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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없는 복지'라는 표어는 이제 '복지 없는 증세'라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는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어린이집 보육료는 사라질 위기인데다가 토요일 오전 진료비도 올랐다.

몇 번의 선거를 치르며 한국 사회가 복지국가로 걸음을 뗐다고 자평하지만 상황은 나쁘게만 느껴질 뿐이다. 북유럽을 비롯한 복지 국가에 관한 이야기는 넘쳐났지만, 정작 이 이야기들을 한국 사회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안정과 자유는 한 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펴냄 / 2014. 09. / 318쪽 / 1만6000 원)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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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대표 기자인 오연호의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는 덴마크의 사례를 한국사회에 적용해 보자는 제안서다.

저자는 덴마크가 행복한 이유를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이라는 6가지 키워드로 분류해 설명했다.

직접적으로 어떤 한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진 않지만 맥락상 그 중 제일은 '자유'다. 덴마크인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비결을 딱 한 가지만 꼽으라는 질문에 저자는 "덴마크인들은 자기 인생을 어떻게 살지 여유를 두고 스스로 선택한다"(본문 193쪽)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국가와 사회가 그런 환경을 보장해준다."

단순히 생각하면 자유와 안정은 상반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진정한 자유는 안정에서 나온다. 책에서 덴마크의 공립학교 '발뷔스콜레'를 소개한 부분을 보면 덴마크 공립학교는 9년 내내 같은 담임이 학생을 맡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동안 한 명의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다. 한 한생은 11년간 같은 반에서 공부했다고 한다. 지루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답하는 학생의 말을 통해 어떻게 자유가 안정에서 나오는 것인지 가늠할 수 있다.

"오랫동안 같은 반이면 안정감이 생기기 때문에 학생들이 더 창의적인 도전을 하게 돼요. 반드시 옳다는 확신이 덜 들어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주거든요. 누군가가 발표 중에 실수를 해도 비웃지 않아요. 모두가 그 학생을 전부터 잘 알아왔으니까요."(본문 167쪽)

키워드1: 자유 덴마크가 행복한 이유 중 하나는 '자유'다.
▲ 키워드1: 자유 덴마크가 행복한 이유 중 하나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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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환경이 그들을 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생각이 쌓여 결국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물론 안정적 환경에는 재정, 즉 돈도 들어간다. 우선 덴마크는 병원 진료비가 무상이며 대학등록금도 무료고, 대학생이 되면 '자취생'에게는 약 120만 원(약 6000크로네)을, 부모님 집에서 사는 대학생에게는 그 절반을 생활비로 지급한다.

취업준비생이나 실업자의 경우 최대 2년 동안 최소 약 200만 원(1만 860크로네)에서 최대 약 300만 원(1만 6300크로네)까지 받을 수 있다. 이쯤되면 덴마크인이 행복한 이유는 앞에 제시한 수많은 키워드보다 '복지'가 더 크게 와 닿는다.

박정희와 달가스가 다른 이유

저자는 복지 국가 덴마크의 역사를 크게 교육과 농업 부분으로 나눠 설명한다. 교육 부분에서는 덴마크의 정치가이자 목회자였던 '덴마크 교육의 아버지' 니콜라이 그룬트비를, 농업부분에서는 군인 출신으로 덴마크 국토 개간 운동을 펼친 달가스를 언급한다.

달가스의 황무지 개간과 함께 그룬트비의 주체적인 시민 교육으로 일어난 시민이 행복사회 덴마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들의 공통점을 '깨어 있는 시민'을 만들어낸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달가스 운동으로 깨어 있는 농민이 덴마크의 산업화 과정에서 깨어 있는 노동자, 깨어 있는 시민으로 진화했고 이들이 덴마크 노동운동과 정치운동의 중심축이 됐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도 일제강점기와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에 덴마크를 배우자는 시도가 있었다. 새마을 운동과 같이 덴마크의 농업 운동과 비슷한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덴마크의 운동과 한국의 운동에는 차이가 있다. 저자는 군사 독재와 깨어 있는 시민은 함께 갈 수 없는 한계를 가졌다며 그 차이를 설명한다. 또한 덴마크의 운동이 '아래에서 위로의 운동'이었다면 한국의 운동은 '위에서 아래로 운동'이었기에 행복 사회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분석한다.

더불어 즐겁기 그룬트비는 스스로 또 더불어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더불어 즐겁기 그룬트비는 스스로 또 더불어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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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실에서 저자는 "결국 행복사회를 만드는 일엔 '시민'이 관건이며 정치권에 기대지 말고 우리 스스로 내일을 만들어가자"고 조언한다. 하지만 '깨어 있는 시민'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는다. 본문 중에 그룬트비가 농민과 시민들을 교육했던 방향이 힌트가 될 수 있다.

"그룬트비는 농민들과 시민들에게 무조건 교육을 강조하며 깨어 있는 시민이 되라고 하지 않았다. 그는 농민과 시민이 스스로 문제 제기를 하고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또 더불어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본문 262쪽)

"깨어 있는 상태가 중요하다, 깨어 있는 시민이 되라"고 하는 것은 듣는 이가 '깨어 있지 않은 상태'임을 전제한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렇게 들을 수 있다. 내가 깨어 있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상대와 이야기하는 과정이 '더불어' 즐거울 수 있을까?

한국사회가 '위에서 아래로 운동'의 후유증으로 복지국가와 행복사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요즘. 후유증을 극복하자고 말하는 자세 또한 '위에서 아래로'의 자세는 아닌지 돌아보는 게 먼저일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펴냄 / 2014. 09. / 318쪽 / 1만 6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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