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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아래 한전)가 8000만 원을 호가하는 한국화를 포함해 전체 구입 비용이 4억 8000만 원에 달하는 925점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울산 남구갑)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전은 조무호 작가의 한국화를 지난 2004년 7999만 원에 구입하는 등 모두 4억8000만 원이 넘은 925점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술품 구매에 관한 규정이나 절차도 없고, 관리도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채익 의원은 "한전은 가치를 산정하기 힘든 예술품을 구입 기준이나 구매 규정도 없이 단순히 물품으로 취급해 재량으로 구입하고 있다"며 "일부 작품은 구매에 대한 자료조차 남아있지 않아 작품명과 작가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채익 의원실의 한 인사는 16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전측이 미술품을 언제, 왜, 어떻게 구입했는지에 대한 구입내역을 현재 다 폐기한 상태"라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조무호 작가의 한국화를 지난 2004년 7999만 원에 매입한 것은, 작가와 한전측이 특별한 관계라기보다는 유명 작가이기에 매입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전 고가 미술품 구입 이유 "사내 환경 개선을 위해"

이채익 의원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005년 1800만 원대의 서양화를 "사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구입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현재 창고에 방치되어 있다. 또한 290만 원, 100만 원에 각각 구입한 한국화를 포함해 창고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작품이 39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채익 의원은 "한전이 고가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지만 작품에 대한 보험도 가입하고 있지 않았다"며 "가치를 산정하기 힘든 예술 작품을 물품으로 취급해 구매하고 물품관리 직원이 미술품도 함께 관리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이렇게 구입한 미술품의 진위와 가격 감정을 지난 2002년에 한 차례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당시 감정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름 없는 작가의 동양화와 1970년대~1980년대에 일시적으로 유행했던 구상계열의 작품들 위주로 되어 있어 소장 가치가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훼손이 심한 작품에 대해 "보수전문기관에 의뢰해 시급히 보존처리를 받아야 한다"는 소견을 냈지만 한전은 이에 대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채익 의원은 "사내 환경 개선을 이유로 미술품을 구입하면서 사옥 환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품을 고가에 구매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사내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소장가치가 있는 작품들 위주로 미술품 수집계획을 작성해 체계적으로 미술품을 수집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미술품 구매에 관한 객관적 규정을 마련해 공공기관의 미술품 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11년 국민권익위가 정부 미술품에 관해 지적하자 중앙부처 소장미술품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로 관리전환을 추진했고 50만 원 이상의 미술품은 정부미술작품은행을 통해 구매하도록 취득 창구를 일원화 시켜 미술품 취득·관리에 대한 규정이 개선됐다. 하지만 중앙부처 외에 한전과 같은 공공기관에 대한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이채익 의원은 "실제로 미술품 구매에 대한 규정이 현재 없기 때문에 기관의 재량으로 작품을 구매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1980년대에 4500만 원 혹은 2500만 원에 달하는 그림을 구매하는 등 공공기관이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 호화 미술품을 구매한 것도 의구심이 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이 의원은 "구입내역도 현재 다 폐기되었다"며 "이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자신이 작성한 기사에 대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전 미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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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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