쨍, #최순자, #여행 이야기, #세계 여행, #쨍쨍 여행 이야기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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