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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행적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을 기소했다. 가토 전 지국장의 기소 소식이 알려지자 세계 주요 언론들은 한국의 언론자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벤저민 이스마일 국경없는기자회 아시아지부장의 성명을 인용해 "언론이 대통령을 포함한 공직자의 행동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한국에서는 여전히 정부 비판자들을 억압하는 데 국가보안법이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AP통신 역시 "박 대통령이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언론인을 탄압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고, 일본의 마이니치신문 역시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강압적 자세, 대통령의 의향에 충실한 한국 검찰의 체질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도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한국 검찰의 기소가 "국제사회의 상식과 매우 동떨어진 조치"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미국 정부 역시 "우리는 연설과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지지한다"며 검찰의 가토 전 지국장 기소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처럼 외국 언론들이 가토 전 지국장의 기소를 박근혜 정부의 언론탄압으로 비판하고,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까지 나서 '한국의 언론자유가 우려된다'는 비판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되고, 자칫 일본과의 외교 마찰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대외관계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국가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데, 이번 가토 전 지국장의 기소로 한국이 언론자유가 없는 후진국이라는 이미지로 전락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나아가 이번 가토 전 지국장 기소가 일본 내 혐한 기류를 조장하고 있는 일본 극우파들에게 한국 비판의 빌미를 제공 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낳고 있다.

이번에 검찰이 가토 전 지국장을 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것은 언론자유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사안이다. 사정기관이 정치인에 대한 언론사의 비판 기사를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고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언론의 기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을 보호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공인인 정치인들의 사생활은 일반 개인의 사생활과 달리 매우 제한적으로만 보호를 받는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역시 대통령의 공적 임무 수행 과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생활 보호의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 대통령이 국가에 중대현안이 발생한 시기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국민들은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언론이 공익을 목적으로 정치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와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기능을 보호하기 위해 허용해야 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언론사를 상대로 한 정치인들의 명예훼손 재판에서 정치인들에게 '기자가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기사를 작성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즉, 정치인들이 해당 기자가 보도한 내용이 명백히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고의적으로 기사를 보도했다고 증명하지 못하면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기자들의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 활동을 보장하여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검찰이 정치인에 대한 외국 언론사 기자의 보도를 법적인 문제로 끌고 가 무리하게 기소했다. 이는 권력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사나 기자들에게 본보기를 보여, 정권에 대한 언론의 비판기능을 위축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대한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보장하고 성숙시키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존경받는 국제 사회의 성숙한 일원이 되려면 경제적인 발전 뿐만 아니라 누구나 자유로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실제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한국 검찰의 기소는 우리 정부가 아직 이러한 수준이 되지 않았음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기사는 노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산케이신문, #언론자유, #가토 다쓰야, #최진봉 ,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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