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영화 <할리데이>의 내용이 일부 담겨 있습니다.

 영화 <할리데이> 포스터

영화 <할리데이> 포스터 ⓒ (주)영화사 빅

뮤지컬 영화로부터 관객들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일까? 아마도 음악을 통해 증폭되고 전달되는 감동일 것이다.

때로는 활기차고 흥겨운 분위기에 몸을 들썩이고, 때로는 장엄한 분위기에 숙연해지기도 하고, 또 때로는 비애감에 젖어 눈물을 흘리게끔 하는 뮤지컬 영화를 우리는 이미 많이 알고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 <사랑은 비를 타고>, <쉘부르의 우산>, <그리스>, <토요일 밤의 열기> 같은 고전에서부터 <물랑루즈>, <맘마미아>, <레미제라블>에 이르기까지. 많은 뮤지컬 영화들이 좋은 음악과 멋진 춤사위, 매력적인 이야기를 적절히 녹여내어 관객을 뮤지컬 영화의 세계로 인도한 바 있다.

어디 이들 뿐이랴. 시야를 조금만 확장하면 <스쿨 오브 락>, <코러스>, <원스>, <비긴 어게인>, <브링 잇 온> 시리즈와 <스텝업> 시리즈 등 음악과 춤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매년 몇 편씩 등장해 관객을 유혹한다. 관객의 눈과 귀에 호소하는 음악 영화, 나아가 뮤지컬 영화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할리데이>는 지난 달 개봉한 <선샤인 온 리스>에 이어 2014년 두 번째로 개봉하는 뮤지컬 영화다. 먼저 나온 <선샤인 온 리스>가 2014년의 <맘마미아>를 표방했음에도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물러간 가운데, 역시 영국산 뮤지컬 영화인 <할리데이>는 국내 관객들의 귀에 익숙한 팝음악을 앞세웠다. 존 카니 감독의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이 다양성영화 흥행기록을 갱신하는 와중에서 뮤지컬 영화로서 <할리데이>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맥스 기와, 다니아 파스퀴니 감독은 모두 네 편의 영화를 함께 한 남녀 콤비다. 코엔 형제, 워쇼스키 자매, 루소 형제 등 함께 영화를 찍는 감독들이 있긴 하지만 형제관계가 아닌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이들은 <스트리스댄스> 시리즈와 <왓 이프>, 그리고 이 영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화작업을 함께 하며 남다른 우정을 과시했다. 댄스 영화를 두 편이나 찍어낸 이들이 <레미제라블>의 음악감독 앤 더들리와 만나 뮤지컬 영화를 찍어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음악 영화 팬들은 이 영화의 개봉을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생소한 배우들과 귀에 익은 음악, 풀리아의 매력적인 풍광

 영화 <할리데이>의 주인공 테일러(한나 아터튼 분)와 메디(애나벨 스콜리 분)

영화 <할리데이>의 주인공 테일러(한나 아터튼 분)와 메디(애나벨 스콜리 분) ⓒ (주)영화사 빅


출연한 배우들은 스크린을 통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주연인 한나 아터튼은 영국배우 젬마 아터튼의 동생으로 알려져 있고, 애나벨 스콜리는 뮤지컬 배우로 더욱 유명하다. 두 사람 모두 영화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며 조연들 역시 연기 경력이 길지 않은 배우들이 대부분이다.

배우들의 경력을 통해 알 수 있듯 영화는 드라마보다는 활기찬 군무와 귀에 익은 음악, 그리고 무엇보다 이탈리아 풀리아의 그림같은 풍광을 통해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이는 그리스의 휴양지를 배경으로 한 <맘마미아>처럼 남유럽 휴양지에서 펼쳐지는 낭만적인 뮤지컬을 빚어내고자 한 듯 보인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지중해 최고의 휴양지 풀리아로 휴가를 떠난 테일러(한나 아터튼 분)는 이곳에 6개월 먼저 와있던 언니 메디(애나벨 스콜리 분)의 깜짝 결혼발표에 놀란다. 그리고 그녀를 기다리는 더욱 충격적인 소식, 메디의 약혼자가 3년 전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 라프(줄리오 베루티 분)라는 것. 영화는 라프와 메디의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벌어지는 엇갈린 로맨스를 음악과 함께 그려낸다.

<맘마미아>가 아바의 히트곡들을 배경으로 했다면 <할리데이>는 1980년대 팝송들을 사운드 트랙으로 구성해 놓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마돈나의 'Holiday'를 비롯해 셰어의 'If I Could Turn Back Time', 휴먼 리그의 'Don't You Want Me', 카트리나 앤 더 웨이브스의 'Walking On Sunshine', 록시트의 'It Must Have Been Love', 조지 마이클의 'Faith', 왬의 'Wake Me Up Before You GOGO', 듀란듀란의 'Wild Boy', 신디 로퍼의 'Girls Just Wanna Have Fun', 빌리 아이돌의 'white Wedding', 휴트니 휴스턴의 'How Will I Know' 등이 주연배우들의 목소리로 재탄생됐다. 이 노래들은 영화 곳곳에 배치되어 극중 상황을 돋보이게 했고, 가끔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스크린을 넘어 전해지지 않는 흥과 열정

 영국 뮤지컬 영화지만 인도영화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영국 뮤지컬 영화지만 인도영화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 (주)영화사 빅


귀에 익은 음악과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뮤지컬을 찍었으니 얼마나 매력있는 영화일까 싶겠지만, 영화는 사실 그리 좋은 작품이 되지 못했다. 화려한 군무와 퍼포먼스는 스크린을 넘어 그들의 흥과 열정을 전해주지 못하고 있고 노랫말과 상황을 맞추기에 급급한 전개는 영화가 음악에 끌려간다는 인상을 준다.

이런 류의 뮤지컬 영화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역시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흥겨움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살지 못하고 캐릭터에 몰입하기도 어렵다 보니 배우들의 열성적인 움직임에도 별다른 감흥이 전해지지 않는다.

또한 여러 가수들의 곡을 한 영화에서 쓰는 것엔 장단이 있을 수 있는데, <할리데이>의 경우 영화가 음악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음악에 끌려가다보니 일관성이 없고 산만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귀에 익은 음악은 오히려 배우들의 감정을 새로이 느끼기 어렵게 만드는 독이 되고 있으며 몇몇 배우들의 부족한 가창력은 열린 귀마저도 즐겁게 하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안이한 연출과 구성에 제대로 된 뮤지컬 영화를 기다렸던 많은 팬들은 아쉬움을 느끼게 될 듯하다. 몇몇 뮤지컬 영화가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으로 기억되는 것은 뮤지컬이 영화와 만났을 때의 장점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리데이>는 그 장점을 조금도 건드리지 못했고, 그래서 '그저 그런 작품'으로 남고 말았다.

그럼에도 1980년대 팝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뮤지컬 영화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매니아라면 한 번쯤 보아도 나쁘지는 않을 영화다. 풀리아의 풍광은 언니의 약혼자를 사랑한다는 흔해빠진 소재마저도 용서할 만큼 너그러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니까 말이다. 풀리아의 풍광과 1980년대의 팝송을 미워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할리데이 앤 더들리 한나 아터튼 애나벨 스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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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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