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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은 아이들 학교의 재량휴일이었다. 엄마는 출근했고, 아이들에게는 10월 9일(한글날)부터 4일의 연휴가 생긴 셈이었다. 아내도 슬그머니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던지 아이들을 데리고 캠핑을 가라고 압력을 넣었다.

그래서 떠난 여행은 소백산국립공원에서 야영을 하고, 횡성 숲체원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가을 구경을 하고 오는 것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특히 숲체원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 잊은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파란 하늘과 붉은 단풍이 숲체원에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 숲체원 파란 하늘과 붉은 단풍이 숲체원에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 이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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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닷! 아빠 먼저 가세요

숲체원의 숙소는 앞말과 뒷말로 나뉜다. 숲 속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집들이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파란 가을하늘과 울긋불긋 물들어 가는 나뭇잎과 어우러진 모습은 그림 같았다. 숙소에 짐을 정리하고 아들과 딸을 데리고 바로 산책에 나섰다.

숲체원 그네는 산책 중 딸이 제일 좋아하는 곳입니다.
▲ 숲체원 숲체원 그네는 산책 중 딸이 제일 좋아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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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산책로에 있는 그네 타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에도 열심히 달려가서 그네를 20분쯤 타고 나서야 본격적인 탐방로 산책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앞서가던 아들이 갑자기 겁을 잔뜩 먹어가지고는 '뱀이닷!'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엉겁결에 아들이 놀라서 바라보는 곳을 보니 누런 뱀 한 마리가 '스르르' 숲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우리 부자는 어지간한 산에 가면 꼭 뱀을 만나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뱀을 본 이후로는 아이들이 겁을 먹고 통 앞으로 나가지를 못했다. 자꾸 아빠 먼저 앞으로 가라는데, 뱀이 또 나타날까 엄청 근심스러운 얼굴이었다.

남매가 이렇게 항상 사이좋게 손을 잡고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요?
▲ 숲체원 남매가 이렇게 항상 사이좋게 손을 잡고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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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체원의 탐방로 중에는 데크로드가 있다. 휠체어도 다닐 수 있을 만큼 편안한 탐방로다. 아이들과 전망대까지 올라가는데, 펼쳐진 가을 풍경이 더 없이 아름다웠다. 중간중간에 마련된 체험코스는 딸이 빼놓지 않고 거쳐갔는데, 숲과 나무에 대해 공부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물론 물들어가는 숲의 풍경을 보는 것이 가장 좋은 자연 공부이긴 하다.

전망대로 가는 데크로드에 마련된 체험코스는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 숲체원 전망대로 가는 데크로드에 마련된 체험코스는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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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오면 아이들이 사이가 좋아진다. 아웅다웅 하던 남매는 이상할 만큼 사이가 좋아지는데, 그래서 데리고 다니기가 한결 수월하다. 한때는 숲이 있는 강원도로 이사를 와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사람은 자연을 가까이 해야 한다더니 우리 집 남매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아침 공기, 벌써 겨울 냄새가 난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바깥 공기가 싸늘하다. 영상 7℃, 새벽 바람에서는 벌써 겨울 냄새가 났다. 그래도 계절이라는 것이 때가 되어야 오는 것이라, 나뭇잎들이 다 물들고 떨어진 후 하얀 서리와 눈이 그 화려함을 대체해야 겨울이 올 것이다. 어찌됐든 싸늘한 아침 공기가 코를 타고 들어와 머리 속을 한 바퀴 돌고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침에 숙소 앞에서 바라본 숲체원의 모습입니다. 정말 상쾌합니다!
▲ 숲체원 아침에 숙소 앞에서 바라본 숲체원의 모습입니다. 정말 상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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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를 데리고, 미리 예약해둔 숲체원의 식당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숙소를 예약할 때 미리 식사를 예약을 해뒀는데, 반찬도 골고루 나오고 맛도 좋은 편이라서 아이들도 좋아했다. 고기를 사랑하는 아들은 불고기를 엄청 담아와서 먹었는데 뿌듯한 얼굴이었고, 두부를 좋아하는 딸은 두부조림으로 밥을 맛있게 먹었다. 

밥을 먹고 나서 다시 남매를 데리고 숲으로 아침 산책을 나갔다. 아이들은 숲에서 노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조금 어려운 탐방로를 걷기도 했는데, 그래도 신나하면서 둘이 장난치기에 바빴다.

역시 아이들은 자연에서 놀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이 자꾸 뱀 걱정을 하길래, 이렇게 추운 아침에는 뱀도 힘이 없어서 못 돌아다닌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안심을 하고 다시 씩씩하게 걸었다.

아침에 하는 숲 속 산책은 기분이 더 좋습니다.
▲ 숲체원 아침에 하는 숲 속 산책은 기분이 더 좋습니다.
ⓒ 이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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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산책을 하고 나니 모두 기분이 좋아졌다. 항상 이렇게 맑은 몸과 머리를 갖고 살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이쯤에서 집에서 혼자 비염으로 고생하고 있을 아내가 떠올랐다.

아내는 숲에 오면 코가 뚫리고 머리가 맑아진다며 좋아하곤 했는데, 데려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숲체원의 시원하고 맑은 공기를 차 안 가득 채워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매는 자지도 않고 신나서 이번 여행의 즐거움을 조잘대고 있었다.


태그:#숲체원, #횡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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