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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 위원회 박혜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문화재 수리 분야의 관피아적 행태를 지적했다. 박 의원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관피아 문제를 지적하며 문화재청이야말로 관피아가 폐쇄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화재 수리 관피아 행태 막겠다는 법... 정말?

특히 숭례문 복원 사업에서 드러난 문화재 수리체계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화하기 위해 진행한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시행령 중 일부 개정안>이 과연 진정한 정상화를 위한 것인지, 관피아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나선화 문화재청장에게 질의했다.

박 의원은 또 문화재 수리분야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비유하면서 문화재 보호법 33조의 문화재수리기술자의 현장배치 기준도 함께 지적했다. 아래는 관련 질의 내용을 옮겨 요약한 것이다.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문화재 수리 현장에 수리 기술자를 한 명 이상 배치해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왜 중복배치를 허용하는 겁니까?

나선화 문화재청장 : 지금 현재로서는 모든 현장에 기술자를 배치할 인원이 되지 않습니다.

나선화 청장은 답변에서 모든 문화재 수리현장에 문화재 기술자들을 배치하는기엔 기술자들의 수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시행령 개정안의 내용엔 <종합문화재수리업체의 등록요건 개선> 중 문화재수리기술자들의 수를 오히려 4인에서 2인으로, 기능자는 6인에서 3인으로 줄이는 것으로 입법예고 돼 있다.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 문화유산의 문화재 수리 기술자 김모씨는 2013년 7월부터 총7곳의 현장에 중복배치 되었고, 그 기간 중 7일, 12일간을 해외에 나가 있었어요. 제대로 된 문화재 수리가 이루어졌을까요?

△△ 종합건설의 백모씨는 2013년 7월 17일부터 10월 14일 동안의 현장 이탈을 했는데 공사기간 중 한 번도 현장에 가지 않았어요. 정상적인 시공이 이루어졌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수리 기술자 1인이 담당하는 현장을 4곳에서 3곳으로, 수의계약 포함하면 6곳에서 5곳으로 중복 배치를 허용하는 개정안으로 수리 현장이 정상화 되겠습니까?

숭례문 사태와 같은 문화재 수리 비리 막기 위한 입법, 제대로 진행되야
 숭례문 사태와 같은 문화재 수리 비리 막기 위한 입법, 제대로 진행되야
ⓒ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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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기술자의 중복 배치는 여러 현장을 한 기술자가 담당해야하므로 부실 시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모르고, 중복되는 현장 한 곳을 줄이는 생색 내기식 탁상 행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밖에도 박혜자 의원은 문화재수리의 감리 부분에서'의무 감리 확대와 비상주 문화재 감리원 현장 배치 기준 강화' 조항도 현장의 상황과 동떨어진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수리공사가 대부분 소액사업(3억 원 이하 85%)인 것을 고려할 때 공사비 현행 5억 원 이상에서 3억 원 이상으로 수정한 것이 별다를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전히 상당한 수의 문화재 수리는 비상주 감리원을 배치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숭례문 복구 공사에서도 단청의 감리는 단청 감리원이 감리를 보지 않았다. 전문성 있는 해당 분야의 감리원을 해당 분야에 배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보여주기 식 탁상행정 관둬야

또한, 시행령 18조 2항을 보면 종합수리공사 시행시 공사 비용이 가장 큰 문화재 수리기술자를 담당 기술자로 현장에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비전문 분야까지도 감독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전문성을 해치는 문제점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보수, 단청, 조경 분야가 결합된 종합 문화재 수리 시 조경 분야의 수리 금액이 가장 클 경우 나머지 보수, 단청분야까지 조경기술자가 담당 감독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전문성이 중시 되는 문화재수리현장에서 각 분야의 문화재 수리 기술자들이 배치돼야 마땅하다.

문화재수리업자들의 편의를 봐주는 관피아적인 관행에 대해서도 질의가 나왔다. 지난 4월 '문화재 수리 혁신대책'에서 문화재 수리기술자 자격증 시험 중 공무원들의 일부 중요 과목의 면제에 대한 특혜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입법 예고에서는 '조속히 폐지할 것'이라는 방향으로 유보해 관피아적 행태를 여전히 수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나 청장은 이미 경력 공무원 특혜 폐지는 결정된 일이라고 했으나 박 의원은 현재 유보 상태라고 맞섰다.

문화재청의 <문화재수리 등의 관한 시행령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가 진정 문화재를 제대로 복원하고, 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인지, 아니면 문화재수리 현장을 외면한 채 내놓은 탁상 행정의 모습인지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국정감사 내용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국외 문화재 환수나 여타 문화재 관리 실태에 대한 보도는 많았으나 정작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수리 기술 체계의 개정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대로 개정안이 통과 된다면 문화재 공사의 부실 시공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문화재 수리를 공부하려는 젊은 인재도 없을 것입니다. 문화재청의 수리업체 편들기와 문화재청장이 내용도 파악하지 못한 개정안은 더 많은 시간과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태그:#숭례문, #문화재청,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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