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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길 풍경을 찍은 주민의 사진이 거리 전시에 걸려있다.
 푸른길 풍경을 찍은 주민의 사진이 거리 전시에 걸려있다.
ⓒ 김영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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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도 중반을 기웃 넘는 가을, 나뭇잎이 물들어가는 길을 걷다 광주광역시 남구 푸른길 문화 광장의 나무에 걸려 펄럭이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났다.

'빛고을 꿈이 있는 푸른길/무등의 정기 햇살되어/ 마실 나간 기적소리 달려오는 길'
(강병원, 진월동 주민)

주민이 쓴 시와 나란히 초등학생들이 쓰고, 예쁘게 그린 시들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푸른길을 걷던 어른과 학생들이 한참 동안 서서 시를 읽고, 어린이들의 순수하고 재밌는 시어들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낙엽이란 건/ 나무가 더 이상 필요없는 것을/ 떨구어내는 것/ 더 일하고 싶은 나뭇잎도/늙은 잎도/주변이 따라주지 않으니/떨궈버릴 수밖에(중략)꼭 회사같다'(김강민, 초 4)

초등학생이 쓴 시다. 어른들의 고단한 삶을 낙엽에 비유한 '낙엽 회사'라는 시다. 7살짜리 최연소 시도 있다.

'나무도 푸르고/ 땅도 푸르고/ 이 길을 지날 때면/제 마음도 푸르답니다/ 저에게 즐거움과/웃음을 주는/마법의 길이랍니다'(푸른길, 이선왕 7살)

한편 푸른길 사진전도 흥미롭다. 빛 바랜 흑백 사진 속에 푸른길이 만들어지기 오랜 전 1970년대, 1980년대의 마을의 개천이었던 '광복천' 둑에 선 사람들이 있다. 기차가 다니던 시절 철로에서 아버지가 빌려 온 사진기로 찍어 준 어린 남매의 사진도 추억속으로 푹 빠지게 한다.

시, 사진 전시회를 마친 축제 추진위원회
 시, 사진 전시회를 마친 축제 추진위원회
ⓒ 김영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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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사진가들이 아닌 주민이 찍은 다양한 모습의 푸른길 경관 사진이 줄을 잇는다. 사단법인 푸른길에서는 푸른길 전후 과정의 역사적 사진도 제공했다.

'푸른길 달빛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15일 푸른길 시화전과 사진전을 시작으로 16일부터는 푸른길 문화 광장에서 야간 영화도 상영한다. 본 행사는 오는 18일 오후 3시부터 민속 놀이, 초상화 그려주기, 벼룩시장 등 참여마당이 진행되며 오후 6시에는 주 행사인 주민 참여 초청공연이 펼쳐진다.

푸른길 시와 사진을 거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축제추진위원회 이이현 집행위원장은 "시와 사진 공모를 했는데 시가 200편 넘게 들어왔다. 여기저기 축제 행사 내용을 묻는 전화도 많이 온다. '푸른길을 걷는 사람들'이라는 마을 모임에서 소박하게 시작한 주민 잔치가 어느덧 마을 공동체 축제로 발돋움하는 것 같아 기분 좋다"고 말했다.

해가 금당산 너머로 사라지자 푸른길에 어둠이 깃들고 네온사인들이 여기저기서 빛났다. 삼삼오오 푸른길 주변 식당과 술집들로 사람들이 밀려든다. 푸른길 주변은 교육문화지구로 유흥업소나 흔한 모텔 하나도 없다. 저렴한 선술집과 최근 멋진 외관 및 인테리어를 갖춘 커피숍, 호프집들이 모였다. 주민은 이곳에서 시끌벅적하고 고단했을 하루를 달랜다.

푸른길축제 포스터
 푸른길축제 포스터
ⓒ 푸른길달빛축제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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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가던 50대 중년 아저씨에게 축제가 어떠하냐고 물었더니 "좋지! 여그보다 살기존디(살기 좋은 데)는 없을걸. 푸른길 걸어 운동하니 좋지, 맛나고 싼 음식들 많아 좋지, 오가며 사람들 반갑게 만나니 좋지, 거기다 멋진 축제를 보다니 얼마나 좋아. 1석 4조야!"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으며 걸어간다. 한 잔 하신듯 같다. 푸른길 비치는 달빛이 평화롭다.



태그:#푸른길, #달빛축제, #시 사진 전시회, #진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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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GIST) 대외부총장, 전 UCLA 한국학센터 연구원 참여자치21 대표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장 광주혁신클러스터추진단장 기업주치의센터장 광주광역시장 특보 지역미래연구원장등을 맡았다. <창조도시><김영집의 고전담론>등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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