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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유난히 10월에 지역 축제가 많이 개최된다. 오는 10월 17일부터 10월 20일까지 열리는 순천만의 갈대 축제, 지난 10월 8일부터 10일 12일까지 열린 전주 세계소리축제, 지난 10월 2일부터 10월 5일까지 개최된  대전 국제푸드&와인 페스티벌, 지난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열려 막을 내린 부산국제영화제 등 줄줄이 열리거나 이미 열렸다.

그중 지난 10월 1일부터 12일까지 진주 남강 일대에서 열린 진주 유등축제는 역사와 밀접한 연관을 지닌 축제다. 조선 중엽 임진왜란 당시 진주는 남강에 유등을 띄워 군사 신호와 전술수단으로 활용했다. 이러한 기록에 따라 2000년부터 재현된 유등 축제는 진주 남강 일대를 환하게 밝혔다.

국제 범위로 확대된 진주 남강 유등 축제

세계명화등, 역사등, 한국의 춤등 등 다양한 등이 촉석루 주변과 남강에 떠다니고 있어 대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 진주 남강유등축제 세계명화등, 역사등, 한국의 춤등 등 다양한 등이 촉석루 주변과 남강에 떠다니고 있어 대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 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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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년 전만 해도 논개 형상의 등을 중심으로 민족 의식과 절개를 강조하는 행사였지만 올해부터는 국제적 등 축제로 승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남강을 따라 3만여 개의 등이 불을 밝히며 관광객의 귀와 눈을 사로잡았다.

진주 유등 축제는 진주교와 천수교 사이 남강에 수만 개의 등으로 시선을 집중 시킨다. 진주교 아래 교각 사이에는 커다란 금가락지가 여러 개 매달려 있어 눈길을 끈다. 논개의 성스러운 죽음에 대한 브랜드화 작업이다. 진주교를 지나 진주성으로 들어가면 촉석루가 남강을 내려다보며 도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입구는 변영로 시인의 <논개> 시비가 있다.

밀양의 영남루, 평양의 부벽루와 더불어 조선의 3대 누각으로 평가받는 촉석루는 남강유등축제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 촉석루 밀양의 영남루, 평양의 부벽루와 더불어 조선의 3대 누각으로 평가받는 촉석루는 남강유등축제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 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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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등축제 조형물 중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등으로 화려한 색채감이 낙천적인 긍정적인 한국인의 정서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 꽃상여 남강등축제 조형물 중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등으로 화려한 색채감이 낙천적인 긍정적인 한국인의 정서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 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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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입구를 들어서면 다채로운 등 조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우선 등 공모전 출품작을 둘러보았다. 장려상부터 입선, 특선,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을 받은 작품들이 차례로 나오고 있다. 2014년 대상은 논개상을 등 공예한 윤석일씨의 작품이다. 우수상과 최우수상 작품도 수작으로,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촉석루에서 공북문으로 가는 언덕에는 '추억의 거리'를 꾸몄다. 우리나라 전통 의식인 제사 풍습과 장례 풍습의 꽃상여를 재현해 외국인들을 몰려들게 했다. 특히 꽃상여의 아름다운 조각은 우울한 장례식을 새로운 재생 세계로의 진입을 상징하는 축복의 길로 상상하게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명화등과 세계풍물등은 남강유등축제가 국제적인 등축제로 도약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 자유의 여신상 명화등과 세계풍물등은 남강유등축제가 국제적인 등축제로 도약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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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박물관 근처의 공연장에는 조선 기생 16명의 등 조각들이 새겨져 있다. 진주 의기 논개상을 비롯해 부안의 시인 매창, 송도 기생 황진이, 영흥 기생 소춘풍 등이 우리 민족 풍류 문화의 깊이와 예술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기생상을 지켜보다가 남강 위에 있는 각종 등을 살펴보니 '춤'등이 다양하게 장식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오고무, 강강술래, 장고춤, 부채춤, 농악, 진주 검무와 진주 탈춤 등을 표현한 등이 한민족의 여유와 한스러움을 담았다. 여인네의 춤 가락으로 조각돼 강물 빛에 출렁이고 있어 아름다움을 뽐냈다.

세계 명작도 유등으로 제작

조선을 뒤흔든 16기생을 촉석루 주변의 공터에 장식해놓았는데, 그중에서 소춘풍등이 가장 아름다웠다.
▲ 소춘풍등 조선을 뒤흔든 16기생을 촉석루 주변의 공터에 장식해놓았는데, 그중에서 소춘풍등이 가장 아름다웠다.
ⓒ 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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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남강 유등 축제의 별미는 국제 등 축제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각들이었다. 부교를 따라가며 감상할 수 있는 '명화등'과 남강에 고정 설치돼 있는 '세계 풍물등'은 수많은 외국인들의 발길을 모으는데 일조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이었다.

다음으로는 이집트의 '스핑크스', 네덜란드의 '풍차', 페루의 '태양의 아들', 스페인의 '투우상' 등이었다. 진주성을 걸어 내려와 부교를 타고 남강을 바라보면 세계 명화 등이 도열하고 있어 관람객들을 기쁘게 했다. 대표 작품으로는 이중섭의 <소>, 잔주 화가 박생광의 <꽃가마>, 고흐의 <자화상>,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뭉크의 <절규>, 밀레의 <만종>과 <이삭줍는 여인>, 로이 리히덴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등이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남강 위에 놓은 부교를 따라가면 한국의 역사 유등이 찬란한 반만 년의 도도한 역사를 자랑하면서 놓여 있다. 우리나라를 개국한 단군, 미륵불 휘장을 펄럭이는 후고구려의 궁예, 호랑이와 서있는 후백제의 견훤, 알에서 깨어나는 신라의 박혁거세, 말을 타고 만주벌판을 호령하는 주몽 그리고 말 위에서 칼을 휘두르는 조선의 창건자 이성계의 모습 등. 이 모든 등들이 주마등처럼 강물위에 떠 있었다.

건국신화와 연관된 역사 유등을 감상하다보니 어느덧 부교를 내려 지상에 도착했다. 남강 건너편에는 남강 등축제 기념 음식 큰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메밀 전병과 파전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사발을 마셨다. 발 디딜 틈 없던 관광객도 밤 12시가 가까워지자 하나둘씩 빠져나갔다. 이렇게 2014년 진주 남강 유등 축제는 저물어가고 있었다.


태그:#남강유등축제, #군산시간여행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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