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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은 밤이 깊어갈수록 소리가 크게 들리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
 캠핑장은 밤이 깊어갈수록 소리가 크게 들리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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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휴 동안 지인과 식구들을 대동해 섬진강 변으로 캠핑 여행을 떠났다. 눈부신 가을 햇살 아래 강물과 모래톱이 운치 있게 반짝이는 섬진강은 참 아름다웠다.

캠핑 둘째 날, 땅거미가 지고 컴컴한 저녁이 되자 한갓진 강변 캠핑장이 낮과는 다른 분위기로 돌변하며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자동차 전조등을 환하게 켜놓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채, 거하게 차린 음식과 술을 마시며 떠드는 사람들로 캠핑장이 시끌시끌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참다못한 일부 사람들이 "너무 시끄러운 거 아니냐"며 항의했다. 그랬더니 술에 취한 한 캠퍼가 "내 돈 내고 놀지도 못하냐"며 화를 냈고, 보다 못한 옆 사람들까지 끼어들면서 큰 싸움이 날 뻔했다. 결국 한밤중에 캠핑장 관리 사무소 직원까지 급히 나오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웃 캠퍼와 언쟁을 벌이던 민폐 캠퍼들은 관리소장에게 퇴거 요청을 받고 나서야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보니 본의 아니게 주변을 다소 시끄럽게 한 것 같다"며 사과를 했다. 타인을 조금만 생각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었다. 

캠핑장 진상... 주요 원인은 소음과 소란

캠핑장 관리소장은 요즘 캠핑이 전국적으로 유행하면서 세칭 '캠핑장 진상'이 꼭 있는데 정말 혀를 차게 만드는 행위들을 한다고 했다. 캠핑장 민폐의 사례는 대부분 소음과 관련된 것이다. 섬진강 변에서 겪은 경우처럼 음악을 굉장히 크게 틀어놓는다거나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떠드는 경우다.

도시에 갇혀 살다가 자연 가까이 나들이 나온 만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놀다 가고 싶은 마음은 이해된다. 하지만 캠핑장의 경우 집처럼 방음이 되는 건물이 아닌 천막 텐트가 서로 가까이에 이웃하고 있다. 부부가 두런두런 나누는 말소리도 다 들릴 정도다. 특히 저녁이 되고, 밤이 깊어갈수록 고요해지기 때문에 주변 소리는 더 크게 들려온다.

어떤 캠핑장은 오후 10시 이후에 술 마시는 것을 아예 금지하거나 단체 캠핑 예약을 받지 않는 곳도 있단다. 캠핑장을 예약하려고 홈페이지를 검색하다가 발견한 어떤 캠핑장은 첫 화면 공지사항에 "밤 10시 이후의 음주 소란 행위에 대해서는 강제로 퇴장시킬 수 있다"고 밝혀 놓기도 했다. 연휴 때 머물렀던 섬진강 하동의 캠핑장도 작년에 일부 캠퍼들의 무분별한 쓰레기 배출과 자연 훼손 때문에 잠정 폐쇄됐다가 얼마 전에야 재개장했다.

지난 여름 자전거 캠핑 여행을 떠났을 땐 캠핑장에서 빔프로젝터와 스피커를 이용해 텐트 안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도 있었다. 문제는 거기서 새어나오는 영화 소리와 강한 빛. 자연을 벗 삼아 캠핑을 즐기려는 이웃들에게는 소음일 수밖에 없다. 당사자에게는 야외에서 보는 훌륭한 극장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빛과 소음 공해로 짜증과 불쾌감만 일으키는 것이다.

이 밖에 아이들이 노는 캠핑장 아무 데서나 담배 피우기, 한밤중에 자동차 헤드라이트로 조명 대신하기, 어린이 팔뚝만한 작은 나무에 해먹 설치하기, 목줄 없이 애완동물 데리고 오기 등 비상식적인 일이 캠핑장에서 공공연히 벌어진다.

진정한 캠핑은 자연속에서 한가롭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캠핑은 자연속에서 한가롭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닐까.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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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피해 주지 말자"는 상식, 캠핑장도 마찬가지

전국에 수백 개의 캠핑장이 생겨나고, 많은 사람들에게 캠핑이 인기 있는 여가 활동이 되고 있다. 위의 불편한 모습들은 이 가운데 생겨난 캠핑의 그늘이라고 해야 할까. 나도 가입했던 한 캠핑 카페에서는 '흔적 남기지 않기 (LVT : leave no trace)' 운동을 벌이며 자연을 보호하고 진정한 휴식으로서 캠핑을 위한 자정노력도 하고 있었다. 환경 보전과 타인을 위한 배려를 통해 머물렀던 곳에 최대한 자취를 남기지 말자는 내용이 공감 갔다.

캠핑의 목적은 자연 속에서 편히 휴식을 즐기는 것이다. 굳이 자연 속에서 술 마시고 떠들고 놀고 싶다면 시설 좋고 넓은 펜션도 많다. 민폐 사례가 많다 보니 지켜야 할 캠핑장 에티켓도 많아진 것 같지만, 생각해 보면 아주 간단하다. 캠핑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 스스로 최소한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자는 '상식과 개념'을 캠핑 장비와 함께 챙기면 된다. 

참고로 캠핑을 종종 하다 보니 옆 장소에 자리를 잡은 이웃 캠퍼들과 기분 좋게 가벼운 인사를 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았다. 짧은 캠핑 기간 동안 서로의 든든한 지킴이가 돼줄 수 있어 마음이 편했다. 또 내 아이가 야외에서 천방지축 뛰어다니다가 예상치 못한 위험에 직면했을 때 그 광경을 지켜보고 도와줄 수 있는 든든한 이웃 캠퍼 사이가 될 수도 있다.


태그:#캠핑, #민폐 캠핑, #캠핑장 에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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