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에 열린 19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

11일 오전에 열린 19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 ⓒ 성하훈


외부의 거센 압박에도 부산국제영화제는 독립성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몰려든 관객들은 부산영화제에 힘을 더했고, 별다른 사고 없는 안정적인 운영은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여줬다. 마켓이 크게 성장한 것도 고무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외부의 시도가 앞으로도 끊임없이 예상되며, 이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점은 부산영화제의 과제로 남겨졌다. 영화제에 정치적 외풍을 불게 한 정치권 인사들의 문화인식은 영화계의 반발을 불렀고, 관객을 씁쓸하게 만들며, 영화제 전반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1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일간의 행사를 마무리했다. 올해 관객은 22만 6473명으로, 2012년 22만 1002명을 넘는 역대 최대 관객 수이다. 종전보다 5천 명이 늘어났다.

11일 오전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에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올해의 성과를 "역대 최대 관객과 관람 서비스 확충, 아시아 필름 마켓의 성장, 새로운 작가의 발굴 및 교육을 통한 아시아 영화 인재의 발굴, 인문학과 영화의 만남을 통한 영화 담론의 장 활성화"로 꼽았다.

<다이빙벨> 논란 유감이지만 영화제 기조 후퇴 없다.

올해 영화제는 개막 전부터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논란으로 뜨거웠다. 영화제 상영작에 간섭하려는 외부의 압력에 영화제가 정체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다이빙벨>은 무리 없이 상영됐고, 19회째 이어오던 영화제는 가치를 지켜냈다. 상영 중단 요구는 영화제의 생리를 전혀 모르는 행태로, 영화제의 위상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문제였으나 무난하게 처리된 것으로 평가된다.

 19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에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심사위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19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에서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심사위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성하훈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상영과 관련해 논란이 인 것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 (부산)시장님께도 사과드린다"면서 "그럼에도 상영을 취소하는 것은 없어야 한다. 앞으로 상영작 선정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지만 예산 축소 등의 우려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영화제는 반대나 찬성을 영화로 소통하는 곳으로, 논쟁도 하고 말싸움을 하기도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화해하고 응어리진 갈등을 해소한다"면서 "개인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걸러낼 수 있는 기준이 있다면 좋겠지만 어떤 것도 진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상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어 "논란은 유감이지만 영화제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정이었고, 앞으로도 기존 기조가 바뀌거나 후퇴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영화제가 위기라는 일부의 시선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위원장은 또한 게스트나 프레스 등이 구할 수 있는 <다이빙벨> 표가 일찍 동난 것에 대해 "영화제가 의도적으로 관람을 막기 위해 한 것은 아니었고, 영화제 전반부에 게스트가 몰렸던 탓에 불거진 일"이라면서 "대처하는 방식에서 영화제가 조금 과민한 부분은 있었다"고 인정했다. 

상영 중단을 요구한 <다이빙벨> 논란은 지극히 비상식적이었다는 것이 영화제를 찾은 사람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외신 기자들은 "해외에서는 원칙적으로 대응한 부산영화제를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 감독는 관련 기사를 보고 <다이빙벨> 제작진에게 메일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성장한 아시아필름마켓, "예산지원 늘리면 국위선양"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아시아필름마켓의 성장이다. 올해 중국 업체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한동안 정체됐던 아시아필름마켓이 크게 주목받았다. 이용관 위원장은 "아시아 영화 시장의 규모와 구심점이 부산을 중심으로 하기에는 부족했고, 그동안은 종착역이 아닌 정류장 역할"이었음을 인정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올해 스타마케팅과 한중 공동제작협정체결 이후 성과가 빨리 올 수 있다고 생각했고, 아시아를 중심으로 마켓의 역할이 커졌다"면서 "한국영화산업을 위해서도 마켓이 중요하다. 2~3년 정도만 기다리면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전양준 아시아필름마켓 위원장은 "올해 거래가 상당히 활발했었다"며 "한국에서 외화가 흥행하면서 유럽 쪽에서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냈고,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방한 이후 한국을 대하는 모습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번 부산영화제에 상당한 비용을 쓰고 갔는데, 아시아필름마켓 주요 행사의 경우 중국 측이 모든 비용을 후원했다. 특히 중국 쪽이 구매력을 보이면서 국내 작품 200편 이상이 팔려나갔다고 전 위원장은 설명했다. 중국 쪽에 30~50편 이상 판매한 국내 회사들은 표정관리에 들어가야 했을 만큼 올해 마켓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전 위원장은 중국의 관심이 일회성은 아니며 한류 등의 영향으로 여기서 구입한 콘텐츠로 중국에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싹쓸이 구매를 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한국의 독립예술영화는 국내 시장은 매우 미약하지만 중국은 인구가 많다 보니 몇십만은 기본"이라면서 "국내 업체들이 더 좋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아시안필름마켓의 급성장에 부산영화제는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다. 이용관 위원장은 "그간 예산이 부족해 마켓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면이 많았는데, 정부에서 예산 지원만 제대로 해주면 확실히 국위를 선양할 수 있음을 증명하겠다"면서 예산 지원이 늘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준 높은 관객들의 질과 힘에 놀랐다."

 야외무대 행사가 열리는 해운대 비프빌리지를 찾은 부산영화제 관객들

야외무대 행사가 열리는 해운대 비프빌리지를 찾은 부산영화제 관객들 ⓒ 이정민


올해 영화제의 주요 수상작도 발표됐다. 뉴커런츠 상에는 김대환 감독의 <철원기행>, 이란 호우만 세예디 감독의 <13>이 선정됐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만장일치로 <철원기행>을 선정했다"면서 "영화를 논의하면서 내용과 형식에 동의했고 개인적인 취향과도 일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감독들이 자신의 마음을 밝히는 영화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다큐멘터리 경쟁 대상인 비프메세나상에는 문정현·이원우 감독의 <붕괴>와 캄보디아 기욤 수온 감독의 <스톰 메이커>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붕괴>는 현대생활의 두려움에 대한 에세이 영화로 한국 사회에 대한 감독의 개인적인 우려를 독특하고 매력적으로 엮어냈다. 감독에게 예술과 인생은 하나"라고 평가했다. 

<스톰 메이커>에 대해서는 "캄보디아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미묘한 초상화를 조심스럽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르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삶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선재상은 대만 감독 매트 우의 <사십세개의 계단>과 최기운 감독의 <그날 밤>이 받았다. 배우 김희애와 유지태가 각각 선정한 올해의 배우상은 <거인>의 최우식과 <들꽃>의 조수향에게로 돌아갔다. 

심사위원들은 올해 부산영화제가 상당히 체계적이고 안정이었다고 평가하면서 특히 관객들의 높은 수준을 극찬했다. 선재상 심사위원을 맡았던 더그 존스 미국 이미지시네마 운영위원장은 "부산을 10년 정도 왔는데, 관객들의 열정이 부러웠다"면서 "관객들이 변함없이 영화제를 지탱해 주고 있다"고 평했다. 

비프메세나상 심사위원인 마리아 본산티 프랑스 시네마 뒤 릴 집행위원장은 "영화제가 상당히 체계적이었다"면서 "유럽에서 이런 수준을 만드는 것은 힘들다. 특히 관객의 질과 힘에 놀랐다"고 했다. 

영화제에 참여했던 한 관객은 "수준 높은 프로그래머들의 질 높은 작품 선정한 것에 관객들이 열광했던 것"이라면서 좋은 작품을 엄선한  프로그래머들의 노력을 평가했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1일 폐막작 <갱스터의 월급날>을 마지막으로 열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19회 부산국제영화제 수상작

 19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수상작인 <철원기행>(위)와 비프메세나상 수상작 <붕괴>(아래)

19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수상작인 <철원기행>(위)와 비프메세나상 수상작 <붕괴>(아래) ⓒ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한국 : <철원기행> / 김대환
아시아 : <13> / 호오만 세예디(이란)

●비프메세나상
한국 : <붕괴> / 문정현, 이원후
아시아 : <스톰 메이커> / 기욤 수온(캄보디아)

●선재상
한국 : <그날 밤> / 최기윤
아시아 : <사십세개의 계단> / 매트 우(대만)

BS 부산은행상
<사장님>(아르헨티나)  / 세바스티안 쉰델

●KNN관객상
<가디>(레바논) / 아민 도라

●올해의 배우상
남자배우상 : <거인> 최우식
여자배우상 : <들꽃> 조수향

●CGV무비꼴라쥬상
<꿈보다 해몽> / 이광국

●시민평론가상
<거인> / 김태용

●감독조합상
<한여름의 판타지아> / 장건재
<소셜포비아> /  홍석재

●대명컬처웨이브상
<거짓말> / 김동명

●부산시네필상
<침묵의 시선> (덴마크)  / 조슈아 오펜하이머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 (이란) / 사피 야즈다니안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소셜포비아> / 홍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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